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 급증…‘3차 슈퍼사이클 진입’ 분석도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조선업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액화천연가스(LNG)선과 해양플랜트의 발주가 급증하면서 업황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오랜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등 곡절을 겪은 조선 업황이 이처럼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이자 주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안 발표도 수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우조선의 외형 축소와 해양플랜트 사업 철수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수주 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두 회사의 주가는 이미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주가는 올들어 각각 17.53%, 27.0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6.38%를 크게 앞질렀다.

시장에서는 특히 삼성중공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올들어 외국인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주식을 각각 856억원, 605억원 어치 사들였다.

▲ 삼성중공업이 2009년 노르웨이 호그LNG사에 인도한 14만5000㎥급 FSRU(Floating Storage and Regasification Unit·부유식 LNG 저장 및 재기화 설비)/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의 외국인 보유 지분율은 17.24%에서 19.76%로 2.52%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중공업도 0.82%포인트 올랐다. 이는 조선업황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달 기준 LNG선 발주는 5척으로 지난해 연간 발주한 8척에 육박했으며 2015~2016년 5개에 불과했던 해양플랜트 발주는 2017~2018년 총 18개로 파악되고 있다.

◇ 해양플랜트 발주 급증…‘삼성중공업이 최대 수혜’

동부증권은 이날 “현재 건설 중인 LNG 프로젝트로부터 요구되는 LNG선 수요는 전체 130척으로 추정되며 2019년 이후에도 추가 발주가 필요할 것”이라며 “지난해 발주 바닥을 확인한 해양플랜트도 확연한 개선이 기대되며 올해 수주풀(pool)은 80억 달러(약 8조9048억원) 이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유조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전반적으로 발주가 증대되는 가운데 가장 부진한 컨테이너선의 경우에도 일부 실수요자 위주로 발주 움직임이 살아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특히 삼성중공업의 가시적인 수혜가 기대된다. 지난 2년간 국제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한 가운데 국내 조선소 중 삼성중공업만 유일하게 2건의 수주를 발표했다.

▲ 자료: 동부증권 제공 * 2017년은 전망치

동부증권 김홍균 연구원은 “올해 해양플랜트 발주 재개에 삼성중공업이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2분기 모잠비크 코랄 부유식 LNG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프로젝트를 비롯해 나이지리아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수주를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업종의 주가 상승세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의 목표가를 기존 19만원(24일 종가 17만4500원)에서 22만원, 삼성중공업은 1만4000원(24일 1만19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조선 산업이 역사적인 세 번째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조선업은 1973년과 2007년에 각각 1차와 2차 슈퍼사이클의 정점을 기록했다”면서 “이 사이클은 30년 이상으로 바닥은 1980년대 중반이었는데 지난해 업황은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까지 신규 발주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 3차 슈퍼사이클 진입…‘바닥 확인, 도약 출발점’

조선소들의 수주 잔고가 급격히 감소하고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나타나는 최근 상황도 1980년대 중반과 비슷한 만큼 바닥을 확인한 이후인 올해가 장기사이클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바닥을 확인한 소재가격 상승이 강재 값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원가 부담이 높은 선종부터 올해 발주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에너지 가격 안정과 함께 중장기적인 수급 요인까지 고려해 LNG 관련 제품과 해양생산설비 발주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LNG선의 반등세가 가장 두드러지며 VLCC(원유운반선)과 VLOC(철광석운반선)의 발주 재개는 이미 시작됐다고 한다. 메이저 석유기업과 국영 석유기업들은 해양생산설비 발주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분야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조선업계에서 LNG선의 수요가 향후 연간 5%대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와 삼성중공업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날 삼성중공업에 대해 “올해 LNG 모멘텀(동력)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만3,000원으로 13% 상향 조정했다.

▲ 자료: 메리츠종금증권 제공 * 2018년 이후는 전망치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004년 카타르발 LNG선 대량 발주 시기에도 가장 많은 20척을 수주해 관련 업계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월 말 기준 수주잔고 85척 중 16척의 LNGC(액화천연가스운반선·FSRU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FSRU(Floating Storage and Regasification Unit)는 액화천연가스 저장 및 재기화 설비를 말한다.

메리츠종금증권 김 현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2015년 이후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했다”며 “구조조정 이후 영업실적이 흑자로 전환했고 4개의 해양공사 성공인도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수주 회복과 해양발 리스크 해소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연구원은 “ 영국의 시추업체 시드릴(Seadrill)의 드릴십(Drillship·이동식 원유시추선)과 노르웨이 석유회사 스타토일(Statoil)의 잭업리그(Statoil Jack-up Rig·해양시추설비) 2기가 적기에 인도된다면 LNG발 모멘텀 수혜주 부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결국 빅 2 체제…‘수주 환경 개선’ 등 반사이익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경쟁력 있는 상선·특수선 중심으로 효율화하고 해양플랜트는 기존 수주 공사에만 집중해 사실상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구조조정안은 대우조선의 규모 축소 및 해양사업 철수를 확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수주에서 유리해졌고 상선부문에서도 공급과잉 개선에 따른 수주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안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국내 조선업은 빅2 체제 전환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과열 수주 경쟁이 자제되는 등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반사효과가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업황 개선에 더해 4개 사업부문 분할을 통한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4개 부문으로 분리된다.

현대중공업 주식은 이달 30일부터 거래가 정지되고, 4월 1일 3개 법인이 새롭게 설립된다. 현대중공업과 신설 회사의 주식은 5월 10일 재상장된다.

김홍균 연구원은 “수익성이 가장 뛰어난 엔진부문은 조선 부문의 수주가 늘어나면 최대 혜택을 받게 된다”며 “최근 강재값 상승으로 원가 비중이 높은 대형 선박들의 발주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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