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의 정치 시평

[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대한민국이 심상치 않다.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경제는 만신창이, 민생은 고통으로 가득하며, 미래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가계부채와 청년실업은 사상 최악이며, 사회적 불평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으로 정부는 사실상 국정 운영을 중단했다.

▲ 김홍국 편집위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고, 집권 여당은 분당 위기여서, 정부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복지부동 정부’의 비정상적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부르짖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5일 1차 촛불집회에 이어 12일 2차 촛불집회에는 사상 최대였던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버금가는 1백만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해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인사, 예산, 정책 등 국정 각 분야를 농단한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국정 권한을 송두리째 내준 박 대통령의 국기문란 사태에 분노한 민심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세 야당도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25일 1차 대국민담화에 이어 11월4일 2차 대국민담화를 하며 국민에게 고개 숙였던 박 대통령은 최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진영의 공세 전환과 함께 친정체제 복귀를 꿈꾸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검찰 및 특검 조사를 받겠다고 했던 담화 내용과 달리 진박실세인 유영하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정하고 검찰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공세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요동치는 지구촌, 최악의 남북관계 ‘첩첩산중’

한국사회가 맞은 변수는 구체적으로 외치와 내치 전반에 걸쳐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후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회동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외치의 핵심 요소인 외교안보와 남북관계는 어둠의 그림자에 쌓여있다. 남북관계는 파탄을 맞고 냉전 이후 최악의 대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핵개발을 지속하고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남북관계는 전쟁 위기까지 나오는 등 사상 최악의 대결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동북아 역내에서 갈등을 주도하는 부정적 역할에 몰두하고 있다.

외교에서의 핵심 변수는 막말과 음담패설, 네거티브선거로 비난받던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1월 8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변이다.

트럼프는 유세장에서 미국의 대통령선거 사상 유례가 없는 삿대질과 거칠고 난폭한 언어를 동원하며 선거운동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노리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압승했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 후 선거운동 내내 미국인의 분열을 선동하던 모습과 달리 최근 ‘화합’과 ‘국민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선거 후 감옥에 보내겠다”던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의 사법 처리 문제에 대해 “다른 현안들이 우선”이라며 말을 돌리가 하면, 현실적인 국정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당선 직후부터 내놓은 유화적인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선거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반트럼프 시위는 연일 확산되고 있다.

그의 도발적 발언과 과감한 정책 약속에 열광했던 핵심 지지층에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고, 반대층의 공세가 이어진다면 트럼프의 향후 행보에는 난관만이 가득할 가능성이 크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비공식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욕=AP/뉴시스]

트럼프의 공세적인 외교정책에 따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주한미군 철수 및 분담금 요구,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비판적 시각 등은 현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모든 교류와 협력이 중단된 채 최악의 대결상황인 남북관계는 김정은 체제가 강화되면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급박하게 변하는 외교안보 현실에 맞서, 지혜로운 분석과 해법을 준비하고 국익 증대를 위해 힘을 모을 때다.

국정농단 최순실게이트의 한국, 해법과 청사진 모색 시급

국내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사회는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게이트로 10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시위를 벌이는 등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 공백과 국민 혼란은 두달째 이어지고 있다. 인사업무가 중단되고 책임있는 정책 결정이 불가능해진 공직사회는 복지부동을 넘어서 작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시한부로 사실상 불신임을 받은 황교안 총리 내각은 마비 상태로, 비정상적인 국정이 언제 정상화될지도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난국을 수습할 정치 리더십은 실종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도덕성과 통치력을 잃은 식물 대통령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2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다시 국정 장악을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1차 사과, 지난 2일 김병준 총리 지명, 4일 2차 사과, 8일 국회 추천 총리 제안 등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미봉책으로 국민 분노와 야당 반발을 자초했다.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의 민심이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버금가는 기세로 서울 도심을 뒤덮었으나 박 대통령은 ‘2선 후퇴’도 거부하고 있다.

도리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게 특사단을 파견하고, 정부 부처의 차관 인사를 하는가 하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검찰에 부산 엘시티 수사를 독려하는 등 국정 장악에 나서고 있다. 민심을 거스르는 독불장군과 같은 안이하고 어이없는 인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선서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국민들에게 성실한 국정운영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지키지 못하고, 헌법과 법률을 어긴 정치적 법적 책임을 스스로 져야한다. 비선실세에게 국정운영을 일임하고 국기문란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가 합의한 총리를 임명하고 과도내각을 구성해 명예롭게 물러날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향후 정치일정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후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박 대통령의 퇴진 이후 거센 파고에 접어든 국제적인 흐름과 세계시민들의 변화를 직시하고, 험난한 현실을 돌파할 혜안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미국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중국 중심의 G2,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체제의 일본 등의 변화를 발빠르게 파악하는 정보력과 외교력으로 새로운 세계사의 변화와 시대흐름을 인식하고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펼쳐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는 불평등과 사회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사회적 정치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기의 대한민국호를 하루빨리 정상화시키는 데는 여야나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정치학)로 YTN 등 보도 및 종편 TV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