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의 경제산책

[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겸 대기자]

▲ 최성범 주필/경영학 박사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 대폭 인하와 과세 구간 단축을 통한 향후 10년간 1조 달러에 이르는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규제완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무역보복, 그리고 사회복지예산 삭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제시한 경제정책의 골자다. 이러한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지난 1981년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이른바 레이거노믹스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트럼프 당선자 경제정책, 공급주의 경제학 기반 레이거노믹스 판박이

당시 그는 세금을 인하하고 사회보장 사업에 대한 연방 정부의 개입을 대폭 축소했다. 세금 감면으로부터 축적된 자금이 기업 투자로 전환됨에 따라 생산 증대, 고용창출, 그리고 소득 증대 등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이른바 공급주의(supply-side) 경제학에 기반한 경제정책이었다. 전형적인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의 경제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내건 정책 중에서 고립주의 정책을 표방한다는 점만이 기존의 공화당 정책과 다른 점이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 뉴욕증시는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다. 취임 첫해인 1981년도엔 증시가 9.7% 떨어졌다가 이후 계속 올랐다. 1982~1989년 사이의 상승률은 무려 188.4%에 달한다. 이를 두고 아직도 월가에서는 레이건 불(bull) 마켓'라고 부르고 있다. 재임중 다우지수를 가장 많이 올린 대통령이 바로 레이건이다.

이 때문에 뉴욕증시는 지난 11월8일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와 규제 완화 기대감에 강세 흐름을 이어 왔다. 지난주에는 연중 최고 세일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소비 증가 기대까지 높아지면서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공급경제학이 기반한 레이거노믹스와 판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중순 상무차관에 지명한 토드 리케츠 시카고컵스 공동구단주와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회동한 트럼프 당선인. 베드민스터=AP/뉴시스

트럼프 당선 이후 다우지수가 상승한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레이건 효과다. 트럼프는 미국 대선 후보시절 줄곧 레이건 식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 그런 트럼프가 11월 8일 선거에서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으로 확정되자 월가에서는 트럼프를 레이건과 비교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레이건 ‘불마켓(Bull Market)’ 향수에 젖어있던 월가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이후 트럼프 랠리를 은근히 기대해왔다. 11월 18일 미국대선 이후 뉴욕증시가 계속 오르는 데에는 이같은 트럼프 랠리 기대가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월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선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간의 안도감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이미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대거 입각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레이건의 경제정책이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트럼프랠리는 12월초 끝 분석…새로운 금융위기 도래 가능성 예고

초창기 레이건의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1982년 말엔 실업률이 10%대로 치솟고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 규모가 늘어나긴 했어도 인플레이션은 연 4% 정도로 안정됐다. 덕택에 긴축통화 정책 완화가 가능해졌고 돈이 풀리면서 유효소비도 확대됐다. 1984년의 실업률은 4%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풀린 돈이 투자보다는 소비재구매에 집중됐고 군사비 지출이 급증하면서 미국경제는 다시 심각한 인플레이션의 위험에 직면했다. 군사비 지출 삭감과 재정 적자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오히려 파나마 침공, 니카라과 반군 지원 등 해외 군사활동을 강화했다. 이 와중에서도 레이건 대통령은 조세감면 정책을 밀고 나가 개인 소득세율을 50%에서 28%로, 법인세율을 46%에서 34%로 인하했다. 성장률은 높아졌지만 재정적자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카터대통령 시절이던 1980년 GDP의 2.7%이던 재정적자는 레이건 대통령 시절 GDP의 4.2%로 급증했다. 무역적자도 급증했다. 이른바 쌍둥이 적자(twin deficit). 결국 미국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에 대해 엔화 절상 압력을 가하는 한편 한국 등에 대해선 슈퍼301조를 발동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런 군비 강화는 결과적으로 나중에 구 소련 연방의 해체를 가져 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한 1990년대 장기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약화되고 있던 미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음에도 불구, 레이건 대통령이 아직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그러나 레이건의 보수주의와 군사개입은 상당기간 동안 국제 질서에 혼란을 가져 왔으며,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미국 경제의 골치거리로 남게 된다. 레이건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다.

트럼프가 레이건의 정책을 답습했다고 해서 트럼프 주가가 오래 갈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약세장이 오래 지속되었고 재정적자도 지금보다는 작았던 그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장세는 길어야 6주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계산해보면 12월초다.

어쨌든 월가의 탐욕을 규제하겠다고 공언했던 미국 민주당이 재집권에 실패함에 따라 월가 개혁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한다. 이는 언젠가 또 다른 금융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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