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한국은행이 당분간 생활물가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

봄철을 맞아 채소류 출하량이 늘어나고 국제유가도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물가 상승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생활물가의 추가상승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1월 생활물가 상승률은 2.4%를 기록해 지난해 12월(1.2%)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생활물가의 오름세 확대는 국제 유가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컸다.

▲ 서울 시내 마트를 찾은 시민이 밥상에 올릴 찬거리를 만들기 위한 농산물을 고르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품목별 기여도를 보면 농축수산물은 1.1%포인트, 석유류는 0.6%포인트씩 생활 물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달걀(+0.3%포인트), 휘발유(+0.4%포인트), 가공식품(+0.1%포인트) 등의 기여도가 높았다.

도시가스 가격 하락률이 지난해 12월 0.5%에서 1월 0.2% 낮아지는 등 공공부문의 제도적인 요인도 생활물가 상승률이 오른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부문별 물가 상승 요인을 점검한 결과 향후 생활물가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봄철 채소류 출하량이 증가하고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AI(조류 인플루엔자) 의심신고 건수는 지난해 12월 6.9건에서 올해 1월 0.7건으로 감소했다. 계란 가격은(특란 1개) 1월 12일 318원에서 22일 252원으로 떨어졌다.

다만 한은은 구제역 사태가 전면적으로 확산될 경우 돼지고기 가격을 중심으로 축산물 가격이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구제역이 전면 확산되지 않을 경우 돼지고기 가격은 평균 1.3% 하락했다. 쇠고기의 경우 국산은 하락하고 수입산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구제역이 전면 확산돼 살처분 규모가 커지면 육류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2010~2011년 구제역 발생시 돼지고기와 수입 쇠고기 가격은 각각 19.1%와 8.3%씩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은 현 수준보다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이행 기대 등으로 국제유가가 올랐지만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이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셰일오일 시추기 수는 지난해 5월말 249개에서 올해 1월말 463개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도 유가의 물가 상방 압력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최소화 방침에 따라 올해 공공요금 상승폭도 1%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 밖에도 한은은 최근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2% 중후반대인 개인서비스 요금 상승세가 다소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중 라면, 맥주 및 탄산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공업제품 가격은 낮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문별 점검 결과 앞으로 당분간 생활물가가 추가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다만 국제유가의 움직임, 구제역 확산 여부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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