극우진영 르펜 누르고 제5공화국 8번째 대통령 당선…대대적인 경기부양책과 ‘친EU’정책 제시

프랑스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39·앙마르슈)이 극우진영의 마린 르펜(48·국민전선)을 꺾고 역대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에 따라 마크롱이 프랑스 최대 현안인 '경제살리기'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선 당선자가 7일(현지시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양 손을 번쩍 들어 보이고 있다. [파리=AP/뉴시스]

프랑스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 종료 직후 마크롱이 극우진영의 마린 르펜을 상대로 65.5∼66.1%를 득표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르펜의 득표율은 33.9∼34.5%로 추산됐다.

출구조사들의 마크롱과 르펜의 격차를 감안하면 마크롱의 당선은 확정적이다. 마크롱은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 이어 프랑스 제5공화국의 여덟 번째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 "희망과 신의로 가득찬 프랑스의 새로운 장 열 것"

올해 만 서른 아홉살인 마크롱은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최연소이며, 현 주요국 국가수반 중에서도 가장 젊은 정치지도자다.

마크롱은 현 프랑수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거쳐 경제장관을 역임했다.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그는 '앙마르슈'(En Marche·전진)라는 창당 1년 남짓 된 신생정당을 기반으로 단숨에 대권 도전에 성공했다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후보가 7일(현지시간) 부인과 함께 투표를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르투케=AP/뉴시스]

그는 경제활성화에 실패, 민심이반을 가져오며 극우정당의 거세도전을 받게 한 올랑드 현 사회당 정부의 경제정책을 바꾸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마크롱은 승리 일성으로 "희망과 신의로 가득찬 프랑스의 새 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지난해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1.1%에 실업률은 10%에 달했다. 재정적자는 국민총생산(GDP)의 38%로, 유로존 평균 15%를 두 배 이상 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친기업, 친EU(유럽연합), 자유무역주의 등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마크롱은 전직 투자은행가 출신인 만큼 자유시장을 강조한다. ‘친 기업적’이라고 평가받는 그의 경제정책은 친EU정책, 강한 EU, 법인세 인하, 자유시장, 공공부문 일자리 12만개 감축, 노동 유연성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공약 대부분은 정계에 발을 담근 계기가 됐던 사회당 올랑드 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마크롱은 노동시간은 현행 주 35시간제를 고수하되 기업 단위에서 탄력적으로 운영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부유세(ISF)를 상속 부동산에만 국한하고 기업 투자를 장려하며, 법인세 인하(33.3%→25%) 및 사회보장세(CSG) 인상, 부가세(TVA) 현행유지 , 노동유연성 강화 등을 약속하고 있다.

독일 사민당(SPD)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2003년 전격 실시해 성공한 ‘아젠다 2010’ 처럼 복지를 줄이고, 기업을 도와주는 개혁안들이 주를 이룬다.

경기부흥을 위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도 내놨다. 마크롱은 향후 5년간 교육, 에너지, 환경, 교통, 보건 등의 공공 부문에 500억 유로(약 60조 8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동시에 행정 현대화, 공무원 감축 등으로 재정적자를 GDP(국내총생산) 3% 이하로 맞추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 선출직 경험 없고 앙마르슈 의석 전무…‘정치적 기반 약해’

이번 대선에서 마크롱의 승리를 두고 '프랑스의 EU탈퇴 반대'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마크롱이 친EU, EU잔류를 꾸준히 주장했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프랑스 경제 활성화와 외교 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EU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르펜과 달리 유로존과 EU 단일시장 내에서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마크롱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에 별도의 예산을 주고 재무장관직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EU 잔류는 물론 EU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마크롱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간 약속에 따라 202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방의 근간에 나토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유럽 공동의 국방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다.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마크롱은 EU-캐나다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프랑스가 EU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프랑스를 더 강하게, 새롭게 개혁하겠다”는 마크롱이지만 아직 선출직 경험이 없고 소속인 앙마르슈 당이 의석이 없는 점 등은 정책추진의 약점으로 꼽힌다. 우려 불식을 위해서는 올 6월 총선에서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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