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애플이 미국 제조 벤처에 투자하는 10억 달러(약 1조1317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미국에 초대형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를 비켜가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대다수 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해온 애플이 '미국산을 쓰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적극 따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 방송에 출연, 이같은 내용의 투자 펀드조성 계획을 밝혔다.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오른쪽)가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발언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뉴욕=AP/뉴시스 자료사진】

쿡 CEO는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파급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더 많은 서비스 일자리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펀드의 첫 투자는 이달 중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 투자를 함으로써 우리는 연못에 이는 잔물결(ripple in the pond)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은 물결이 동심원을 그리며 전체로 퍼져나가듯 애플의 이번 투자가 미국 제조업 생태계 전반에 변화의 물꼬를 트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펀드가 앞으로 선별 투자할 기업들은 고도의 제조업 기반(advanced manufacturing)을 지닌 미국 업체들이다.

◇ 애플, “미국에 최첨단 공장 지으라”는 트럼프에 ‘굴복’

그는 이들 기업에 대해 ‘미국의 벤처 기업(US venture)’이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재원은 이 회사가 해외에서 굴리는 2396억 달러를 담보로 빌려 조성한다고 WSJ은 전했다.

쿡 CEO는 아울러 올 여름 어플리케이션(앱) 개발자들을 상대로 한 금융지원책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지원책은 더 많은 앱의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애플은 서비스 부문에서만 28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 미국 뉴욕 매장 입구에 새겨진 애플 로고[뉴욕=AP/뉴시스 자료사진]

애플이 제조 벤처에 투자하는 펀드를 꾸리기로 한데는 '미국 우선주의'의 기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의 '팔 비틀기'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8일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쿡 CEO를 상대로 규모가 가장 크고, 최첨단인 공장을 미국에 지을 것을 요구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쿡 CEO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즉답을 피해왔다. 그는 다만 하청업체, 앱 개발자 등을 모두 포함해 애플이 미국에서 일자리 200만개를 떠받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미국에서 직접적으로 고용한 인력은 8만명 정도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 일부는 3M과 코닝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을 비롯한 제품은 거의 모두 중국에서 조립한다고 WSJ은 전했다.

애플은 지난달 현재 현금과 현금성 자산으로 2568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의 40년 역사에서 가장 큰 인수건은 30억 달러 규모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헤드셋 브랜드인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이 금액에 사들였다.

애플 외에도 냉난방기 제조업체 캐리어, 일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 인도 정보기술(IT) 업체 인포시스 등이 최근 미국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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