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의 경제산책

[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겸 대기자]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돼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약 2년 만에 ‘이재용 체제’가 본격화한 것이다.

이제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 그룹의 명실상부한 사령탑이 된 이재용이 해야 할 일은 무겁고도 난마처럼 얽혀 있다.

▲ 최성범 주필

일단 시급한 일은 실추된 삼성 브랜드를 되살리는 일이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는 말로 이뤄낸 기술과 품질의 삼성 이미지에 흠집이 난 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일은 최우선 과제다.

갤럭시노트 7의 배터리 사건으로 인해 일단 7조원 정도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냥 제품 제조 과정상의 잘못을 찾아내는 일에 머물러선 안 된다. 기존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모두 한 단계 뛰어 넘는 새로운 제품을 통해서만 전세계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일에 있어서 작은 이익을 추구해선 안 되는 이유다.

과거 존슨앤존슨이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을 통해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직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이는 이재용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일과도 관련된다. 확고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일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본격 출범 이재용호…삼성브랜드 되살리고 미래먹거리 찾는 과제 직면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진짜 해야 할 일은 이러한 단기적인 문제해결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제 수성의 자세가 아니라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100년 후에도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발전하는 일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 올 초 호암시상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뉴시스 자료사진

1987년 아버지 이건희 회장은 당시 국내시장의 강자에 불과했던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워냈다. 당시 삼성은 세계시장에선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신생기업이나 마찬가지였고, 가전에선 소니 파나소닉은 물론 산요 후나이 등에도 밀리는 3류 제품에 불과했다. 30여 년 전 이건희 회장이 했던 일을 이제 이 부회장이 해야 한다.

이제 어렵고도 중요한 일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동안 삼성 그룹의 성장 엔진이었던 반도체에 이어 휴대폰도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새로운 성장 품목의 발굴이 절실하다. 이른바 신수종 사업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을 맡기 시작한 이후 자동차 전자장치, 바이오, 사물인터넷 등을 집중 육성해 왔다. 반면 화학과 방위산업, 그리고 프린터를 정리하는 사업 재편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일단 이 부회장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바이오다. 이 부회장의 지휘 하에 삼성이 지난 4년간 바이오 부문에 투자한 금액은 3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물론 미래 성장엔진을 찾았다고 하기 힘들다. 아직 갈 길이 멀다. 2010년 발표된 신수종 사업 중엔 태양전지, LED, 의료기기 등 이미 레드오션이 된 품목도 있는 걸 감안하면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미리 잘 읽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제부터는 최근 들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고 미래의 사업 기회를 제대로 찾아내야만 한다.

디지털 시대가 한 단계 더 진화하면서 세상은 이제 4차 산업혁명으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 미래 산업에서 먹거리를 찾아내지 않으면 뒤처지고 만다. 이재용 부회장이 당분간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재용부회장이 해야 할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신제품 개발이나 신수종사업 그 이상이다. 나머지는 전문경영자나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점검만 해도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이 부회장이 하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되는 일이 있다. 바로 새로운 기업 문화의 도입이다. 이는 오너 경영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문화의 중요성은 커진다.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기존 제조업에선 대량의 원재료를 효율적으로 가공해 제품을 대량생산 유통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인 만큼 엄격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선 경쟁력의 논리가 전혀 달라지게 마련이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디지털 세계와 사물의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하나로 합쳐지는 세상에선 모든 게 달라져야 한다. 사물과 사람, 사물과 사물이 서로 연결되는 세상에선 가치의 개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하는 방식과 행위 그리고 사고방식을 새롭게 재설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재용시대 꽃피울 새로운 기업문화 만들려는 도전과 용기 요구돼

게다가 삼성은 이제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후발자(follower)가 아닌 선발자(first-mover)가 되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혁신 중심의 기업 체질을 갖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

▲ 국내 최대기업 삼성호를 이끌고 나갈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찾야야 하는 숙제와 함께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를 찿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면담을 마친후 배웅하는 이 부회장. /뉴시스 자료사진

시대적 상황, 세계시장의 위치 모두에서 삼성은 이제 또 다른 도약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새로운 DNA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새로운 기업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관리의 삼성이라고 하지만 이는 제조업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그런데 기업문화는 창업자나 오너 경영자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성과를 거둘 수 없는 분야다.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한마디로 급한 불도 꺼야 하고 중장기 전략적 목표도 설정해야 하며 문화도 만들어 내야 한다. 게다가 대내외의 환경도 그다지 좋지 않다. 이 부회장으로선 그룹 사령탑이라는 역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친인 이건희 회장도 30년 전에 한국의 강자에 불과했던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듯이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된 27일 삼성그룹 사내망에 떴다는 괴테의 용기다.

“당신이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다고 꿈 꾸는 그 모든 일을 시작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 그리고 기적이 숨어 있다.”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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