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확대 제한적’ vs ‘중국 피해도 감수’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압박 공세가 노골화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지난해 7월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합의한 이후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움직임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세의 강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중국의 대(對) 한국 사드 보복이 자국 산업과 고용에 밀접한 산업을 제외하는 등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대상 업종을 보면 주로 최종 소비재이거나 문화 및 서비스 산업에 제한됐다는 게 그 근거다.

▲ 미군 당국이 제공한 사드 발사 모습/미국 국방부=뉴시스 제공

물론 2차전지, 전기강판 등과 같은 부품이나 소재에 대한 제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역시 자국 산업 내에 '대체재'가 명확하게 존재하거나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은 품목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반면 중국이 자국 기업 및 산업의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사드 압박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선 그 동안의 중국 제재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초창기에는 정부와 관영 언론이 주도했고 민간은 무감각했다. 그런데 최근엔 장기 선전 효과와 합쳐지며 민간 부분까지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 ‘중국 수출 관련 산업 큰 피해본다’는 건 억측

삼성증권은 한국이나 일본의 대 중국 수출이 급감하면 그만큼 중국의 고용과 투자가 줄어들 게 되는 구조인 만큼 중국이 실질적으로 사드 제재 범위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사드 제재를 두고 '중국이 사실상 단교의 수순을 밟고 있다', '향후 제재 및 분쟁이 격화돼 중국 수출 관련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등의 주장은 억측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핵심품목, 자동차 등의 가공무역 구조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고려하면 중국의 산업 경쟁력과 고용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은 설사 제재가 단행되더라도 표면적인 '제스처' 정도로 국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교역분쟁 심화에 의한 상호 간의 피해 감수가 아닌 전략적인 압박을 통한 사드 배치의 지연 또는 철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 시진핑 등 지도부 체면 건드려…‘공세 강화’

이와 달리 중국의 사드 관련 한국 제재 강도가 예상보다 크고 그 여파가 최소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의 뜻과 상관없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지도부의 체면과 위신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에 따라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후면세점이 잠정 폐점하여 문을 닫아 놓고 있다./뉴시스

특히 올해는 중국 정치권이 18기에서 19기로 넘어가는 예민한 시기로 당에 대한 각 부처 관료들의 충성심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수뇌부의 입장에 부합하기 위한 정부 인사들의 공세적인 행동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환 연구원은 “중국은 국유 자본주의 체제로 자국 기업들의 피해를 불사한 행동도 종종 마찰 없이 행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중국 최대 파트너이자 재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 때문에 중국이 무역 관련 조치나, 재중 한국기업 중 중국 파트너가 많은 기업은 제재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낙관적인 생각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통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참여함으로써 중국의 주요 공격 수단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사드 이슈에 따른 단기적인 시장 잡음은 최소한 사드 배치 일정으로 언급되고 있는 오는 6월 말까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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