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손정의 리더십은 확장일로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은 최근 인도에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시장인 인도에서 전자상거래 시장을 적극 공략, 월마트부터 메이시스(Macys)까지 전통 소매업계를 흔들어놓은 아마존과 대결을 펼치는 상황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인도 1, 2위 전자 상거래 업체 플립카트와 스냅딜을 합병해 인도 시장에서 아마존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을 놓고 글로벌 정보기술(IT) 분야 ‘거인’인 소프트뱅크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 간 정면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소프트뱅크는 지난 4월 중순부터 플립카트와 스냅딜 온라인 서비스를 합병함으로써, 인도 시장에서 아마존보다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다는 전략목표의 실행에 나섰다.

소프트뱅크는 2014년 스냅딜 지분을 인수했고, 스냅딜의 모기업인 재스퍼인포테크의 지분도 35% 보유한 데서 한 발 더 나간 조치다.

손정의 회장은 스냅딜의 기업 가치를 85%로 깎아내린 10억 달러(약 1조1422억원)로 평가하면서 강력한 합병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스냅딜의 창업자들과 초기 투자자들의 불만 제기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 시장의 경쟁 심화와 벤처캐피탈 업계의 투자 위축으로 인해 할인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양사의 합병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고, 이르면 불과 수 주일 이내에 최종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냅딜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내부 공문을 발송하고 합병이 임박한 사실을 통고한 상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지난해 9월 29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회동을 마친 후 로비에서 배웅하고 있다./머니투데이=뉴시스 제공

손정의 회장은 앞서 중국에서 알리바바 그룹의 초기 투자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과 함께 이베이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업계 경쟁력을 갖추는 데 성공을 거둔 만큼 이번 인도 시장에서 아마존과의 대결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스냅딜과 플립카트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전체 점유율은 70%에 이르며, 아마존의 점유율은 12%에 그치게 된다.

소프트뱅크가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판도를 바꿀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인도시장에서 포석을 넓혀가는 아마존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 번 목표를 세우면 포기하지 않는다

아마존의 인도시장 점유율은 플립카트나 스냅딜에 비해 아직 많이 뒤처져 있지만 판세를 역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고객 저변 확대를 통해 인도 전자상거래시장을 장악하겠다며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당연히 소프트뱅크-아마존 대결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AP=뉴시스 자료사진

인도 사례는 한 번 목표를 세우면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승리하는 손정의 경영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손정의는 1996년 야후재팬과 위성방송회사 J스카이B를 설립한 뒤 1998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이어 인터넷 관련 사업을 확장했다.

그는 2000년 6억엔을 투자해 미국증권업협회(NASD)와 합작으로 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나스닥재팬을 설립했다. 과감한 도전정신이다.

물론 이후 한국의 인터넷 업체, 일본채권신용은행 등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인터넷 거품 붕괴로 소프트뱅크는 적자에 허덕이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통신 시장 진출이라는 승부수를 던진다. 그는 2004년 일본텔레콤을 인수하고, 2006년에는 세계 최대의 통신업체인 보다폰KK를 일본 기업 인수 사상 최고액인 1조7500억엔으로 인수했다.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쏟아졌지만, 손정의는 2007년 2000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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