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정의의 공동체로 승화시켜야

[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온 나라가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을 일으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주의와 정의를 회복하겠다는 국민들의 열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17일 서울 광화문 일대 등에서 열린 8차 촛불집회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주최측 추산으로 77만명(경찰 추산 7만7천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 김홍국 편집위원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 심판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평화적으로 마무리했고, 이에 맞서 맞불집회를 연 친박 단체들도 자신들의 주장을 피력한 뒤 당초 우려했던 충돌 없이 집회를 마쳤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1~8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의 수는 추최측 추산으로 연인원 822만 5150명에 달한다. 집 회당 평균 100만명 꼴로,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기록을 매일 세우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연인원 300만~500만 추정)을 넘어선 수준으로, 국민들의 분노와 열망이 얼마나 큰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주최 측 추산 결과 지난달 29일 1차 촛불집회부터 이번 8차 촛불집회까지 8차례 시위에 참가한 연인원은 서울 648만명, 지방 174만5150명에 이른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표결을 앞둔 5~6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적으로 총 422만명이 참여해 광장민주주의를 통해 대한민국을 정상화시키려는 국민들의 의지와 힘을 보여줬다.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1차 촛불집회는 당시 주최측 추산 3만명이 모이는 미미한 시작이었지만, 이제는 매번 수백만명이 모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열망하고 있고, 공범 피의자로서 검찰조사 결과 국기문란의 주인공으로 규정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외신 “유럽-미국이 배워야 할 수준 높은 민주주의” 극찬

외신들은 촛불집회에 나타난 시민들의 평화적인 광장민주주의에 대한 열정과 수준 높은 질서의식은 세계민주주의 역사의 모범이라며 찬탄과 존경을 표하고 있다.

독일 유력 주간지 <디 차이트>는 '민주주의의 모범'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은 국회가 의결했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용감하고 열정적인 민주적 시민들'”이라며, "어떻게 하면 최고 권력의 부정과 무능을 평화적이고 규율을 지키면서 바로잡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17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제주=뉴시스

<디 차이트>는 1980년대 민주화 시위 때는 각목과 최루가스가 가득했지만, 이제는 시민들이 평화 시위로 개혁을 주도하고 정치권이 그 뒤를 따르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뤘다고 촛불집회의 의미를 분석했다.

한국의 시민들이 6주 연속 촛불집회를 평화롭게 진행했고, 함께 노래 부르고 공연을 즐기는 문화 축제로 끌어올린 점도 이채롭다고 논평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역시 한국의 시위 문화를 촛불과 노래, 공연이 하나로 어우러진 '빛의 축제'로 묘사했다.

두 신문은 모두 "멀지 않은 과거에 독재를 경험한 한국에서 수준 높은 시위와 민주주의를 보여줬다, 오히려 민주주의 역사가 긴 유럽과 미국이 배워야겠다"고 결론내렸다.

<AP통신>은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자부심이 넘쳤다며, 망가진 한국의 민주주의를 대규모 촛불집회로 손수 바로잡았다고 믿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기각될 가능성이 적다고 내다보는 등 시민들이 보여준 수준높은 민주의식이 한국사회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AFP통신>은 촛불집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축제 같았으며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며, 박 대통령이 즉각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시민도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거리로 나온 한국 시민이 새 시대를 의미하는 ‘서울의 봄’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시민들이 분노를 배출한 이후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의 신뢰회복’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국 시민들이 탄핵안 가결을 자축하는 것은 이해할 만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는 것은 사실 그리 축하할 만한 일이 아니다. 한국인들이 이제 부패가 경제성장의 불가피한 대가라는 인식을 청산하는 어려운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의 언론들은 한국의 시민들이 매주 수백만명이 참여하는 집회에서 경찰 연행자 한 명 없이, 다툼이나 분쟁없이 평화롭게 진행하면서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는 수준높은 집회문화에 경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광장의 열기가 제도적 차원의 민주주의로 정착하고, 세계 역사의 모범이 된 한국의 촛불집회가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정치문화를 일궈내길 기대하고 있다.

세계의 자랑이 된 한국의 시민들과 촛불집회는 그동안 온갖 테러, 인종간 갈등, 이민자에 대한 극우단체들의 혐오감과 공격, 극우단체들의 흑인들에 대한 모독과 공격 등 갈등과 폭력으로 점철된 최근 지구촌의 사회적 상황에 대해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설파하는 선구자와 같은 모습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매일 빛나는 ‘민주주의의 촛불’, 새 민주주의 모델 만들어야

광장의 민심은 국회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에도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든 시민들은 국정문란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박 대통령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함으로써 새로운 정치시스템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 ‘대통령 스캔들은 한국의 고질병인 부패가 고쳐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 기사/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광화문 현장에서 지켜본 광장의 촛불은 순수하고 따뜻하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존중받으며, 고통받는 시민의 삶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시민의식이 녹아있다. 서로에 대해 배려하고, 타인의 권리와 인권을 존중하며, 공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민 개인들의 의사가 녹아있는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과거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적 성과를 넘어 매일 ‘광화문의 기적’이라는 민주주의적 성과를 쌓아올리고 있는 한국에 대해 이제는 경이로운 역사적 성과를 기대하는 세계인의 기대는 따뜻하기만 하다.

국민들은 비선실세에 국정을 맡긴 채 과거로 역주행하며 헌법과 법률을 어긴 대통령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키는 역량 있는 지도자가 탄핵정국 이후의 국정을 맡아 그동안 갈고닦은 경험과 경륜을 발휘함으로써 더 정의롭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길 꿈꾸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토론하고 참여하면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델을 만들어가야 하며,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의 역할이 회복돼야 할 것이다.

탄핵국면과 함께 진행되는 개헌국면, 대선 국면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라는 가치에 기반해 더욱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과 실천을 해나가길 기대한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정치학)로 YTN 등 보도 및 종편 TV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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