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환의 커피로 보는 남자

[이코노뉴스=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EBS TV 스페셜 프로젝트 ‘청춘! 세계도전기’는 지난해 3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젊다는 이유 하나로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청춘의 도전과 용기를 보여주며,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도전하는 주인공을 통해 미래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는 게 본 프로그램의 제작의도다.

▲ 한창환 대표/월간 커피앤티 제공

‘달콤 쌉싸름한 유혹, 베트남 커피 속으로!’ 편은 베트남의 커피 도시 ‘달랏’이 그 무대이고 청년 바리스타 이윤수씨가 주인공이다. 그를 따라 베트남 커피의 매력을 엿보기로 하자.

달랏에서 만난 핀(Phin)커피를 따라서

베트남 럼동성에 위치한 달랏(DaLat)은 고원에 자리 잡고 있는 봄의 도시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생산지며 관광도시다. 커피 도시답게 즐비한 카페에서 베트남 고유의 커피추출기구인 핀(Phin)으로 내린 커피가 눈길을 끈다.

연유를 커피잔 밑에 넣고 진하게 내린 커피와 혼합한 후 아이스로 마시는 핀 커피는 옛날 우리나라 다방커피와 흡사하다. 이러한 커피를 따라 본격적인 커피여행은 시작된다.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인스턴트커피의 향수가 진하게 배어있는 핀커피,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달랏 우유와 연유를 생산하는 곳이다. 핀커피의 맛을 결정짓는 양질의 우유. 도심 가운데에 위치해있는 젖소농장에서 우유를 직접 짜보면서 낙농체험을 한다.

이 우유와 설탕을 함께 넣고 끓이면 연유가 탄생된다고 한다. 높은 고도 탓에 우유의 품질도 최상급인데, 달랏우유는 베트남 커피의 핵심재료로 유지방이 높기로 유명하다.

다음 무대는 커피를 판매하는 달랏 재래시장. 이곳에서는 카페 핀(Cafe Phin)을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웃한 커피 상점에서 인기가 많은 모카커피와 위즐(Weasel))커피 설명을 듣다가 운 좋게 허락을 얻어 들어간 커피로스팅 공장. 한국의 커피로스터와 다르게 생긴 로스터(40kg형)와 로스팅 과정이 신기하기만 하다.

▲ 청년 바리스타 이윤수씨(왼쪽)가 베트남에서 커피의 향을 감상하고 있다./EBS TV 제공

로스팅 경력 24년차인 뜨랑 밍씨는 1시간 10분에 걸쳐 커피 로스팅을 하며 약 30분 동안 쿨링(Cooling)을 한다고 전한다. 단시간에 로스팅하는 우리의 방식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깊고 진한 맛이 특징이란다. 베트남 커피를 이해하기 위해서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고원지대의 커피농장과 위즐커피 체험

해발 1,500m에 위치한 꼬딱마을 커피농장. 매년 10월부터 2월말까지 커피 수확기로 가는 곳마다 곳곳에 생두를 널어 말리는 풍경이 이채롭다. 이윽고 들어선 커피농장엔 붉게 익은 커피체리를 따느라 여념이 없다. 마치 커피나무 정글에 들어선 느낌이다. 베트남 커피가 대부분 로부스타종이지만 이곳 농장은 아라비카종을 재배한다.

이윤수 바리스타가 열매를 직접 따보고 먹어보니 단맛에 딱딱하기만 할 뿐이다. 체리를 벗겨보며 요모조모 구조를 살피면서 체험하기를 세 시간여.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는 수작업에 체리를 따서 운반하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다음은 탈곡기에 넣어 외피를 벗겨내고 과육이 붙어있는 상태로 세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곧이어 마당에 널어 건조시키고 이물질도 골라낸다. 이런 체험을 통해 커피의 맛과 향은 농부의 부지런한 손끝에서 탄생한다는 교훈을 실제 몸으로 느끼고 나니, 그동안 바리스타로 무심코 일했던 것들이 조금은 죄스럽기도 하다. 이제 열흘 후 속껍질까지 벗겨내면 로스팅이 가능한 생두로 완성된다.

