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선 감편했지만 ‘매크로 변수 안정’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대한항공이 예약이 부진한 중국 노선 일부를 한시적으로 감편키로 하면서 주가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16일부터 4월 23일까지 중국발 예약 부진 8개 노선 항공편을 총 79회 감편키로 했다. 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대한항공이 밝힌 중국발 예약 부진 노선은 ▲인천-허페이(16회 감편) ▲인천-다롄(16회) ▲인천-베이징(14회) ▲부산-상하이(6회) ▲인천-난닝(5회) ▲청주-항저우(8회) ▲인천-지난(7화) ▲부산-난징(7회) 등 8개다.

▲ 자료: 하나대투증권 제공

증권사들은 그러나 이같은 결정이 대한항공 주가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드 문제로 중국선 여객 급감세가 가시화되면서 한때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매크로 변수 안정으로 양호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 저유가 이어지면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달성’

하나대투증권은 16일 "대한항공은 저유가(WTI·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 55달러 이하)가 이어질 경우 올해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 달성이 예상된다"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올해 1분기에도 대규모 외화환산 이익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월 14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148.8원으로 지난 2016년 말 1,207.8원에 비해 59원 하락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환산손실 8,836억원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서면서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1분기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외화환산 이익 4,682억원(외화 부채 81억 달러)과 유상증자 자금 반영으로 부채비율이 700% 수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하나대투증권 신민석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 납입이 완료돼 부채비율이 하락하면 재무건전성이 회복되면서 주가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며 목표주가 3만8000원을 제시했다. 대한항공은 15일 전일 대비 0.17%(50원) 오른 2만9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 대외 불확실성 해소…‘점진적 재평가’ 기대

하나대투증권은 저유가와 함께 여객에서 경쟁 강도가 낮은 장거리 노선의 호조가 예상되며, 항공 화물의 경우 지난해 4분기부터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에도 저유가로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주가는 한진해운과 외화환산손실이 반영되면서 재무리스크가 확대돼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금은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어 점진적인 재평가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3% 하락한 2,155억원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여객 수송량이 지난해 높은 기저 효과로 전년 대비 1~2% 소폭 감소가 예상되고, 유가도 전년 대비 42.6% 상승해 연료비가 1200억원 정도 증가해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2분기 이후 IT(정보기술) 산업의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수송량 기준 8% 내외 성장이 기대되고, 여객의 경우 단거리 노선은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가 예상되지만, 대한항공이 장점을 지닌 장거리 노선은 경쟁 강도가 낮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의 장거리 노선 매출 비중은 48%(미주 27%, 유럽 16%, 대양주 5%)에 달하며, 화물은 IT경기 호조로 지난해 4분기부터 수송량과 단가가 각각 5.4%, 2.4% 증가했다.

▲ B737-800/대한항공 제공

이베스트투자증권도 “해외 여행객은 계속 늘어난다”는 점을 들어 대한항공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내국인 출국자수는 여행 수요의 구조적 확대를 기반으로 지속 성장해 지난해 기준 2,500만명(승무원 제외)을 넘어섰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우리나라는 소득 수준 향상이 여가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는 소득 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휴일 증가에 따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여행 시장의 저변 확대에 따라 해외 여행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져 올해는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디스카운트 해소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한항공은 외화 및 이자 관련 손익을 제외한 기타 영업외 손실이 지속 확대됐고 특히 지난해에는 한진해운 관련 손실을 포함해 약 1조3000억원 수준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 성장했는데도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대한항공의 경우 관계사 이슈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기타 영업외 손실로 인한 실적 훼손이 줄어들어 제대로된 평가가 이뤄진다고 예상했다.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된다는 뜻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황현준 애널리스트는 “국내 항공사들은 좋은 영업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라며 “이는 영업외적 요인과 대외 변수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항공 업종에 대한 센티멘트(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데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해 11월 미국 항공주에 투자한 것도 대한항공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로 3만6000원을 내놓았다.

대한항공의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지난해 4분기 기준 13%로 그다지 높지 않은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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