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시진핑과 회담 국면전환 카드로 활용할 듯”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견제와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다음달 6~7일 열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이 ‘매우 힘든’(very difficult) 자리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말한 뒤 "우리에게 거대한 무역 적자와 일자리 손실이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미국 기업들은 다른 대안을 살펴볼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을 배석시킨 가운데 일명 '트럼프케어'의 의회 표결 철회를 밝히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31일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적자 실태에 대한 전면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중국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계속 압박을 가하는 형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對) 중국 무역적자 문제를 핵심이슈로 제기할 전망이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 무산과 러시아 스캔들(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진영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 등으로부터 비롯된 정치적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드로 미중 정상회담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들의 시선을 중국과의 무역적자 문제로 돌림으로써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반덤핑 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운운, 압력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5000억 달러(약 559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연간 무역적자 원인을 파악하는 게 골자다. 미국 상무부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따라 90일 동안 국가별, 품목별로 무역적자의 원인을 조사하게 된다.

미국의 연간 무역 적자 5000억 달러 중 60%에 달하는 3000억 달러는 중국과의 무역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은 한국도 ‘집중 조사’ 대상 국가로 거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구조를 파악한 뒤 이를 막기 위해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행정명령에 따라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16개 국가를 집중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상무부의 집중 조사대상이 되는 16개 대미 무역흑자 국가는 중국과 한국, 일본, 독일, 멕시코, 아일랜드, 베트남,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프랑스, 스위스, 대만,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이다.

상무부는 이들 국가와 무역 관계를 개별적으로 조사함으로써 무역협정의 오류나 세계무역기구(WTO)의 통제, 어긋난 통화정책, 속임수(cheating) 등 무역적자의 원인을 파악하게 된다. 로스 장관은 “말할 필요도 없이 미국 무역적자의 첫 번째 소스는 중국”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대선 당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을 조작의 “그랜드 챔피언(grand champion)”이라고 비난했을 뿐 막상 환율조작국으로는 지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4월 15일 환율보고서를 내놓고 환율조작국 지정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한국과 중국, 대만 모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면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연간 GDP 대비 2% 이상 달러를 매수해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9일 베이징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는 관련 법에 따라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등 제재 조취를 취할 수 있게 된다. 또 제재와 함께 통화 절상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각국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과 관련, 정저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중국의 대(對) 미국 무역흑자는 글로벌 산업 및 노동의 분업에 따른 결과”라며 “특히 중국과 미국 간 경제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부부장은 이어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서비스 거래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부부장은 “만일 미국이 중국에 첨단 기술제품 수출에 대한 통제를 완화시키고 중국 기업들의 대 미국투자를 촉진한다면 양국 간 무역 균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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