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베이션 '집안 싸움' 중국-일본만 신바람…총수 ‘통큰 합의 결단’ 내려야

양측 팽팽한 기싸움 치킨게임 몰두…정부도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차원에서 적극 중재 나서야 최아람 기자l승인2019.09.12l수정2019.09.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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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중대 기로에 접어들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에 들어간 가운데 최고경영자(CEO) 간의 만남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추석(13일) 연후 이후 회동할 전망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이들이 연후 직후 월요일인 16일 만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두 회사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 소송전과 별개로 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팽팽한 기싸움…”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싸움으로 일관”

그러나 양사 간 이견이 워낙 큰 데다 기싸움이 팽팽해 당장 화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 일각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간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사는 인력 유출과 영업 비밀 침해 주장에 이어 특허기술 침해 소송으로 맞서면서 사태를 키워왔다.

배터리 갈등은 ‘핵심인력 유출’과 ‘영업 비밀 침해’, ‘특허기술 소송''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년 동안 자사 전지사업본부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관리 등 전 분야에서 100명에 가까운 핵심 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한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인력 이탈이 제대로 된 복리후생과 보상이 없었기 때문은 아닌지 고민할 부분”이라면서 정당한 이직 절차에 따른 채용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핵심인력이 이탈하면서 자연스레 영업 비밀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입사 지원자들이 이직하기 전 LG화학 시스템에서 핵심 문건을 내려받았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자사 배터리 공정 등 핵심 기술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미 국제무역위원회인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 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즉각 반발했다.

LG화학 인력을 채용한 건 직원 개인 의사에 따라 추진된 것이며 국내외에서 경력직을 채용할 때 투명한 공개 채용 절차를 거치고 있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또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지난 3일 LG화학•LG전자를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소장에서 LG화학이 아우디 e-tron과 재규어 I-PACE에 공급한 배터리 등 자산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날 선 공방이 확대되면서 양사는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싸움으로 일관하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과 김준 총괄사장이 추석 연휴 이후 만나 화해한다면 갈등은 극적으로 수습되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그룹의 자존심을 건 법적 공방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자칫 하다가는 SK그룹과 LG그룹의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술 유출 등 우려…“두 기업, 보다 건설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이에 따라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기술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이종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일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성윤모 장관에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패권 다툼은 기술유출과도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성 장관은 “국내 기업이 외국 법정에서 다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두 기업이 보다 건설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산업부도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도 “소송전이 감정싸움을 넘어 그룹 간 다툼으로 번지면서 이대로 가다가 국내 미래차 시장 경쟁력마저 크게 실추될 수 있다”며 “정부가 중재에 나선 만큼 양사는 지금이라도 소송을 취소하고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배터리 소송전을 둘러싼 양사 공방이 치열해질수록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업체가 집안 싸움에 매달리는 동안 중국과 일본 등 경쟁업체의 반사이익 가능성과 소송전 확대에 따른 천문학적인 법률비용 등 부작용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스웨덴의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사 설립을 확정했다. 다른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자체 조달을 꾀하고 있어 한국 업체의 설 곳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계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 산하 자동차업체 아우디는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비야디(BYD)와 배터리 공급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디는 올해 상반기 전체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출하량 기준)이 14.5%로 3위인 업체다.

그동안 아우디에는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업계가 주로 배터리를 공급했다.

비야디는 또 최근 일본 도요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우군 확보에 공격적이다.

양사가 치킨게임을 이어갈 경우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소송에만 최대 2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양사 모두 올해 상반기 배터리부문 적자를 기록했는데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무슨 특허를 침해했는지 규명하는 과정에서 공정과 노하우 등이 외부로 유출될 수도 있다. 양사 모두 핵심기술 보호를 강조했지만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특히 양사의 갈등이 격화되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 중 한쪽이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양사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의 소송전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미국 ITC는 지식재산권을 위반한 제품에 대해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할 수 있어 최악의 경우 소송에서 진다면 미국 내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때문에 정부와 청와대도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서고 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LG•SK그룹 고위 관계자를 만나 중재 및 물밑협상 통로 개설 등을 당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두 기업이 대화의 여지를 보여준다면 중재를 위한 판을 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5대 기업 모임에서 SK와 LG의 배터리 소송전과 관련해 중재에 나섰다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 자율에 맡길 사안을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일본의 수출규제와 맞물려 집안 싸움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이 차가운 게 사실"이라며 "양사 모두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갈등의 골 깊은 만큼 '대타협' 이끌어 내려면 그룹 총수가 직접 소통해야

이와 함께 연휴 직후 성사될 양사 CEO 회동에서는 ‘통큰 합의’는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이들이 만난다 해도 바로 소송 취하 등 합의에 이르는 것은 아니며 대화의 물꼬를 트는 정도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양사는 "CEO 회동을 추진 중인 것은 맞지만 확정된 것 없다"며 "양사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해야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LG화학의 경우 양사 CEO들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영업비밀 침해 사실에 대한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 지난해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등 특별수행원들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이처럼 양사 모두 상대방의 백기투항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그룹 총수들이 직접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갑자기 냉각기를 갖기에는 양사 갈등과 상호공방이 너무 거칠었지만, 양사 모두 최악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만큼 결국 총수의 ‘통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대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룹 총수가 직접 의사소통 하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할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아람 기자  e5@econ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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