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이사 문책경고에 ‘화들짝’…‘다 주겠다’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삼성생명이 기존 입장을 바꿔 미지급 자살보험금 1608억원 전액을 지급키로 했다. 이는 대표이사 문책경고로 인한 경영 공백 상태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나머지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할 방침이다.

앞서 교보생명은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건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경우 대법원 판결 이전 건(2007년 9월 이전)에 대해서는 원금만 지급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생명은 이사회를 통해 미지급 자살보험금의 이자와 원금을 포함한 전액 지급을 논의할 방침이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6월 1일 서울 중구 삼성생명 본사 정문 앞에서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지급촉구 및 규탄 공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삼성생명은 보험 상품을 팔면서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주겠다'고 명시해 놓고 정작 자살 유족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의 절반 수준인 사망보험금만 지급해 비난을 받았다.

◇ 대표 연임 불가능해지면 그룹 전반에 타격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빅3 생보사 대표이사에 대한 문책경고 등의 제재를 내렸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의 제재에 앞서 미지급 자살보험금 1608억원 가운데 400억원을 지급하고 200억원을 자살예방활동 등에 쓰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예고한 대로 중징계를 내렸다.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대표이사는 연임은커녕 3년간 금융사 임원에 재취업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24일 주주총회에서 발표가 예정된 김창수 대표의 연임 발표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미래전략실마저 붕괴된 상황에 금융지주사 전환을 지휘했던 김 대표의 연임이 불가능해질 경우 그룹 전체적인 타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금융권 ‘버티더니 왜 이제 와서”…‘반응 싸늘’

금감원의 제재심의가 있기 전 교보생명은 미지급한 자살보험금 전건을 지급하겠다고 발표, 대표이사의 중징계는 피했다. 결국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연임은 가능해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삼성생명 소속 설계사들은 생업에 종사할 수 없게 된다"며 "보험회사로서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뉴시스 자료사진

그러나 금융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수많은 경고와 기회가 있었는데도 삼성생명이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제재심의를 통해 징계가 결정된 상황"이라며 "(삼성생명이) 수많은 경고에도 반응하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못 한다고 버티다가 처벌을 받고나서야 항복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만약 이 일로 징계 수위가 낮아질 경우 모든 기관이 일단 버티다가 처벌 수위를 보고 권고를 받아드리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생명이 전액인 1608억원을, 교보생명이 전건인 672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한화생명이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한화생명은 1050억원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중 일부인 180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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