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사 전환과 물산 위상 변화 관심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삼성의 핵심 계열사들이 오는 24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삼성이 그룹 미래전략실을 전격해체하고 자율경영체제 구축에 본격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기,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이 24일 주총을 개최한다.

◇ 삼선전자, ‘지주사 체제 전환’ 관심

가장 관심을 끄는 주총은 역시 삼성전자다. 이미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수면 위에 떠오른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뉴시스 자료사진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주총에서 감사보고, 영업보고 및 재무제표 승인의 건 등을 다룬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작업에 대한 중간보고가 이뤄질 지 여부 등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그룹 내 복잡한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해소하면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가의 3세 승계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은 필수불가결의 요소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 이상원 연구원은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60%에 불과하고 자사주를 제외하고 오너가와 삼성그룹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총 18.47%인데 외국인 지분율은 절반이 넘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이 부회장의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이번 주총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및 지배구조 개편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그룹’을 뗀 삼성의 자율경영이 건설계열 3사인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의 홀로서기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원 연구원은 “안정적인 자율경영 체제구축을 위한 계열사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 선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구속과 관계없이 지주사 전환 작업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며, 이르면 5월께 지주사 전환 여부를 국내외 동시 콘퍼런스콜을 통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가시화할 경우 다음 달부터는 '인적 분할'을 위한 작업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주총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지주사 전환 작업에 대한 계획 등을 밝힐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주들이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질문을 할 경우 답변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 삼성물산, “합병 가능성 높아”

삼성물산 주총에서는 정관 일부 변경 건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을 다룰 예정이다.

주요 관전 포인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부분으로 요약된다.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의 합병 당시에도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무리한 합병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주총에서도 일부 주주들은 이에 대한 항의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하락하고 있는 주가, 지난해 매출 부진에 대한 일부 주주 반발도 예상된다.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삼성물산 제공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이슈에 대한 관심 역시 높은 상태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에 나설 경우 인적 분할 작업이 이뤄지고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과의 합병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은 삼성물산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하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SDS가 핵심 계열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삼성SDS는 총수 일가가 대주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최대 주주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삼성물산이 총수 일가 및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자율경영 체제 전환과 맞물려 삼성물산의 그룹 내 위상이 더 강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당초 삼성물산은 최치훈 대표이사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점쳐지기도 했다. 지난해 흑자전환과 함께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지배 구조 안정을 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삼성물산에 지분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한 자율 경영 체제 방침에 따라 그룹 내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SDS는 물류 BPO(물류업무프로세스아웃소싱) 사업 분할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는 주요 해외 7대 법인 중 IT 서비스와 물류 BPO를 병행하는 법인을 중심으로 물류 BPO 사업 분할을 진행 중이다. 삼성SDS가 물류 BPO 사업을 분할하는 이유는 사업 확대를 위해서다.

사업 분할이 마무리될 경우 삼성 주요 계열사 물량 유입에 따른 매출 성장 여력이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재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권태균 전 조달청장, 최현자 서울대 교수, 유지범 성균관대 교수 등을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과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다룰 예정이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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