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경기대 겸임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미중 무역전쟁이 극단적인 양상을 띄면서 지구촌 경제가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 김홍국 편집위원

보복이 보복을 부르고, 상대국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 양상을 띄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지구촌 경제에 드려진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상대국과의 외교에서 협상과 배려, 존중이 없는 증오심 가득한 공세 일변도와 상대국가에 대한 박탈을 통한 극단적인 자국 이익 추구는 세계경제에 암운을 드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국제관계에서 협상력과 외교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일단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이 협상 날짜와 의제도 제대로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미래전망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지난 1일부터 각각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양국이 이달 중으로 계획된 협상 날짜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중국은 1일부터 발효되는 추가관세를 미뤄달라고 미국 측에 요구했으나 거부당했고, 이후 양국 관리들이 이달에 열 예정인 무역협상 일정을 합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합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주 대화에서 미국은 다음 협상에서 일정한 범위를 설정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중국이 새 관세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한 가운데, 양측은 상호 요구 사항을 합의하는데 실패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9월 개최 계획을 계속 밝히고 있지만, 상호 간의 불신이 커지면서 미중 양측은 이달 중으로 열기로 계획한 무역협상의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관리들은 관세와 같은 강압적 전술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원치 않으며, 트위터에서 깜짝 발표를 통해 방침을 바꾸는 트럼프의 성향으로 인해 회의날짜를 정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시진핑 정면대결로 세계경제 위기상황 심화

이같은 양국간 갈등 심화 속에서 기업들이 수요 둔화에 대비, 생산능력 억제를 추진함에 따라 세계 제조업 부문의 설비투자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에 따르면 일본의 2·4분기 제조업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6.9% 감소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사카(일본)=AP/뉴시스】

전년 동기 대비 분기별 설비투자가 감소한 것은 2017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특히 스마트폰 등의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겹쳐 생산능력을 억제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정보통신기계는 전년 동기 대비 43.4% 급감했다.

중국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 1~7월 중국의 제조업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에 그쳤다. 작년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이 9.5%였던 점을 고려하면 급감했다. 차세대 통신규격인 '5G' 등 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첨단기술 분야의 투자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무역마찰에 따른 관세회피 차원에서 투자를 동남아시아로 옮기는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경제 역시 하락세다. 미국 기업들의 4-6월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연율 0.6% 감소해 약 3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세계적 반도체 메이커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올해 8월 설비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철강분야에서도 유에스스틸 등의 감산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독일의 기계·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이는 1~3월의 2.7%에 비해 둔화한 수치다.

▲ 지난해 9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화웨이 직원이 5G 무선 기술을 시연해보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미중 무역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경제전망이 불투명해 기업의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월에 호황과 불황의 분기점인 50을 3년만에 하향 돌파했다.

한국경제 수출 부진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위기 증폭

우리 경제 상황은 더욱 우려가 크다. 일본의 경제 제재와 보복조치로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격화되면서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9개월 연속 감소한 수출이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에 대한 불투명성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미중 무역전쟁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지난달 21%나 줄었다. 반도체는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가운데 8월 30% 넘게 수출액이 감소했다.

문제는 회복의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의 경우 양국이 1일부터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골이 깊어지고 있고, 9월 무역협상 결과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수출을 기다리는 컨테이너와 차량들이 빼곡히 쌓여 있는 경기도 평택항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도 메모리반도체 부진으로 지난해보다 13% 줄어들 전망이다.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투자 지연에 따라 반도체와 원유 관련 수요도 부진해졌고, 그 여파가 결국 하반기 수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올 1·4분기 전분기 대비 -0.4% 성장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한 데 이어 2·4분기는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1.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민간 기여도는 마이너스(-0.2%)로 전환됐고, 실질 국내총소득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0.5%)했다.

청년들의 실업상태도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한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육박했고, 저출산은 인구절벽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고, 정부 당국이 적극적인 경제활력 제고 및 성장동력 확충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협상력과 조정력으로 외교안보-경제 위기 파고 넘어서야

이같은 위기국면에서 역시 중요한 것은 상황관리 능력과 협상력, 조정력이다. 양국은 서로 상대를 압박하면서도 동시에 사태 악화를 막겠다는 방향을 정하고, 나름대로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도둑질 ▲보조금 지급 ▲위안화 환율 조작 등을 문제 삼았고, 이어진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을 법제화해줄 것을 중국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법제화는 주권 침해”라고 맞서고 있어 후속 회담에서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또 화웨이에 대한, 소위 ‘블랙리스트(거래제한 명단)’ 해제를 미국에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협상학에서는 이같은 대립과 교착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협상의 교착상황과 상호 대립 및 비판적 시각의 노출은 조만간 양측이 대화 테이블에 앉을 것임을 시사하는 징조이기 때문이다. 협상의 교착은 필연적으로 나쁘거나 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 긍정적인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교착상태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교착은 현재 협상자들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결코 기간이 영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교착 상황은 의도적으로 상대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술적 조치일 경우가 많고, 실제로는 겉보기와 달리 막후 협상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미 수 차례 양국간 힘겨루기와 협상 타결을 이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교착과 갈등 상황을 넘기면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의 외교안보 및 경제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라는 점에서 외교적 협력 분위기 조성을 위한 중재자와 촉진자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위기 국면에 놓인 한국경제가 다시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을 통해 대외 외교전을 펼치는 한편 기업 및 노동계와 협력의 틀을 만들어내 경제 활력 제고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협상력과 조정력이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미래발전의 기회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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