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함께 가장 낮아…“민간 혁신역량 높여야”

[이코노뉴스=조희제 기자] 우리나라 연구·개발(R&D) 투자 상위 50대 기업의 투자집약도가 미국, 일본, 영국 기업들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6일 '우리나라 R&D 활동과 조세지원제도의 문제점' 보고서에서 지난 2015년 기준 각국 R&D 상위 5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상 국가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국가로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다. 이탈리아는 패션 사업 위주로 R&D 투자가 미미해 제외됐다.

▲ (표=한국경제연구원 제공)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R&D 투자 집약도(총 매출액 대비 총 R&D 투자율)는 3%로 프랑스와 함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 삼성 LG 등 일부 대기업 제외 혁신노력 미흡

R&D 투자 집약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8.5%)이었고, 일본(5%), 독일(4.3%), 영국(3.6%) 등이 뒤를 이었다.

R&D 투자 상위 50대 기업의 평균 투자금액을 살펴봐도 한국은 5억1910만 달러로 미국의 8분의 1, 일본의 3분의 1, 독일의 절반 수준이었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R&D 활동을 통한 혁신노력이 글로벌 경쟁기업에 비해 미흡함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50대 기업기준으로 볼 때, 국가별로 R&D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은 각각 독일 폴크스바겐(128억 7300만 달러), 미국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122억 8200만 달러), 한국 삼성전자(122억 2900만 달러), 일본 도요타(83억 5700만 달러),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59억 9700만 달러), 프랑스 사노피(55억 1900만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의 R&D 투자 상위 10대 기업 중 집약도가 가장 높은 기업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24.3%)였다. 이 회사는 매출액의 4분의 1을 R&D에 쏟아 붓고 있는 경우다.

미국 인텔(21.9%), 일본 다케다(21.1%), 프랑스 알카텔(16.7%), 독일 머크(14.0%), 한국 SK하이닉스(8.6%)의 집약도도 높게 나타났다.

◇ “민간 R&D 조세지원 확대해야”

한경연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민간 R&D 조세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가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축소되면서 현재 1~3% 수준이다.

▲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삼성 R&D 캠퍼스'/뉴시스 자료사진

황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계속해서 R&D 조세지원을 축소하는 데에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총 R&D 비중(4.2%)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GDP 대비 R&D 조세지원 규모도 프랑스 다음으로 가장 높다는 통계와 관련이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 민간 R&D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 규모는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3년 민간 R&D 투자 대비 조세지원 비율은 7.4%로 OECD 회원국 중 미국(3.6%)과 일본(4.9%)보다 다소 높다.

하지만 캐나다(21.2%)와 프랑스(17.9%), 네덜란드(13.8%), 영국(9.4%)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GDP 기준 통계에 근거해 민간 R&D 규모와 조세지원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통계적 착시이며 우리나라가 선진 경쟁국 대비 R&D 조세지원을 줄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영국은 당기분 기준으로 대기업의 적격 연구개발비에 대해 10% 세액을 공제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본 1%에서 최고 3%까지 세액공제를 하고 있다.

황인학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를 위해 세계 각국이 민간기업의 혁신 역량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민간 R&D 조세지원을 줄여나가는 것은 역주행 정책"이라며 "R&D 조세 지원은 최소한 선진 경쟁국 수준으로 충분히 확대해 민간혁신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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