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황 바닥 확인 vs 수주 규모 반토박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현대중공업이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분할이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중공업이 삼성그룹 해체로 독자생존에 나서야 하고, 대우조선해양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위기까지 몰리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16일 "시장은 아직 현대중공업 분할에 따른 신설법인들에 대해 생소하고, 엔진사업에 대해서도 부분적인 접근에 머물고 있다"며 "이번 분할로 인해 숨겨진 영업가치들이 추가적으로 부각될 여지가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신설법인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과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다.

▲ 현대중공업 권오갑 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울산 본사 해양플랜트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현대중공업 제공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분할 일정으로 3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거래정지 되는데, 이를 긴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크게 부담을 느낄 부분은 아니다"며 "조선업황이 회복속도는 더뎌도 바닥은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선주를 하나 정도 장기 보유하는 게 나쁜 전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긍정적인 관점 유지'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유지)', 목표주가는 19만원을 제시했다. 현대중공업은 15일 16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중공업은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사업분할 배경과 기대효과, 신설법인들의 강점 등을 소개했다.

현대중공업은 먼저 조선·해양·엔진이 모두 글로벌 1위의 사업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선제적 구조조정, 분할 효과로 업종내 가장 우량한 재무구조를 확보하게 된다고 밝혔다.

권오갑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 선도 기업으로 위상을 다져나갈 것”이라면서 “분사한 다른 회사들도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번 분할로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14조9000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이었던 실적을 2021년까지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 자료: 동부증권 제공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기존 사업을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사로 분리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조선·해양·엔진 사업부(현대중공업)와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정유 포함) 사업부를 재상장한다.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은 변압기와 차단기 등 중전기기 생산을 통해 매출을 현재(2조 2000억원)의 두 배 수준인 5조원대로 늘리기로 했다.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로보틱스도 각각 5조원과 5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뛰게 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로보틱스는 지주회사로서 자회사 지분 요건(지분율 20%)을 충족하기 위해 현대중공업 등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5000억원의 경영개선 계획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하고 자구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자구안 이행으로 개선한 손익만 약 2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자구안 이행률은 56%에 달한다. 이는 삼성중공업(40%), 대우조선해양(29%)보다 훨씬 높다.

그 결과 지난해 1조641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국내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흑자를 낸 덕분에 2015년 말 기준 220% 수준이던 부채비율도 2016년 말 175%로 낮아졌다.

현대중공업이 로봇 부문과 투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하는 현대로보틱스도 중국 산업용로봇시장 성장세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16일 “산업용로봇은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 모두에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세계 산업용로봇시장 규모가 적어도 2019년까지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용로봇 수요는 중국 등 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 제조업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인건비를 줄이면서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용로봇을 활용한 자동화설비 설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 판매는 2015년 24만대 수준에서 2019년 40만대 정도로 66.7%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이달 초 제조업고도화 계획인 ‘중국제조2025’를 발표하면서 로봇산업을 핵심산업 가운데 하나로 지정했으며, 2020년까지 65만 대에 이르는 산업용로봇을 신규로 설치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2019년까지 중국의 산업용로봇 수요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 자료: 유안타증권 제공

현대로보틱스도 중국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대로보틱스 관계자는 기업설명회에서 “2021년까지 산업용로봇의 제품군을 확대할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성장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로보틱스는 국내 1위 로봇제조기업으로 로봇제어기와 로봇관리시스템 등의 핵심원천기술을 보유해 완성차회사와 디스플레이회사에 산업용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동부증권도 16일 “분할 후 현대중공업 존속법인은 차입금 축소 등 부채비율 100% 미만으로 개선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를 집중할 전망”이라며 “신설 회사들은 글로벌 경쟁력에 걸맞은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동부증권은 전반적으로 기업가치 개선을 끌어낼 수 있는 이번 분할에 대한 효과가 선명해 질수록 개별 회사들의 매력도는 높아질 전망이라면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목표주가(19만원)는 분할 회사들의 가치를 보다 자세히 분석한 후 변경할 예정이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는 15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의 신규 수주 규모가 과거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신평은 이날 조선업의 신용등급 보고서를 내고 "빅 3 조선사의 향후 3년 조선·해양부문 연평균 신규수주 규모는 2011~2015년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수주잔고 인도일정과 중단기 수주 전망 등을 감안할 때 향후 3개년 연평균 매출액은 21조원 내외로 지난해 매출액의 65%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신평은 "단기간 내 발주환경의 현저한 개선 또는 주요 조선사들의 추가적인 고정비 절감 등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고정비 부담 상승으로 인해 영업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신평은 현대중공업의 경우 조선·해양부문이 현 고정비 수준에서 손익분기점(BEP)을 넘기 위해서는 매출액이 8조~9조원 안팎을 시현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해당 부문 수주잔고(2016년말 12조4000억원)의 인도일정 등을 감안할 때 올해와 내년 매출액은 각각 7조5000억원 및 4조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신평은 "단기간 내 가시적인 수주실적 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중단기적으로 고정비 부담이 상승에 따른 영업수익성 저하가 나타날 것"이라며 "해양시추설비 리스크에 대한 노출 수준은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편이나, 육상플랜트 부문의 손실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중단기적인 영업수익성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중공업 주식은 이달 30일부터 거래가 정지되고, 4월 1일 3개 법인이 새롭게 설립된다. 현대중공업과 신설 회사의 주식은 5월 10일 재상장된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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