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중국은 원래 ‘현금’을 좋아하는 나라다. 대부분의 결제는 무엇보다 현금 처리가 우선이었다.

무역도 신용장(LC)이나 무역어음보다 현금결제를 선호한다. 후결제 방식의 신용카드보다 미리 현금을 넣어놓은 선불카드가 더 통용되는 게 바로 중국이란 나라다.

▲ 김홍국 편집위원

그런데 중국이 변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내딛고 있다.

마윈(馬雲·53)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이 거대한 흐름을 놓칠 리 없다. 그는 중국이 5년 내로 물건을 사고팔 때 현금이 필요 없는 ‘무현금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이런 전망 아래 새로운 경영의 세계를 그려나가고 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마윈은 지난 3일 선전(深圳)에서 열린 정보기술(IT)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이미 거지마저 QR코드를 이용해 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스마트폰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는 외출할 때 현금을 가지고 나갈 필요가 없다는 그의 지적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실제 중국에서는 노점에서도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거리 곳곳에 배치된 자전거를 QR코드로 어디서나 탈 수 있을 정도로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돼 있다고 한다.

IT(정보기술)와 인터넷,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산업의 급속한 발달로 중국의 결제 방식은 신용카드 시대를 뛰어넘어 아예 현금이 필요없는 첨단 결제시대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그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각종 온라인 결제 플랫폼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외출할 때 굳이 현금을 지니고 나가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마윈은 최근 항저우(杭州)에서 강도 2명이 슈퍼마켓 3곳을 털었지만 이들이 훔친 돈이 1800위안에 불과했다는 일화도 소개하기도 했다.

마윈은 “이제 세계 시장은 인터넷 기업들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기술을 잘 사용하는 기업들이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모든 기업은 디지털 중심으로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30년간 인터넷 기술이 가져올 변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을 초월할 것이라며 변화에 뒤처지지 말라고 강조한 그의 말은 우리도 새겨들어야 한다.

▲ 중국 최대 쇼핑행사 '광군제'(光棍節)인 지난 2015년 11월 11일 마윈 회장 등이 축사를 하고 있다. 마윈 회장은 이날 "다음해 쇼핑 이벤트는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AP/뉴시스 자료사진】

그는 앞으로 10년간 소매, 제조, 금융, 기술, 에너지 등 5개 업종의 변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핀테크를 중심으로 한 신금융 업무의 80%가 소비자, 중소기업을 위해 운영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수많은 영세 업체들이 알리바바를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을 상대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세계경제의 거인으로 우뚝 선 그의 예지를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알리바바그룹은 이미 2004년 12월 내놓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支付寶·즈푸바오)를 내놓았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해 4분기 중국 제3자 모바일결제 거래액은 18조5000억 위안(약 3029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7.4% 늘었다. 그중 알리페이의 시장 점유율은 54.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사용자도 2016년 말 기준 4억5000만명에 달한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온라인 쇼핑, 개인 간(P2P) 대출 등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아이리서치는 지난해 중국 제3자 모바일결제 규모가 전년 대비 갑절로 늘어난 38조 위안에 달했다고 전했다.

마윈은 알리페이를 운용하는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이 인도에서 선보인 인도판 알리페이 서비스 이용자가 개설 1, 2년 만에 2억 명에 이른다며 무현금 사회가 글로벌로 확대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놀라운 변화다.

중국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IT와 인터넷 사업에서 후진국으로 분류됐으나, 지금은 세계 온라인 및 모바일 서비스 분야의 대부분을 주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비전과 철학으로 무장한 마윈 같은 지도자가 있다.

마윈은 항저우에서 열린 창업 10주년 행사에서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는 목표를 추구한 것이 좋은 성과를 냈다”고 자신의 기업 철학과 목표를 설명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사함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는 것이다.

명확한 비전과 함께 뛰어난 창의력과 결단력으로 세계의 경제 지도를 바꾸고 있는 중국의 대표 CEO 마윈에게 처절한 적자생존의 경쟁이 펼쳐지는 21세기 세계무대에서 살아남을 비법과 교훈을 배워야 할 것 같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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