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한필이 칼럼니스트]

대학(大學)

경1장(經1章)

6 修身爲本(수신위본)

自天子 以至於庶人   壹是皆以修身爲本

자천자 이지어서인    일시개이수신위본

이를 해석하면 이렇다고 합니다. 천자로부터 평범한 서민까지모두 한결같이 스스로를 닦는 것을 근본으로 여긴다.

이런 나라라면 아주 이상적이겠지요. 문장은 짧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선 나랏님이건 힘없는 백성이건간에 인생길에서 공통으로 지향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그 숙제에 대한 성적표는 세상에서 말하는 돈이나 권력과는 상관없는 그 무엇일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를 '도는 원리' O(영)사상으로 보면 이렇습니다.세상에 각기 다른 몸으로 다양한 일을 하면서 밥을 구하고 있지만 사실은 밥구하기만큼 중요한 것이 법(法)구하기입니다.

밥을 구하기 위해 법을 팽개치거나, 법을 구하기 위해 밥을 도외시하거나 해서 어느 한쪽만 택한다면 남는 장사가 못됩니다.즉, 부모와 처자권속을 먹여 살리는 일만큼이나 중요하게 법에 대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리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서 영혼을 한단계 더, 어떻게, 누가, 더 효율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냐란 과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제는 바로 영혼의 진화(進化 혹은 眞化)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는데 그 방법은 사람 수만큼 많습니다. 영혼의 진화는 필연적으로 어떤 각성(覺醒)이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그 각성의 시츄에이션이 참 다양합니다. 거문고를 타다가 각성한 이, 정육점 고기를 썰다가 각성한 이, 반란군에 가담해서 감옥에 갇혔다가 옥안에서 각성한 이, 과학자의 삶을 살다가 각성한 이, 종교에 귀의했다가 각성한 이, 병법(兵法)에 재주가 있었으나 '모든 것이 꿈이 아닐까' 회의하다가 각성한 이 등등 경우의 수가 많다고 합니다.

따라서 각성은 사회적 신분이나 재산의 많고 적음과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이와 연관된 다양한 설화들이 여러 종교적 기록물 안에서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면 지금 내가 가진 재산이 남보다 좀 적다고 해서 기(氣) 죽을 필요 없고, 좀 더 많다고 해서 갑(甲)질을 통한 행복감을 느끼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가치 평가의 패러다임이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영혼의 진화(進化)' 혹은 '영혼의 가계부'입니다.영혼의 대변(貸邊)과 영혼의 차변(借邊)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 하겠지요.

적자 가계부보다는 흑자 가계부가 훨씬 안정감을 많이 주겠지요. 그래서 이 가계부를 들춰보자면 '제왕의 가계부'가 '서민의 가계부'보다 못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따라서 이번 <대학> 구절은 공부의 주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출가자나 제왕, 돈 많은 부자뿐만이 아니고 육신을 가진 모든 존재가 '공부의 주체'라는 의미가 됩니다.

완성을 향해 흐르는 진화(進化)의 강(江)안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중에 예외인 존재도 없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봤자 도토리 키재기인 것이고, 결국은 절대(絶對)의 바다에 도달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어차피 할 숙제라면 미루지 않고 끝내는 것이 좋겠지요. 일터에서 상사 눈치보기, 집터에서 마눌님 눈치보기, 청소하기, 아이들하고 피곤해도 놀아주기 등등 일상의 모든 순간이 영혼의 진화를 위한 재료로 쓰인다면 더 할 수 없이 좋겠지요.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요. 샬롬!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