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현대자동차의 ‘부활’이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탈환하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8.63%(1만3500원) 급등한 1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5년 5월 이후 1년10개월여 만에 17만원 고지를 밟았다.

시가 총액도 37조4470억원을 기록해 3개월 만에 SK하이닉스(34조6165억원)를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날마다 오르고 있다. 지난 8일 이후로는 단 하루도 하락하지 않았다.

현대차의 주가 상승은 외국인이 이끌고 있다. 외국인은 8일부터 전날까지 매일 '사자'를 외치고 있다. 외국인이 8일부터 사들인 금액은 30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의 현대차 보유 비중도 연초 43.50%에서 45.53%로 불어났다.

◇ ‘현대차 중심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처럼 현대차가 ‘부활’하면서 주가 급등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우선 실적 전망보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오르지 못한 데 따른 저평가 요인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뿐 아니라 그룹 '3형제'인 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크게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은 골드만삭스가 20일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 경로가 명확해진다’라는 보고서에 주목했다.

▲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뉴시스 자료사진

현대차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사가 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를 각각 투자·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뒤 투자 부문을 하나로 묶어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현대엔지니어링 등 보유 자산으로 현대차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현대모비스를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여겨온 기존의 분석을 뒤집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지배주주가 현대차를 지주회사로 삼을 인센티브가 높고 ▶배당을 늘릴 수 있는 현금이 충분하고 ▶그룹 내 브랜드 로열티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회사란 점을 꼽았다.

신승준 골드만삭스 한국법인 리서치본부장은 “현금 보유량이 많은 현대차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배당 확대 가능성이 커져 소액 주주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현대차그룹 브랜드 사용료’는 지주사 전환 신호탄?

현대차 계열사 주가가 급등세를 나타낸 것은 '사소해 보였던' 공시에서 출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는 지난 17일 계열사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에서 '현대차그룹 브랜드 사용료' 139억원을 받는다고 공시했다.

현대차는 물론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에서 브랜드 사용료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브랜드는 통상 그룹 지주사가 소유해 계열사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것이 보편적이다.

국내에서는 SK, LG그룹 등이 대표 사례다. 이렇다 보니 브랜드 사용료를 받게 된 현대차가 향후 지주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부각된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제철로부터 1년간 각각 50억원과 89억5000만원의 브랜드 로열티 수취 계약을 맺었다"며 "금액은 작지만 그룹 내 브랜드 소유권이 어느 회사에 있는지 확인시켜 준 일"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지주회사 전환 시 브랜드 로열티 수취 근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 4년간 동반실적 부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한국의 경제민주화 요구 강화 등으로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현대차 그룹이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 큰 구조변화를 단행할 것으로 보는데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로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의 인적분할 및 투자사간 합병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모비스도 17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구성한 주주권익 보호 기구인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차에 이어 현대모비스까지 주주 친화책을 들고 나온 건 투자자 마음을 끌어안아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핵심 계열 3사에 대한 정몽구·의선 부자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 합병 이후 오히려 지배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5.2%, 현대모비스 7%,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2.3%, 기아차 1.7% 만을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시나리오 대로라면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율이 10% 이하로 떨어진다.

유력한 다른 시나리오는 정 부회장이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모비스를 지배하는 것이다. 다만 지분 매입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때문에 기아차-모비스 간 연결 고리를 끊으면서 모비스 지분을 정 부회장이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모비스 중심 지주사 체제로 개편할 경우 기아차의 모비스 지분(16.9%)과 정 부회장의 글로비스 지분(23.3%)을 맞교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을 각각 투자·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투자 부문을 합병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추가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 지배구조 개편 행보 예측 불허…‘투자 신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풀어 총수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경영의 책임성·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는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다만 막대한 돈이 드는 데다 증여세 등 세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건재해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행보가 예측 불허인 탓에 투자자들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 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 현대자동차 관계자가 16일 제주도 서귀포시 여미지식물원에서 열린 '2017 국제 전기 자동차 엑스포'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I(아이) 트림'을 소개하고 있다./현대자동차 제공

신차 효과 등이 주가 급등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불어온 훈풍과 유가 반전, 지배구조 이슈와 신차 효과 등이 현대차에 몰린 '겹호재'로 꼽힌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브라질 공장에서 5년 만에 신차가 추가되는데 이는 시장 수요 회복과 성장 동력을 재점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대차의 러시아와 브라질 공장은 시장 수요 급락으로 20만대 생산 능력에 머물러 있었으나 이번 라인업 확장을 통해 장기적으로 30만~40만대 성장 궤도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연평균으로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상승 반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올해는 수출 판매의 상승 반전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유가 약세는 신흥국 수출 수요 둔화와 이에 따른 가동률 부담, 재고 누적 등이 완성차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재일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내준 긍정적인 신호도 설명했다. 그는 "지난 16일 트럼프 행정부가 EPA(Energy Protection Agency)의 예산을 31%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규제 축소'라는 측면에서 완성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EPA는 미국의 환경과 관련된 법안의 입법, 행정, 집행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다. 2010년부터 NHTSA(도로교통국)과 함께 자동차 연비 기준을 제정해 온 곳이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