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이종수 기자] 정부가 31일 발표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조선밀집지역 경제활성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송언석 제2차관과 자료를 살피고 있다./뉴시스

정부는 "유휴설비와 인력감축, 비핵심 자산 정리 등 각 사별 자구계획이 차질없이 실행될 수 있도록 엄밀히 점검하고 부실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는 수익성 평가를 대폭 강화해 국내 업체들간 과당 저가수주를 방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는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을 진통 끝에 확정했다.

그러나 별로 새로운 내용이 없고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한 의지도 엿보이지 않아 '맹탕'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눈에 띄는 새로운 내용들은 없고 각 업체들이 제출했던 자구안을 짜깁기한 수준"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사실상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각 업체들이 제출했던 자구계획을 잘 지켜보겠다는 내용 외에 사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정부는 조선업의 경우 기존의 '빅3' 체제를 유지하되 조선업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선박 조기 발주, 선박펀드 활용 등을 통해 2020년까지 11조원 규모의 발주를 지원하기로 했다.

조선업 침체로 위기에 빠진 경남, 울산 등 5개 권역에 2020년까지 3조7천억원 규모의 투·융자를 시행한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해운산업을 위해서는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선박펀드) 규모를 당초 12억 달러에서 24억 달러로 늘리는 등 모두 6조5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대책들은 공공자금 지원 등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업종과 지역의 숨통을 터주면 향후 경기가 되살아나 자생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깔고 있으나 그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

업계는 오히려 정부가 내놓은 일부 경쟁력 강화안에 대한 현실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선박 서비스 신시장 개척을 위해 국내 선박 수리·개조 전문소 신설 및 플랜트 설계전문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3만t 이상 선박 개조·수리가 가능한 곳은 오리엔트조선 1곳인데 정부는 이를 오는 2020년까지 3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들은 수지타산에 맞지 않기 때문에 선박 개조·수리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고 중소 조선사들의 경우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플랜트 설계전문회사 설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설계 부문에 취약해 이에 대한 강화 계획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만약 하나의 플랜트 설계전문회사가 생긴다면 향후 발주되는 해양플랜트 물량에 대해 각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할 때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정부가 현상만 유지하다 책임을 차기 정부에 떠넘기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 더 나아가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운영 공백이 현실화하는 게 아닌지 국민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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