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의 정치 시평

[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국제 사회가 테러와 국가간 분쟁 및 갈등으로 요동치고 있다. 2017년을 불과 열흘 앞둔 세모의 지구촌이 독일 베를린의 비극적인 테러 소식으로 충격을 받고 있다. 독일 경찰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대형 트럭 한 대가 시장을 향해 돌진해 최소 12명이 사망했고, 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 김홍국 편집위원

외신에 따르면 트럭은 카이저 빌헬름 메모리얼 교회 인근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돌진했고, 시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길바닥에 흩어지며 가판대 아래 깔리기도 했다. 이번 테러는 성탄절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틈을 노려 발생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베를린 자살차량 테러사건, 전 세계에 깊은 충격

세계는 충격에 빠졌고, 국제 사회는 한 목소리로 테러를 지탄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독일 국민, 베를린 희생자들의 가족들에게 연대와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 역시 성명을 통해 "미국은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한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의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농후해 보이는 사건을 지탄한다. 사망자들의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우리의 위로와 기도를 보내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독일 당국과 접촉해 끔찍한 사고를 조사하고 복구하는 데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성명을 통해 "끔찍한 테러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그 테러리스트들이 지역 사회와 예배를 드리는 장소를 전세계적 이슬람 극단주의 선전의 장으로 삼아 기독교인들을 학살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과 그들의 지역, 전세계망은 지구상에서 뿌리 뽑혀야 된다. 이같은 사명을 자유를 사랑하는 동맹국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메르켈 독일 총리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총리가 내무부 및 베를린 시장과 접촉했고 해당 사건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며 "사망자들을 애도하며 부상자들은 회복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역사상 숱하게 발생해온 테러의 폭력성 경계해야

테러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나 대중 또는 개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폭력을 사용하는 조직적 행위로, 그동안 극단적인 테러 집단들의 테러 행위로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켜왔다.

테러는 우익과 좌익의 정치단체, 민족 및 인종 단체, 혁명가들 및 특정 정부 내의 군대와 비밀경찰 등 여러 조직에 의해 이용됐다. UN은 안보위원회 결의 1373호에 의한 테러리즘 정의를 통해 “민간인을 상대로 하여 사망 혹은 중상을 입히거나 인질로 잡는 등의 위해를 가하여 대중 혹은 어떤 집단의 사람 혹은 어떤 특정한 사람의 공포를 야기함으로써 어떤 사람, 대중, 정부, 국제 조직 등으로 하여금 특정 행위를 강요하거나 혹은 하지 못하도록 막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스위스의 사회학자 장 지글러는 <탐욕의 시대>에서 테러를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민중의 분노로 설명하고 있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를린 시내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발생한 테러 다음 날인 20일(현지시간)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베를린= AP/뉴시스]

테러는 고대 역사에서부터 숱하게 발생해왔다. BC 410~349년 사이에 활동한 고대 그리스 역사가인 크세노폰은 적국 국민에 대한 심리전의 효과를 지적했고,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14~37 재위)나 칼리굴라(37~41 재위)는 정적의 기세를 꺾어 자신들의 지배에 복종시키는 수단으로 추방 및 재산몰수, 처형 등을 사용했다.

프랑스의 혁명가인 로베스피에르는 테러의 사용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혁명의 미덕을 장려하는 수단으로 테러를 사용했다. 이에 따라 그가 통치했던 1793년과 1994년 2년간은 공포정치시대로 불리기도 한다. 1865~1905년 사이에 다수의 왕과 대통령, 총리 및 정부 관료들이 무정부주의자들의 총과 폭탄에 희생됐다.

21세기에 들어서 가장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테러를 가하는 조직은 종교적 근본주의 세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테러리스트가 폭탄을 안고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을 파괴하려고 시도하는 자살폭탄 테러 전술을 채택하고 극한적인 테러에 나서고 있다.

수많은 테러 집단은 정치적 주류로부터 고립된 채 19세기의 무정부주의자들과 그들의 비현실적인 목표들로 회귀하고 있으며, 유괴·암살·폭파·공중납치·해상납치 등을 서슴지 않고 있다.

독일의 바더마인호프강, 일본의 적군파, 이탈리아의 붉은여단, 푸에르토리코의 민족해방군, 알파타와 기타 팔레스타인 기구들, 페루의 빛나는 길, 프랑스의 직접행동단 등이 20세기 후반에 가장 손꼽히는 테러 집단들이며, 최근 종교 근본주의 테러집단의 테러가 빈발하고 있다.

러시아대사 피살, 미안마 군사적 충돌, 멕시코 폭발사건

최근의 테러와 각종 사건 사고는 규모와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터키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도 테러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19일(현지시간) 오후 터키 앙카라의 현대 미술관에서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 대사가 알튼타시라는 이름의 터키 경찰관이 쏜 총에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됐으며 "알레포를 잊지 말라, 신은 위대하다" 등을 외쳤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 같은 증언으로 미뤄 범인은 시리아 알레포에서 반군 세력을 몰아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러시아 군사작전에 보복하기 위해 러시아 대사를 저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비극적인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와 샨주(州)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대피한 난민이 1만5천명에 이르는 것도 사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 테러를 막기 위해 전세계 공항의 보안검색을 강화하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난 9월 23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경찰 특공대원들이 폭발물 탐지견과 함께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미얀마 사무소는 지난 19일까지 1만5천여 명의 난민이 중국으로 대피했으며, 미얀마 국경내 난민도 2천4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멕시코에서도 대형사고가 터졌다. 20일(현지시간) 오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교외의 한 야외 폭죽 시장에서 폭발이 일어나 최소 27명이 숨지고 70명이 다쳤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폭발은 멕시코시티에서 북쪽으로 32㎞ 떨어진 툴테펙에 있는 산 파블리토 폭죽 시장에서 발생했으며, 이후 시장 일대는 하늘로 치솟는 울긋불긋한 불꽃과 거대한 연기로 뒤덮였다.

테러, 사건사고 막기 위한 철통보안, 연대와 소통 시급

이처럼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커지는 테러와 사건 사고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는 연대해 테러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의 사례를 살펴볼 때 테러리스트들은 공포를 조장하여 편견과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전략을 취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공격해왔다. 역사학자인 새무엘 헌팅턴은 테러 문제의 해법은 결국 문화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과격 테러단체에 의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부쩍 높아져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이슬람 테러단체는 끊임없이 한국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수니파 무장세력 IS는 한국군이 이라크·시리아에서 활동한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선언했으며, 4년 전에는 성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한 탈레반 조직원들이 적발된 사례도 발생했다.

또 IS가 국내 미국 공군 시설과 우리 국민 1명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고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사례도 있었다는 점에서 테러에 대한 만반의 대비와 보안 점검은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은 연간 130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는 글로벌 시대를 맞고 있다. 외국인 환승객이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해 밀입국하는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서 한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며 언제, 어디에서도 IS의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보완대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대선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국내외 상황이 미증유의 격랑에 빠져든 상황에서,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힘을 모아 테러나 사건 사고를 막기 위해 철통 같은 보안조치와 함께 다양한 연대와 소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정치학)로 YTN 등 보도 및 종편 TV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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