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편집국장]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채 금리가 치솟고(채권값 하락) 미국 달러화 가치는 고공비행을 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베이프론트 공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마이애미(플로리다)=AP/뉴시스】

'트럼프 탠트럼(tantrum·발작)'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정 확대 정책 등이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 미국 채권 금리 상승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채권 금리는 전 구간에서 상승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한다.

미국 대선 전인 지난 8일 1.857% 수준이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일주일만에 36.4bp(1bp=0.01%포인트)나 올라 15일 2.221%를 기록했다.

이는 향후 정책 환경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대규모 재정 확대 정책과 인플레이션 등의 가능성이 선(先)반영되면서 채권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채권 시장을 약세로 만드는 요인이다.

반면 채권 시장의 자금은 주식 시장으로 유입돼 '트럼프 랠리'를 이끌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7거래일 연속 상승해 15일 1만8923.0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상승세다.

그러나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JP모건의 아시아 10개국 통화지수는 트럼프 당선 이전보다 1.3% 하락해 올해 1월 이후 처음으로 105 아래로 떨어졌다. 원화 가치는 트럼프 당선 전보다 3% 넘게 떨어졌다.

자본 시장에서 자금 유출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 7개국의 주식시장에서 일평균 자금 유출 규모는 9억3000만 달러로 이전 기간(10월 25일~11월 8일 2억80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필리핀(-4.6%), 인도네시아(-4.4%), 대만(-2.8%), 인도(-2.8%), 말레이시아(-1.8%), 태국(-1.0%), 한국(-0.9%) 등 대부분의 시장에서 주가가 하락했다.

철광석과 구리값은 일주일 새 각각 23%, 8% 치솟았다. 이런 현상은 세계 경제 회복이 아니라 트럼프 당선의 파장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을 중단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파기를 공언하고 있다.

반면 금리 인상과 1조 달러(약 117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천명해 미국 우선주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무역 보복이 잦아지고 국제 교역이 위축될 수 있다. 한국엔 분명 악재다. 국내 금리도 이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연초 2%대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5%로 높아졌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위태로워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한국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유일호 부총리와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어정쩡하게 공존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속에 트럼플레이션을 맞는 한국 경제의 앞날이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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