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의 정치 시평

[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동북아와 한반도에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폭발력 10kt 이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진앙은 북한 청진 남서쪽 84㎞ 부근으로, 핵실험장이 위치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

기상청이 관측한 북한 핵실험의 지진 규모 5.04를 폭발량으로 환산하면 10±2kt(1kt=TNT 1000t 폭발 규모)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기존 1∼4차 핵실험의 폭발 규모 1∼7kt에 비해 두 배 수준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관측한 진도가 5.1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5차 핵실험 규모는 최대 20kt까지로 추정된다.

핵보유 국가가 된 인도와 파키스탄이 두 차례에 걸쳐 6개의 핵폭발 장치를 핵실험한 뒤 핵무장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북한도 앞으로 1년 이내에 핵무기를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두려운 일이다.

핵실험 도발의 주기도 짧아졌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2009년 5월과 2013년 2월 2, 3차 핵실험을 했다.

1차부터 4차까지는 3년 안팎의 간격이 있었다. 이번은 다르다. 4차 핵실험을 한 지 8개월 만에 감행됐다. 도대체 어떤 일이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가.

압박 일변도 대북정책 ‘실패’, 북한을 관리해야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은 핵과 관련해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전략탄도 로켓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의 성능과 위력을 최종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 핵무기가 사실상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선전포고다.

▲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9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외국인들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뉴시스

이제 북한의 핵무장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단계까지 왔으며, 사실상 핵보유 국가에 근접한 북한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는 지켜지기 어려운 목표가 된 셈이다.

북한은 또 성명에서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우리는 여러 가지 분렬물질에 대한 생산과 그 리용기술을 확고히 틀어쥐고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핵보유국 지위’와 ‘자위권’에 대한 언급과 함께 “미국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의 위협과 제재 소동에 대한 실제적 대응조치의 일환으로서, 적들이 우리를 건드린다면 우리도 맞받아칠 준비가 돼있다는 우리 당과 인민의 초강경의지의 과시”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는 규탄되고, 포기되어야 마땅한 망동이다. 북한정권이 주민들의 삶과 인권을 짓밟는 사상 최악의 독재체제이면서 무기 개발에 골몰하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북한에 대해 대한민국과 세계의 시민들은 규탄하고 비판하며, 핵없는 세상으로 북한이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실험에 거듭 경고와 제재를 해왔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3월에도 결의안 제2270호를 채택해 추가 도발에는 ‘중대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명시하는 등 북한의 핵 도발을 막는데 한 목소리를 내왔다.

미 국방부의 2004년 시뮬레이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용산에서 15kt 규모의 핵폭탄이 터지면 40만명이 즉사하고 22만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예측된다. 국제사회와 함께 온 힘을 다해 북한의 핵 도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 규모 5.0의 인공지진파 감지/뉴시스

더불어 이번 5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지금까지 강경 정책을 펼쳐온 정부 정책의 한계와 무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존의 압박과 제재 일변도의 대북 정책은 북핵을 억지할 수 없는 카드임이 입증됐음에도 우리 정부의 반응은 북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야당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날 뿐, 상황 대처에 대한 전략도, 책임감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압박과 비난, 북한정권 붕괴를 전제로 한 체제전환 정책은 이에 반발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군비 증강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져왔다.

국민의 안전을 지킬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언제부터 예상하고 어떻게 대비해 왔으며, 앞으로의 대응 방안은 무엇인지를 포함해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진행과정과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정보도 국가기밀이 아닌 한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생업에 종사하는 한편,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춰 평화와 통일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아무런 준비와 대응도,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현실적 해법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실시되는데도 국무총리와 통일부 장관이 서울을 비우고 지방을 찾았다가 뒤늦게 허겁지겁 돌아오는 부실 무능 대응으로 일관했다.

도대체 북한의 움직임과 권력 내부의 흐름, 핵개발 진행사항을 파악이나 하고 있는 것인가.

이 와중에 집권여당에서 나오는 무책임한 핵무장론과 군비 증강 카드는 우려할만하다.

북한의 핵실험은 자멸에 빠져드는 위험한 도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북한에 대한 협상과 압박의 지렛대를 확보해 한반도 관리를 해야 한다.

▲ 9일 오후 경기 포천 이동면 여우고개로 승진 훈련장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기동·화력 성능 시험에서 전차들이 목표물을 향해 불을 뿜고 있다./뉴시스

지난 8년간 무책임하고 무능한 강경 제재와 압박으로 우리는 북한에 대해 행사할 아무런 협상카드나 압박과 제재의 지렛대를 갖지 못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면서 북한 핵무장 가시화에 따른 종합적인 대책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북핵정책 실패 심각 수준…국민 수긍할 해법 제시해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기존의 ‘핵 해법’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대북 강경파든 온건파든 이제까지 접근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지적은 경청할만하다. 그동안 "강한 제재만으로는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북한의 핵위협을 끝낼 수 없다. 미국은 어느 시점에서 협상을 재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NYT는 10일자(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제재를 뛰어넘어, 오랜 해법들은 거의 예외 없이 어떤 형태로든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유일한 현실적 목표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전면 폐기가 아니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중지라고 말하고 있다"며 협상의 목표를 '핵 동결'로 설정했다.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 명징한 인식이 중요하다.

대북 제재에 대해 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가 ‘추가적인 중대 조치’를 취하기로 했고 여러 나라가 별도로 추가 제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이 적극 나서지 않는 한 큰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지난 7년여 동안 취해온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패했고 우리 정부의 강제와 압박 정책도 실패한 것은 이번 5차 핵실험으로 입증됐다.

최근 8년 동안 핵 문제가 급격히 악화되어 사실상 핵탄두 완성단계에 접어들고, 남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것은 대북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압박과 제재, 도발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전쟁 상황에 들어서는 비극이 잉태될 수밖에 없다. 이를 분명히 인정하고 기존 정책에 대한 재검토 및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 발전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의무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정치학)로 YTN 등 보도 및 종편 TV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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