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입춘을 맞이하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 남경우 대기자

설명절 연휴가 시작되었다. 2016년말 2017년초 연말연시는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너무 어수선했다. 차분하게 한 해를 설계할만한 여유조차 갖기 힘든 시간이었다. 입춘이 되기 직전의 설명절 연휴는 올 해를 설계할 마지막 기회일 듯하다.

우선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에게 새해 인사를 드린다. 올해는 모든 소망이 성취되기를 기원한다. 필자는 물론 독자 모두에게 운(運)이 열리기 기대한다. 이를 개운(開運)이라고 말한다. 운은 만남을 통해 바뀐다. 인연법이다. 새로운 인연이 생기거나 평범한 관계가 좀 더 돈독한 관계로 바뀌면서 사람의 운명은 변한다. 즉 만남을 통해 생각이 바뀌고 그래서 사람의 운명이 바뀐다. 만남은 대체로 두 가지다. 책을 통한 만남이거나 직접적인 사람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고 한 사람의 행로가 바뀐다. 그러니 좋은 책과 사람과의 만남을 기대할 일이다. 또 한 번쯤은 주역이나 명리학과 같은 운명이론으로 자기 삶을 진단하는 것도 좋겠다. 자신의 운명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것도 미래를 그리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운명이론이 무엇인가 점검해보자.

미래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유사 이래 계속되어 왔다.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혹은 가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재앙이 시작된다는 점괘가 나온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또는 좋은 점괘가 나온다면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이에 대한 사유의 결과물이 운명론이다.

사람들이 운명론적 판단에 주목하는 이유는 '운명론에 따른 예측이 맞았던 사례'가 다수 존재했기 때문이다. 만일 예측결과가 100% 엉뚱한 결론으로 귀결되었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역사 무대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운명론이 '미신'이라는 모욕을 받아왔지만, 그 생명력이 지속되고 광범위한 대중들 속에 파고 든 것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무엇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운명론을 미신으로 치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운명론의 이론적 토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자신이 전혀 모르는 부분에 과도한 판단을 내리는 셈이다. 여기에는 20세기 이후 현대과학에 대한 지나친 맹신도 한몫을 차지한다.

▲ 2월4일은 절기상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다. 어수선한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충만된 시간이길 기대한다. 사진은 지난해 남산 한옥마을 대문에 초동과 어르신이 집안의 악한 기운을 막아주고 복을 기원하기 위해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고 쓴 입춘첩을 붙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미래를 판단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미래학은 인류의 거시적인 미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러한 미래상이 실재와 얼마나 유사할지 확신하기 어렵다. 그렇다 할지라도 미래학의 유용성이 떨어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마치 경제분석이 종종 실제와 다르더라도 그 분석의 필요성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예측이 직업이 요구하는 특성인 경우가 있다. 벤처투자자가 그런 경우인데 내가 아는 벤처투자기업 회장으로부터 예측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분석을 들은 적이 있다. 벤처기업이 경제산업계의 주요 이슈가 되었던 당시, 이분은 '한글과 컴퓨터'를 비롯하여 약 300여개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벤처투자기업은 경영학 박사, 변호사, 회계사 등 많은 인재들을 동원하여 많은 아이템을 선별하는데 대개 10개 아이템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 후 100개 아이템에 투자하면 이중 약 70%는 1년 내에 회사형태만 유지할 뿐 거의 의미 없는 기업이 되었다. 나머지 30%만 유의미한 기업으로 남게 되는데 그 중 20%는 수익은 나지 않고 투자원금 정도만 챙기는 수준이 된다고 증언했다. 나머지 10% 중 약 7%는 대략 두 배에서 다섯 배 정도의 수익을 내줌으로써 전체 투자의 일부를 건지게 했다. 마지막 약 3%의 기업은 대단한 수익률을 가져다 주어 벤처자본의 유지가 가능할 수 있도록 이익을 남겨주었다.

요약하자면 수많은 인재들이 현대의 경제학, 경영학, 법률학, 회계학 등 첨단 분석기법을 동원했음에도 결과는 약 3/1000정도의 확률로 대박을 터트리는 셈이다. 당시 그 분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확률이 아주 낮은데 투자 선택의 최종적인 기준은 대체 무엇인가?"라고. 그 분의 답은 '감'과 '느낌'이었다. 실로 여러 사회과학을 동원해 모든 것을 분석한 후 판단하는 그 분 말치고는 아주 어이없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진실이다.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욕망이 많은 분석기법을 만들어내지만 모든 것이 불충분할 뿐이다.

입춘이다가온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올 한 해가 기쁨으로 충만된 세월이길 기대한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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