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 높은 베트남·인니에 집중해야”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롯데의 중국 시장 철수설이 솔솔 퍼져 나오고 있다.

중국이 현지 롯데마트 절반 이상에 영업중단 조치를 내리는 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를 가하면서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사업을 접을 계획이 전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증권가 등 시장에서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대체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도 사업 철수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 자료: SK증권 제공

또 중국 시장의 잠재력은 여전히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롯데쇼핑은 중국 사업을 통해 큰 성과를 얻고 있지 못하고 있는 데다 불확실성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SK증권은 13일 공식 리포트를 통해 롯데쇼핑이 중국 사업을 철수할 경우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수 있으며 자산 기준으로도 훼손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국내사업과 해외사업을 분할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해외사업 부진으로 함께 저평가 됐던 국내 사업의 가치가 부각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특히 롯데쇼핑 주가와 관련, "중국 사업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크게 하락해 오히려 매수 기회"라며 목표주가로 30만원을 제시했다. 롯데쇼핑은 금요일인 지난 10일 종가 21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는 분할한 해외사업을 포함한 가치 역시 ‘0’이하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롯데쇼핑에 대한 투자는 국내사업의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쇼핑의 중국 법인 장부가는 약 4983억원이다. 이는 롯데쇼핑 전체 순자산인 17조2620억원 대비 3%도 채 되지 않는다.

SK증권은 우선 롯데그룹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위한 부지(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성주CC)를 제공하면서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돼 1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롯데쇼핑 중국 사업의 적자폭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회사 측은 부정하고 있지만, 적자폭 확대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 철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가 지난달 27일 국방부와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 이후 중국 롯데마트 55곳이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현지 매장 99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55곳의 영업정지 상태가 한 달간 이어진다면 매출 손실 규모가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는 '중국판 롯데월드'로 불리는 롯데월드 선양 공사도 중단됐다. 롯데그룹이 약 3조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롯데가 멀지 않은 장래에 중국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은 데다, 베트남 등 대체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따른 위기감에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연속 악세를 기록한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RX 한국거래소에서 직원이 롯데쇼핑, 제과 등 하락세를 기록한 롯데계열 회사들의 종가를 살피고 있다./뉴시스

롯데그룹은 1994년 중국에 첫 진출한 뒤 10조원 넘게 투자했지만, 적자난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롯데쇼핑 해외사업의 손실 규모는 연간 2000억원 정도다. 롯데마트는 1240억원, 롯데백화점은 83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중 약 80%가 중국 사업에서 발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적자가 크기 때문에 영업정지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에서의 보복 조치강화로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하게 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 등은 중국 이외의 동남아 시장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및 베트남 할인점 매출은 중국 매출을 추월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중국 할인점 매출이 1조3310억원으로 인도네시아 및 베트남(1조2320억원이)을 앞섰지만, 2016년 에는 중국(1조1290억원)보다 인도네시아 및 베트남(1조3770억원) 매출이 앞서기 시작했다.

롯데는 이미 2012년 중국 1호 백화점을 철수한 경험이 있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중국 유통그룹 인타이(銀泰)와 합작해 중국 1호점인 베이징점을 오픈했지만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아 고전하다 철수했다. 당시 베이징점은 4년간 1000억원 넘는 적자를 냈다.

손윤경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장기 성장성은 중국 사업이 없더라도 인도네시아·베트남 사업으로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도네시아의 인구 2억6000만명과 베트남 인구 1억명을 고려할 때 롯데쇼핑이 성장을 추구할 시장으로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물론 롯데가 당장 중국 철수 의사를 밝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지에서 고용된 2만여명의 생존권이 달려 있고, 중국의 반발이 더 커질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롯데 역시 중국 사업 철수설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중국 투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적자와 사드 이슈가 사업 철수의 타당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은 아직 산업구조가 완전히 고도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향후 성장 잠재력도 갖춘 시장"이라며 "쉽게 철수 결정을 내리면 불확실성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안타증권은 이날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은 사실상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고, 사드 이슈로 적자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라면서 “추가적인 수익성 하락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정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수익성 하락에도 신용등급 AA+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재무지표들이 하향 트리거(Trigger)에 근접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수익성 하락은 신용등급 하향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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