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한필이 칼럼니스트]

대학전(傳)

2신민(新民): "백성을 새롭게 한다"에 대하여

詩曰周雖舊邦

시왈주수구방

其命維新

기명유신

[시경에 이르기를 "주(周)나라는 오래된 나라지만 그 천명(天命)은 새롭다"라고 하였다.]

이 말은 시경(詩經)의 대아(大雅) 문왕(文王)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시경은 중국 시가집이죠.

공자는 선비의 수련법으로 활쏘기 등 체육과 함께 음악 공부도 중요시했는데 시를 외우고, 음률을 다스리는 공부를 권했다고 합니다.

시경에서는 노래 종류별로 토속민요인 풍(風), 조정 파티나 행사때 쓰던 아(雅), 조상신과 천신을 찬미한 송(頌)으로 나뉩니다. 이중에 아(雅)는 파티때 쓰던 소아(小雅), 공식 행사때 쓰던 대아(大雅)로 또 나뉩니다.

그러니까 문왕 찬미 공식 행사 연주곡이 대아 문왕편이겠죠. 원래 명칭은 <시경> 대아(大雅) 문왕지십(文王之什)입니다. 그 앞쪽에 오늘의 문구가 나옵니다.

​文王在上(문왕재상) : 문왕께서 위에 계시어於昭于天(어소우천) : 하늘에 해처럼 빛나시도다周雖舊邦(주수구방) : 주나라가 비록 오래된 나라이나其命維新(기명유신) : 그 받은 천명은 새로우니有周不顯(유주불현) : 찬란한 우리 주나라!帝命不時(제명불시) : 온당한 하늘의 분부!文王陟降(문왕척강) : 문왕께서 하늘에 오르내리시며在帝左右(재제좌우) : 상제님 곁에 계시도다

그러니까 주나라 문왕이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던지 그 사랑(德·덕)과 지혜의 사이즈를 키우고 키워 종국에는 하나님이 곁에 두고 쓰실 정도로 커졌다는 거의 찬송가 수준의 노래입니다.

​유신(維新)이라는 말이 보이죠. 일본의 메이지(明治) 유신, 박정희의 10월 유신 모두 이 시경 대아 문왕편에서 따온 말입니다. 쿠데타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글은 정권 교체를 무력으로 했으나 '하늘의 뜻'(天命)이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사무라이 왕정복고군이나 한국의 5·16 쿠데타군이나 자신들의 무력 동원 행위를 유신이라 이름함으로써 '하늘의 뜻'이었음을 은근히 주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유래는 은나라를 치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武王)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 주나라는 오늘날 중국의 프로토타입(prototype·원형)이면서도 가장 오랜 기간동안 유지된 단일왕조였다고도 하지요.

오늘 글이 찬미하는 문왕(文王)은 은나라의 제후였지, 왕은 아니었습니다만 아들인 무왕이 쿠데타에 성공하고 왕이 되니까 아버지도 덩달아 왕이 된 케이스입니다.

이들 두 왕과 함께 빠질 수 없는 성인으로 평가되는 양반이 주공(周公)이란 분이죠. 사회복지 측면이나 법률적 측면, 천문학을 비롯한 학문적 측면 등에서 많은 업적도 남겨서 공부하는 정치인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 문왕이 훌륭한 덕을 베풀자 은나라 백성들과 인재들이 제후국이었던 주나라로 많이 몰려들었고, 그렇게 나라가 강성해지자 아들이 칼을 빼서 은나라를 쳤고, 그 과정뿐 아니라 후에도 이를 이론적 실천적으로 뒷받침한 이가 주공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글은 결국은 문왕이 하늘의 뜻에 맞게 애쓰고 노력해서 덕을 잘 실천했기에 주나라에 하늘이 어여쁜 눈길을 주신 것처럼 그 하늘의 뜻(天命)이 늘 새롭게 변화 발전하니 그것을 잘 보고 항상 지도자와 백성이 새로워짐에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겠지요.오늘날로 보면 지속적인 국가 구조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이 이에 해당될 수 있겠습니다만 과연 천명이란 게 정말 있는 것인지, 그렇다해도 그 천명을 실천하는 자들의 순수성과 신뢰도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지요.이것을 '도는 원리' O(영)사상으로 보면 주나라 문왕은 영혼의 각성자 내지는 시대를 이끌어 가는 제도자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이 대목은 단순히 시적인 표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도는 원리로 보면 약간 뜻이 바뀌어 보일 수 있습니다.

즉, 이 과정은 O계와 세상계간에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하면서 하늘의 뜻을 땅에서 구현되게 하고, 땅의 바램을 하늘에 전하는 제도자의 기운영(氣運營) 모습을 그린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帝命不時(제명불시) : 하나님의 분부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지文王陟降(문왕척강) : 문왕께서 하늘에 오르내리시며在帝左右(재제좌우) : 하나님 사무를 보조하셨네

​요즘 유체이탈이란 말이 기사문에서도 보입니다만 여기서 하늘에 오르내렸다는 것은 그런 의미라기 보다는 하늘이 보여주는 메시지를 읽고 그것을 생활속에서 구현하려 애썼고, 삶이 팍팍하고 힘든 백성들이 하늘에 구하는 바가 있다면 그 바램을 기도로 전했다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신 우일신' 탕왕의 새로움은 제왕에 이르는 개인의 자아혁신이었습니다. 강고에서 말한 작민(作民)의 새로움은 제왕이 된 초기에 더 진화된 새로운 백성을 만들고자 하는 지도자 혁신이었습니다.

유신(維新)의 새로움은 집권 안정기에 접어들어 자칫 자기만족과 나태에 빠질 수 있는 세상왕을 넘는 혁신입니다.

따라서 이번 '새롭다는 것'에 대한 장(章)은 하늘과 땅을 이을 정도로 큰 사랑에 도달하여 제도자라는 좌(座)를 완성하라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즉, 점차 넓고 커지는 자아 혁신 과정을 단계별로 적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20만명이 촛불을 들었다고 하지요? 이 시대의 제도자와 백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들 역시 새로움을 갈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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