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조희제 기자] 정부가 가격 인상을 예고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 '필요시 세무조사 의뢰'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정부와 업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치킨 가격과는 상관관계가 없다며 칼을 빼들었고, 업계는 닭값 때문이 아닌 인건비, 배달앱 수수료 등이 인상 요인이라고 버티고 있다.

1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주재로 열리는 외식업계 전문경영인(CEO) 간담회에 치킨업계 대표로 자리하기로 했던 BBQ측은 참석하지 않는다.

◇ 정부 "치킨값 인상, 부당이득"

▲ 맥주와 치킨을 함께 즐기는 카페형 매장 'bhc 비어존'/뉴시스 자료사진

농식품부는 AI 파동을 틈탄 가격 인상이 부당이득, 혹은 폭리라고 보고 있다.

총대를 멘 업계 1위 BBQ치킨은 오는 20일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황금올리브치킨'은 1마리 당 1만6000원에서 2000원이 오른 1만8000원으로, '황금올리브속안심'은 1만7000원에서 1000원이 오른 1만8000원이 된다.

농식품부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AI와 무관하게 정해진 가격으로 닭고기를 공급받고 있는데 하필 이 시점에 판매 가격을 올리겠다는 게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치킨업계는 생산업체와 공급가격 상·하한선을 미리 정해 연간(또는 6개월) 계약을 통해 공급받고 있어 산지가격 변동을 이유로 치킨 가격을 인상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폭리, 부당이득, 가격담합행위 등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소비자단체, 생산자단체,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함께 공동 대응할 것"이라며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한 업체는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위 불공정 거래행위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강조했다.

◇ 업계 "몇 년 간 안 올렸는데 억울"

치킨 업계도 할 말은 있다. 몇 년 동안 치킨 가격이 제 자리였는데 인건비나 임대료는 올랐고 배달앱 수수료 등 새로운 지출이 생겼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이 먼저 치킨값 인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5~8년 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로 닭값이 올라서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각종 부대비용이 올라서 가맹점들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예전에는 50마리를 팔면 가맹점주가 500만원을 가져갈 수 있었지만 배달앱 수수료가 3000원선이라 지금은 70, 80마리를 팔아도 안 된다"며 "인상된만큼의 돈은 본사가 가져가지 않고 도시소상공인인 가맹점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가격 인상을 결정하는데 정부가 개입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요즘 세상에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린다고 (세무조사를) 나온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치킨업체들이 대단한 대기업도 아니고 업계 상위권이라도 중견기업 정도밖에 안 된다"고 호소했다.

◇ 국세청 "탈루혐의 없는데 세무조사 못 해"

세무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국세청도 난감하긴 매한가지다. 양측의 싸움에 끼어든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세무조사대상 선정 사유가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국세청이 마음대로 조사에 나설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농식품부에서 세무조사 의뢰가 들어온 적도 없고, 들어온다 하더라도 탈루 혐의가 있어야 착수하는 것"이라며 "세무조사는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은데 다른 것(가격 인상)을 잡기 위해 세무조사를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부처 간 손발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농식품부가 '지르고 보자' 식의 대응을 취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잘 해보자는 취지로 대응하는 것은 알겠지만 세무조사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세무조사로 기업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는데 잘못된 사실이 알려져 업계에 혼란이 올까봐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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