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동준 기타큐슈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재취임하면서 시작된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경기’가 1990년 전후의 ‘거품 경제’ 시절을 제치고 1945년 일본 패전 후 3번째로 긴 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 이동준 교수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회복 국면에 들어선 데다, 엔화 약세에 따른 기업의 수익증가, 정부의 공공사업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일본경제신문>이 최근 분석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일은 대부분 일본인들은 이런 경기회복을 거의 실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경기가 좋아졌다고 말하는데 소비자들은 거의 체감하지 못하는, 부조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흔히 일본의 대졸 취업률이 경기 회복의 예로 등장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본 대졸 취업률이 무려 97.3%(2016년 기준)에 달해 우수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다루고 있다.

한국 언론도 일본의 대졸 취업률이 거의 100%로 완전고용 상태에 들어서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우수인재를 모셔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둥 우리의 청년실업에 빗대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일본이 과거에 경험한 경기회복 국면과 비교하면 국내외 모두에서 성장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미약한 편이다.

고용환경의 개선은 아베노믹스에 의한 경기회복의 결과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구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많다.

◇ 경기 좋아졌다는데 임금은 제자리…‘소비 부진’

인구감소와 인구구조의 노령화는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를 왜소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경기가 좋아졌다는데 임금이 올랐다는 근로자는 드물다. 한마디로 경기회복은 거시경제상의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최소한 숫자상으로는 아베노믹스는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일본에서 경기회복 기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경기동향지수이다.

일본 내각부가 7일 발표한 2월 경기동향지수(2010년=100)는 경기 현상을 보여주는 일치지수가 3개월 만에 상승했다. 당연히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개선’을 보여준다,” 즉 경기가 회복국면이라고 진단했다.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오른쪽부터)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과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브뤼셀=AP/뉴시스】

이로써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대변되는 경기회복 국면은 52개월째를 기록하게 됐다. 1986년 12월∼1991년 2월 51개월간이었던 거품경제기를 제치고 패전 후 3번째로 긴 경기회복기간이 된 것이다.

만약 올해 9월까지 이런 회복국면이 지속되면 ‘아베노믹스 경기’는 1965년 11월부터 70년 7월까지 57개월 간 지속된 이른바 ‘이자나기 경기’의 호경기도 제치게 된다. ‘이자나기 경기’는 일본 경제의 고속성장을 상징하는데, ‘이자나기’란 일본의 고대신화에서 일본을 만들었다는 남자 신을 말한다.

아베노믹스의 최대 무기는 ‘첫번 째 화살’로 불린 양적완화, 즉 무제한 통화방출이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2013년 4월 시작된 양적완화로 지난 4년간 푼 돈(본원통화)이 무려 303조엔(약 3075조 원)이나 된다.

전례 없는 돈 풀기는 엔화 가치를 달러당 90엔대에서 120엔대로 대폭 끌어내렸고, 이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이 2009년 7월부터 장기 경기회복 국면에 있고, 해외경제도 비교적 안정되어 있었던 것이 일본의 경기회복에 힘을 보탰다.

▲ 일본 경기동향지수/출처=일본경제신문

실제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10대 기업의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총 매출은 126조 7,004억 엔으로, 2011년(74조 6,911억 엔)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아베 정권은 공공투자를 대폭 늘렸다. 동일본 대지진 후의 복구예산이나 잇따른 경기부양 대책으로 회복 기간 동안 10% 가량 늘었다. 공공투자가 30% 줄었던 2000년대와는 대조적이다. 이런 무제한 양적완화와 공공투자 확대를 통해 아베노믹스는 경기회복 국면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회복 여부는 깊이 있게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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