인근의 커피농장에는 커피나무 사이로 거위와 닭을 키워 유기농으로 커피를 재배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족제비과 동물인 위즐의 먹이로 사용되기 때문이란다. 인도네시아의 루왁(Luwak 사향고양이)커피가 있듯 베트남에는 위즐(족제비)커피가 유명세를 떨친다.

일명 족제비똥 커피라고 불리는 ‘위즐 커피’

▲ 베트남 위즐커피/구글 이미지 캡처

족제비에게 커피 체리를 먹이면 겉의 과육만 소화되고 생두는 소화효소 때문에 숙성 발효되어 배출되는데 이것을 잘 씻어 말리면 독특한 향이 나는 커피가 된단다. 위즐 커피농장에서의 새로운 경험이 이채롭다. 잡식성인 족제비 위즐은 잘 익은 커피체리를 골라서 먹는다고 한다.

위즐을 사육하여 체리를 먹여야하니 유기농으로 커피를 경작할 수밖에 없다. 아침 7시경 위즐이 배설한 똥을 수거해 굳은 상태에서 6개월 정도 보관 숙성을 시킨 후 물로 세척 건조한다고 전한다.

이제는 로스팅한 위즐 커피를 시음할 차례. 분쇄한 후 농장주인 땅광탕씨가 사이폰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한다. 맛을 보니 달콤 쌉싸름하고 여운이 길게 느껴진다. 위즐 커피 한잔가격은 한국 돈으로 1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베트남 커피의 정수, 핀커피 추출을 전수받다

드디어 유명한 카페를 찾아 바리스타 18년차 커피 고수인 쩡티홍탐씨에게 비법을 전수 받지만 쉽지가 않다. 다크 로스팅되어 진하고 쓴 베트남 커피, 그 맛을 제대로 내기가 만만치 않다.

우선 먼저 커피 잔 위에 핀을 올리고 커피를 넣은 후 고르게 커피 가루를 펴고 속 뚜껑을 덮는다. 뜨거운 물을 붓고 전체적으로 적신 후 뜸을 드린다. 다시 뜨거운 물을 채우고 윗뚜껑을 닫는다. 1인분은 20g 정도에 15분 동안 커피를 우려낸다.

짧은 실습으로 제대로 된 커피를 만들기에는 역부족. 사수에게 지적받기를 누 차례 거듭하고서야 완성시킨 커피가 합격점이다. 장시간 커피 로스팅 그리고 핀을 이용해 긴 시간 동안 추출된 커피가 연유와 만나서 베트남 커피 한 잔에 담기는 과정도 섬세하게 영상에 담겨져 있다.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의 커피 농장에서 카페까지 한국 바리스타와 함께한 이번 다큐멘터리는 생두의 가공과정과 위즐커피 그리고 핀커피와 연유의 생산 과정까지 상세하게 앵글에 담아내고 있어서 아시아 커피대국 베트남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기에 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커피를 접하는 초심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 교육 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또한 베트남 커피 체험으로 나만의 커피 만들기 도전하는 청년 바리스타 이윤수, 그의 향기로운 도전기도 현장감 있게 전달되고 있다.

다큐를 통해 알 수 있듯 베트남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커피 투어를 체험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계기가 되어 보다 많은 커피인과 바리스타들이 세계 각국의 커피를 직접 체험하게 되길 기원한다. 한국도 이미 커피 대국이므로.

※ 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약력

- 커피제조회사 (주)에소 대표 역임

- 고려대 평생교육원 '커피마스터과정' 책임교수(2006년)

- (주)스타벅스커피코리아 바리스타 자격검정 심사위원

- 에스프레소 콜리아 바리스타 스쿨 자문위원(2008년~2012년)

- 연세대 미래교육원 우수강사상 수상(2008년, 2010년)

- 엔제리너스 월드바리스타 그랑프리 심사위원(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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