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익스포저 21조4천억에 달해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국내 금융권의 대우조선해양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2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수출입은행 등의 추가 출자 방식도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금융권의 대우조선해양 익스포저는 총 21조4000억원으로 은행이 19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보험(1조3000억원), 증권(1352억원) 순이다.

은행별로 보면 정책성 여신을 담당하는 특수은행의 익스포저가 18조원으로 전체의 84.2%를 차지했다. 익스포저 형태는 은행이 대출채권 및 RG(선수금환급보증), 보험사 및 증권사는 서울보증보험을 제외하면 주로 유가증권 형태로 보유 중이다.

▲ 서울 중구 다동의 대우조선해양 본사/뉴시스 자료사진

현재 은행들은 대우조선 여신의 건전성을 '요주의'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험이 높아지면서 자율협약, 워크아웃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건전성 분류가 '고정이하'로 재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 수은 재무적으로 큰 타격 우려

특히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 익스포저 규모가 11조3000억원으로 작년말 자기자본 11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어서 재무적으로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주 대우조선의 자금 확충 규모가 발표되는데, 20조원 채권액 절반을 가진 수은이 출자 총액 중 절반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수은이 대우조선에 출자를 진행할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현재 11.15% 보다 밑돌게 된다. 지난해 수은은 설립 이후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 규모만 1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대우조선에 대한 익스포저도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그대로 수은이 떠안게 된다.

이혁준 기업금융평가실장은 "대우조선해양 익스포저가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될 경우 선박건조계약이 파기되고 선주는 RG를 제공한 금융회사에 선수금반환(RG Call)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RG콜이 현실화되면 RG는 대출채권으로 전환되고, 은행은 충당금적립률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와 증권사도 유가증권의 현금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수은은 특별법상 손실금 발생 시 정부가 보전해줄 의무가 있는 국책은행이어서 충당금 부담은 크게 증가하나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이 실장은 설명했다.

정부 보전의 가장 유력한 방안은 기획재정부의 현물출자로 꼽힌다. 기재부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 도로공사 등 지분증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규모만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가 곤란하거나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수은이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할 수도 있다.

수은은 창립 최초로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이 코코본드의 만기는 10년, 금리는 2.73%다. 이를 통해 수은은 BIS비율을 0.4%p 상승시켰다.

코코본드는 정부의 출자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 방식인 것은 물론 해외로부터 정부의 지원이 약화됐다는 시그널로 비춰질 수 있는 점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실장은 시중은행과 관련해서는 "충당금적립률을 100% 수준까지 높일 경우에도 손실발생액이 작년 순이익 규모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 정부, 추가지원 유력…‘살려야 한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뉴시스 자료사진

한편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지원 방안이 유력해지면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구조조정 원칙도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원칙이 한진해운에는 냉정하게 적용됐지만 대우조선은 이 원칙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대우조선 추가지원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대우조선에 출자전환과 영구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우조선이 파산한다면 금융위의 책임론이 떠오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금융위는 대우조선의 부실을 산은의 관리 탓으로 돌리면서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신규자금을 투입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는 대우조선의 8.5% 지분을 가진 대주주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의 영향도 작용한다. 대우조선은 부산과 울산, 경남의 지역내총생산(GRDP)의 10%를 차지한다. 고용효과는 4만명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세금이 투입된 회사"라면서도 "추가지원을 하면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그렇다고 안하면 경제적 충격이 커 당국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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