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한필이 칼럼니스트]

대학

전(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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康誥曰作新民

강고왈작신민

지난 시간까지 아주 오랜동안 자신을 밝혀서 스스로 사랑의 발전기가 되는 과정을 기술해 왔습니다. 지난 시간에 탕왕이 적은 반명(盤銘)은 스스로 세운 일종의 계(戒)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사랑의 발전기가 되었다해도 이를 운영하고 유지 보수하는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강고(康誥)는 ≪서경(書經)≫ 주서(周書)의 편명(篇名)이라고 앞서서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 문구를 해석하면 이렇다고 합니다.

[강고에 이르기를, "새로운 백성을 만들라" 하셨다.]

그러니까 이제 사랑의 발전기로 화한 자신이 전기 생산하듯이 만든 사랑으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기술되고 있습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로 공장을 돌려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듯이 자신이 생산한 사랑으로 백성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농업시대 때는 작민(作民), 목축시대 때는 목민(牧民) 이리 되겠지요. 나랏일을 보는 관료를 목민관이라 했듯이 백성을 잘 키워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역할을 하는 제도자를 작민관이라 부를 수도 있겠지요.

작민이건 목민이건 요즘 시대에는 좀 맞지 않는 말이지요. 과거에는 문맹률도 높고, 특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생산활동에만 전념하던 하층민은 사리를 분별하고, 이성적 사유를 하는데 여러 사회적 장애가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디지털 혁명으로 오히려 정보가 범람해서 문제지요.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누구나 정보에 노출되어 있어서 목민(牧民)이란 표현은 시대착오적이죠. 오히려 백성들과 잘 소통하고, 잘 섬기는 일이 중요해진 때입니다.

그러면 새로운 백성이란 무엇일까요? 구왕조(과거 정권)에 대한 충성을 신왕조(새 정권)로 바꾼 이들을 의미하지는 않겠지요.

이를 '도는 원리' O(영)사상으로 본다면 새로운 백성은 '새롭게 거듭 나서 영혼의 진화에 힘쓰기로 마음먹은 백성', '새롭게 거듭 나서 영혼의 진화를 위해 일상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백성'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영혼의 진화에 힘쓰는 세상자로 새롭게 거듭 날 수 있도록 잘 싹 틔워 주십시오.]

우리는 보통 '마음씨가 참 곱다'란 표현을 씁니다. 이 마음씨를 불가에서는 불성(佛性), 기독교에서는 그리스도성, 일반적으로는 영성(靈性)으로 표현합니다.

영성을 도는 원리에서는 'O성'으로도 표시할 수 있겠지요. 이 표현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우주성'을 의미합니다. 우주가 본원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성(自性)으로 여러 가르침들은 이 우주본성이 '밝고 환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전통사상에서는 '밝사상'으로 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마음씨'는 씨앗단계로 내재되어 있어서 이것을 싹을 돋아내고 잘 키워서 꽃을 피우고, 그 열매를 맺을 때 각성의 한 사이클이 완성됩니다. 달리 표현하면 불국토에 들고,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있는 마음 상태, 영혼의 진화단계에 접어들게 된다는 것이겠지요.

아침에 부리나케 출근에 허덕대고, 오전 결재, 점심 접대, 오후 마케팅, 저녁 접대, 이런 거 뛰다보면 하루 하루가 고달프고 하루 10분도 정좌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내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월급쟁이들이 새로 거듭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공부법은 바로 이런 노동과정과 일상의 시간 자체를 공부화 시키는 방법입니다.

버스를 타건, 일을 하건, 소주를 마시건 인공위성처럼 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나를 띄워 놓는 것이지요. 가끔 위성의 궤적이 사라졌다해도 슬퍼하거나 당혹하지 말고, 새롭게 나고자 하는 마음을 쭈욱 밀다보면 놀랍게도 나를 둘러싼 현상계가 영화 <매트릭스>처럼 변화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오늘날 참스승을 찾기는 참 힘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주변 모든 것이 스승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작민(作民)을 서로 해줄 수 있는 벗이 있다면 더 할 수 없이 좋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영혼의 싹을 가꾸는 오늘날의 작민관들은 권위적일 수 없습니다. 친구에 가깝습니다. 고요한 새벽에 듣는 빗소리처럼.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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