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자 몰려…‘성장력 확보 과제’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정유업계의 선두 주자 SK이노베이션에 외국인의 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14일까지 SK이노베이션 주식을 1737억200만원 어치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서만 1299억5400만원 순매수해 매수 강도를 높였다. 이같은 매수 강화에 힘들어 SK이노베이션은 이달에만 4.21%(15일 종가 15만7000원)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7% 정도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상승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 자료: 하이투자증권 제공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높아진 밸류에이션 매력 부각’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올해도 정제마진의 개선과 석유사업부문 가동률 상승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조229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SK이노베이션을 순매수한 외국인의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이익률이 높은 화학사업 비중을 매년 키워온 것에 점수를 주고 있다. 실적 개선에 따른 고배당 정책, 전기차 배터리 같은 신사업 투자로 기업 실제 가치와 향후 성장성을 모두 갖췄다는 분석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종합화학회사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주요 사업별 영업이익 기여도를 보면 석유사업이 48%, 화학사업이 40%, 기타 배터리 및 윤활유 사업이 12%로 구분된다. 안정적 수익 기반인 석유사업 비중은 매년 줄고 있지만 화학사업이 증가하며 영업이익을 높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올해 예상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 0.8배로 저평가돼 있다”며 “이는 정제마진의 개선과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가 안정을 보이면서 2017년 올해 이익 가시성이 높아졌는데도 시장에서 아직 이를 반영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PBR 수준이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과 동종 업계 대비 낮은 주가수익비율(PER), 3조원이 넘는 현금 자산과 같은 각종 지표를 매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대규모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석유사업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 SK이노베이션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의 ‘효자’는 석유사업이 아니라 화학사업이다. 2014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40달러대로 폭락하면서 석유사업은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지만 화학은 영업이익 3592억원을 기록하는 등 한 번도 영업적자를 낸 적이 없다.

특히 화학사업 주력 제품인 파라자일렌(PX) 성과가 실적과 직결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PX 생산 능력은 지난해 말 기준 연간 260만t으로 에쓰오일(180만t), 한화토탈(170만t) 등 경쟁사보다 많다.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정제해 만들며 합성섬유 원료인 PX 마진은 최근 상승 중이다. 지난해 12월 평균 t당 367달러 수준이었던 PX 마진은 이달 420달러 선까지 올라갔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PX 마진은 PX값에서 원료인 나프타를 뺀 값인데 유가가 하락하면서 제품 마진이 상승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 내 소비 증가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며 PX와 같은 화학제품 가격은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매력은 중국 내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악재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2013년 중국 시노펙과 65대35 비율로 합작한 '중한석화'는 1000명이 넘는 중국인을 고용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드 안전지대'로 꼽히는 중한석화는 출범 1년 만인 2014년 이미 흑자로 돌아섰고 2015년과 작년에 각각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주주들에게 후한 배당을 주는 것도 SK이노베이션의 매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실적 발표 때 1주당 6400원(보통주), 우선주는 6450원 등 5965억원의 배당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배당금 총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한 번 배당금을 늘리면 주주들의 기대가 커져 좀처럼 낮추기 어렵다는 점에 비춰 고배당은 올해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매수(유지)'의견 및 목표주가 22만0000원을 제시했다. 전체 컨센서스 대비해서 대체적으로 평균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배당액의 비율)은 35.7%로 LG화학(28.7%), 롯데케미칼(7.5%)보다 높다.

동종 업계 대비 저평가돼 주가 상승 여력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는 7.5배로 국내 에쓰오일(8.6배), LG화학(12.7배)에 비해 낮고 외국 정유사인 미국 발레로(13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하이투자증권 하준영 연구원은 “올해도 안정적인 이익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규성장력 확보가 SK이노베이션의 과제”라며 “올해 화학사업, 석유개발의 국내외 M&A(인수합병 )및 지분인수 등을 통해 최대 3조원까지 투자할 것이라고 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의견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일 사업구조 혁신의 일환으로 미국 화학업체 다우케미컬의 고부가가치 화학사업 중 하나인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인수 금액은 3억7000만 달러(약 4269억원)다. SK이노베이션은 다우케미컬이 보유한 미국 텍사스의 프리포트 생산설비, 스페인 타라고나의 생산설비 등 생산시설 2곳과 제조기술, 지적재산, 상표권 등을 모두 인수하게 된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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