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길을 찾아…'古鏡重磨方'

이광호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l승인2017.01.23l수정2017.04.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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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이광호 연세대 명예교수] 유학(儒學])이란 무엇인가. 유학이란 어떠한 학문인가. 유학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한자문화권은 과거 수천 년 동안 유학을 중심으로 살아왔고, 조선 왕조 500년은 유학을 국가적 학문으로 숭상하고 유학의 가르침인 유교를 삶의 표준으로 삼은 유교 국가였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유학이 어떤 학문인지 아득하기만 하다.

세계 모든 나라의 대학에서는 다양한 현대적 학문이 추구되고 있는데, 유학의 경전을 읽어 보면 유학의 학문관은 현대적 학문과 다른 점이 많다.

▲ '古鏡重磨方󰡕(고경중마방)'/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도(道)를 진리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현재의 유림이나 유교집단에서 유학의 진리관을 찾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불교와 기독교, 다른 종교들과도 매우 다른 모습니다.

한자문화권의 과거 100년의 역사는 유교문화에 대한 비판과 부정의 역사였으며, 유교문화와는 자연관과 인간관, 그리고 진리관을 달리 하는 서구문화를 모방하고 학습한 기간이었다.

21세기가 되면서 유학에 대한 관심이 유학의 본산인 중국으로부터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학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부정은 거치지 않았지만 일제 강점기 36년과 서구문화의 학습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거세되고 말았다. 그래서 유학에 아무런 힘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해방 이후 세계사적인 이념투쟁의 결과 만들어진 남북의 분단으로 세계사의 모순과 문제점이 집약되어 있다. 급속하게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유학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철학이다. 공자도 맹자도 유학의 진리인 도를 가지고 천하를 구제하고자 하였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도를 가르치고 도를 천하에 전하고자 하였다.

맹자는 “천하가 도탄에 빠지면 도로써 구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하는 진리인 도에 의해서만 구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유학은 도를 알고 그 도로써 천하를 구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학문과 종교는 각각의 진리관을 가지고 각각 진리를 추구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한다.

그러나 유학은 진리관을 상실한 지 오래다. 진리관과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이 있을 때 학문과 수행이 가능한 법이다.

진리로 통하는 길은 마음을 통해 열려 있어 퇴계 이황 선생은 '성학십도'를 지으며 서문인 '성학십도차'에서 “도는 넓고 넓으니 어디에서부터 공부를 시작하며, 옛 가르침은 많고 많으니 어디에서부터 들어갈 것인가”(道之浩浩 何處下手, 古訓千萬 何所從入·도지호호 하처하수, 고훈천만 하소종입)”라는 물음을 제기한 다음 “성학에는 커다란 단서가 있고, 심법에는 지극한 요체가 있다.(聖學有大端, 心法有至要·성학유대단, 심법유지요)”라고 하며 도의 ‘커다란 단서’와‘ 지극한 요체‘가 되는 것들을 뽑아 󰡔성학십도󰡕를 저술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성학십도'를 입문서로 권하기도 어렵다. 제1도에 「태극도」가 배치되어 있는데 「태극도」의 존재론은 현대의 우주론을 배운 사람들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

태양 중심으로 태양계를 이해하고 태양과 같은 별들이 수천억 개가 존재하며, 우리가 속한 은하계와 같은 은하계도 천억 개 가까이 있다는 것을 배운 현대인이 「태극도」의 존재론을 어떻게 수용한단 말인가.

유학의 진리관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퇴계가 편집한 '古鏡重磨方(고경중마방)'은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여기서 얻을 수 있으리라는 큰 희망을 주었다.

‘古鏡重磨’라는 용어는 주자가 제자인 임희지(林熙之)를 송별하며 준 5수의 시 가운데서 마지막 시에 속한다.

古鏡重磨要古方(고경중마요고방)

眼明偏與日爭光(안명편여일쟁광)

明明直照吾家路(명명직조오가로)

莫指幷州作故鄕(막지병주자고향)

옛 거울을 다시 닦으려면 옛날의 방법이 필요하지 마음의 눈이 밝게 되면 태양과 빛을 다투게 된다네. 밝고 밝게 되면 우리 도가 나갈 길을 곧 바로 비출 수가 있으니 幷州(병주·잠시 머물던 곳)를 고향으로 여기지 말게.

주자는 ‘理’(이)를 절대의 진리라고 하면서도 진리로 통하는 길은 마음을 통하여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퇴계는 주자의 이러한 정신을 계승하여 殷(은), 周(주) 시대로부터 원, 명대에 이르기까지의 銘과(명) 箴(잠)과 贊(찬) 가운데 마음수양에 절실한 것들을 모아 '古鏡重磨方'이라고 제목을 붙여 후세에 전하였다.

銘이 54수, 箴이 19수, 贊이 4수로 모두 77편이다.

퇴계는 59세 때 이 책을 위한 시를 지었다. ‘고경중마방에 제한다(題古鏡重磨方·제고경주마방)”이다.

古鏡久埋沒(고경구매몰)

重磨未易光(중마미이광)

本明尚不昧(본명상불매)

往哲有遺方(왕철유귀방)

人生無老少(인생무노소)

此事貴自彊 衞公九十五(차사귀자강 위공구십오)

懿戒存圭璋(의계존규장)

옛 거울이 오랫동안 묻혀 있었기에

거듭 닦아도 빛이 잘 안 나지만

밝은 바탕이야 그래도 흐려지지 않는 법

옛 선현들이 방법을 남겼다오

인생이란 노소를 가릴 것 없이

스스로 노력하여 갈닦음이 귀하다오

위나라 무공은 아흔다섯 살에

아름다운 글을 규장에 새겨 간직했다네.

(《퇴계선생문집》 속집 제2권(역주《퇴계전서》 제12권 450쪽, 이장우 번역 참조)

 
이광호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webmaster@econ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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