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겸 대기자] "다음달부터 난임시술비 지원 전소득계층으로 확대. 내년 7월부터는 남성육아휴직 급여가 월 최대 200만원씩 3개월간 지급. 3명이상 다자녀가구는 국공립어린이집 최우선 입소와 국민임대주택 입주시 우선권 부여."

정부는 최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한 저출산 대책의 내용이다. 610억~650억원이 들어가는 이번 대책으로 내년 출생아가 2만명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 최성범 주필

이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 상반기 전년 대비 출생아수가 대폭 줄어드는 등 저출산 문제가 시급하다. 이는 사회전반에 쓰나미로 다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10년간 안이한 저출산대책만...결과는 출산율 오히려 역행

지난 10여 년 간 저출산 대책을 꾸렸지만 아무런 정책적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출산율이 오히려 역주행하자 발등에 불 떨어진 격으로 분주한 꼴이다. 올해초 3차 저출산계획 시행에도 불구하고 1~5월 출생아수가 오히려 작년 동기대비 5.3%(1만명)이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저출산은 당장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도 한국 사회가 당면한 최대이자 최악의 난제다. 골드만삭스는 "저출산은 반드시 터지는 핵폭탄"이라고 경고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둘째였다.

저출산과 노령화가 겹치면서 인구 폭탄은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당장 내년 370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다. 1996년 생산인구 감소와 더불어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던 일본의 전례를 보면 아찔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정부의 저출산대책을 지켜보면 안이하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152조원을 썼다고 하지만 제대로 쓰인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각 부처가 자체 사업 예산을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둔갑시켰고, 저출산대책 예산도 막상 해당자로선 푼 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책 효과가 미미한 게 어떤 면에선 당연하다. 찔끔 찔끔 하나씩 보따리를 풀거나 보여주기 식의 정책으론 기대할 게 없다.

이번 대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혁명적인 발상은커녕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데 머문 느낌이다. 정부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내놓았다는 “퇴근할 때 인사하지 맙시다”와 “휴가 좀 써”라는 홍보 캠페인 문구는 너무 안이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국민의 생활 태도가 문제라는 태도다. 현실을 모르고 있다기보다는 여전히 보여주기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다. 주무장관의 입에서 쓰나미라는 표현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그나마 위안이다.

만약에 가상적국과 전쟁을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적의 공격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가진 모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려 할 것이다. 나라가 망하고 나면 모든 게 끝장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의 문제도 마찬가지로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이 지속된다면 나라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다. 국민이 없어지는 데 다른 말이 소용이 없다.

▲ 정부의 갖은 대책에도 불구, 우리나라 출산율은 역대 최저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근본적인 발상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달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0회 베페 베이비페어를 찾은 한 어머니가 육아용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따라서 저출산에 대해서도 국가안보와 같은 차원에서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보통의 경제정책과는 차원이 달라야 한다. 그래야 실효성 있는 대책을 기대할 수 있다. 나경원 국회 저출산고령화특별위원장도 최근 공청회에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실패하면 죽음이라는 자세로 달려들지 않고선 아무런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물론 일자리 문제, 높은 주거비용, 비싼 교육비의 문제가 저출산을 초래한 근본 문제이긴 하다. 이 문제들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도 없고, 정부의 힘만으로 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적극적인 이민 정책 등 혁명적 발상전환 필요

그렇다고 거시경제 변수만 쳐다보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특별한 저출산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국가 차원에서 과감한 재정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이 경제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저출산 대책 예산이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OECD 평균이 2.18인 반면 한국의 경우 0.57에 불과하다. 이번에 난임 부부 지원책이 나왔지만 이것만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난임 여부를 따지지 말고 출산을 하는 부부에겐 획기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전남 해남군의 양육 보조금이 좋은 사례다. 해남군의 경우 첫째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이상은 750만원을 지원한 결과 해남군의 합계출산율이 2.433명으로 전국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재정 여건이 나쁜 기초지자체가 하는 데 중앙정부가 못할 이유가 없다. 결혼과 출산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재정 여건 너무 따지지 말고 목적세를 신설해서라도 2000만원 이상의 출산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결혼 및 출산 기피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인 주거비용과 교육비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서민 임대 아파트 확충이 절실하다. 보금자리나 행복주택처럼 분양 방식보다는 영구 임대 아파트를 대거 건설하는 편이 낫다. 정부의 발상 전환이 아쉽다.

이와 함께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펴야 한다. 저출산 대책만으로 생산가능 인구 감소에 대처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동적으로 결혼 이민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벗어나 이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저출산은 모든 문제가 복합된 결과다. 단순한 저출산 대책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부인키 어렵다. 그렇다고 그냥 방관해선 모든 게 끝장이라는 각오로 임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처럼 국정 우선 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정도의 인식으로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혁명적인 발상전환을 기대해 본다.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와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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