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금융사용 정보 중국에 노출될 우려 지적…알리페이 중국정부 지원 펀드 참여 문제제기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미국의 송금업체인 유로넷이 알리페이를 운용하는 중국 앤트파이낸셜그룹의 머니그램 인수를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유로넷은 알리바바그룹에 속한 이 금융회사가 머니그램을 사들이면 미군들의 금융 사용 정보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의 수위를 높였다.

유로넷은 머니그램에 총 19억4000만 달러(한화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인수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경쟁자인 앤트파이낸셜이 제시한 것보다 나은 것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에 위치한 유로넷의 공동 창업자인 마이크 브라운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머니그램을 사용하는 미군 관련 정보가 앤트파이낸셜 측에 넘어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취재진에게 알리바바그룹 마윈 회장과의 면담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윈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앞으로 5년간 미국에서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욕=AP/뉴시스 자료사진]

브라운은 이날 인터뷰에서 머니그램 지점(vendors)이 주변에 위치한 미국의 미군 기지 지도를 손으로 가리키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미국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군기지 주변에는 머니그램이 있다”고 지적했다.

◇ 중국이 인수하면 “미군의 금융 관련 정보 노출”

머니그램이 중국 기업으로 넘어가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미군의 금융 관련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다음 전쟁은 데이터를 놓고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가 국가 안보 위험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 중국의 해킹 시도를 보면 된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해킹 시도를 해왔으며, 미국 정부가 고용한 직원들의 방어를 뚫고 (해킹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유로넷이 중국 민간기업의 머니그램 인수 시도에 반대하는 것은 주주 구성 때문이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중국의 앤트파이낸셜에는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 회장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state-backed) 펀드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대개 공산당과 얽혀 있는 데다,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펀드까지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정부 입김에서 이 회사가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취지다.

유로넷은 160개국에서 금융기관과 소매업체 등을 대상으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3만5000개 이상의 현금인출기(ATM) 네트워크와 16만3000개의 기업 카드결제 단말기, 직불·신용카드 아웃소싱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머니그램은 24억개에 이르는 은행 및 모바일 계좌를 처리하는 국제 송금업계의 강자다.

◇ 앤트파이낸셜, “해외 반출 논란은 억지”

이러한 기류는 미국의 정치권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공화당의 케빈 요더와 에디 베니스 존슨 하원 의원은 지난달 31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의 금융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의 머니그램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앤트파이낸셜의) 이번 제안은 주의깊은 평가를 필요로 한다”면서 “중국 측이 미국의 금융기간망에 접근할 수 있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국가안보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앤트파이낸셜 측은 이러한 주장을 터무니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회사측은 “미국에 있는 머니그램 사용자 정보는 미국에 있는 서버에 머물게 될 것”이라며 “이 서버는 높은 수준의 보안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머니그램을 사용하는 미국인들의 금융관련 정보가 해외로 반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앤트파이낸셜은 앞서 올해 1월 머니그램을 8억8000만 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불과 6주 뒤 유로넷이 9억4000만 달러를 부르며 인수전에 뛰어들며 판도가 바뀌었다.

유로넷은 다시 머니그램에 총 19억4000만 달러를 제시했다.

댈러스에 위치한 머니그램은 유로넷측의 제안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협상을 하고 있다.

유로넷측이 제안한 인수가가 더 높은 데다, 중국자본이 들어오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허가를 받기가 힘들 것이라는 유로넷 측의 논리에 공감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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