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으로 읽는 오늘의 일본

[이코노뉴스=이동준 기타큐슈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 ‘자국민 보호’와 ‘테러와의 전쟁’을 주장하며 ‘안보관련 법제’를 힘으로 몰아붙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 이동준 교수

미군이 고전 중인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하기 위한 훈련을 눈에 띄게 강화한 가운데 지난달 25일부터는 남수단 PKO(유엔평화유지활동)를 위해 파견되는 자위대가 이른바 ‘현장으로 달려가는 경호(駆けつけ警護)’와 ‘숙영지 경호’ 훈련을 시작했다.

“(특히 미군이) 공격당했을 때 경호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자위대가 실질적으로 미군 경호요원의 임무를 맡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야마구치(山口)현 히로시마(広島)만에 면한 이와쿠니(岩国) 기지에 F35 전투기를 배치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등 일본내 미군 군사기지를 증강하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들은 10년 이상 계속된 미군 재편계획의 총결산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내각개편에서 새롭게 방위상에 취임한 이나다 도모미(稲田朋美)는 지난달 24일 “준비 작업에 일정한 목표가 섰다”고 말해 안보관련 법제 개정에 기초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훈련을 전면적으로 전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로운 임무’란 ‘현장으로 달려가는 경호’ 혹은 ‘숙영지 경호’로 불리고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부터는 모든 미국과 공동으로 이뤄지는 합동군사훈련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상정한 훈련을 적극적으로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지난 3월 29일부터 본격 시행된 안보관련 법제는 ‘현장으로 달려가는 경호’라는 구호 이상의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 함선의 방호,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기뢰 소해(掃海), 미국을 향하는 탄도미사일의 요격 등이 포함된다.

안보관련 법제는 “지구 반대편까지”라고 말해 자위대의 출동 범위의 지리적 제약을 완전히 없앴고, “빈틈없는 대응”이라고 말해 자위대의 항구적 파견을 가능하게 했다.

이 법제는 특히 ‘일본 유사시’ 이외의 위협을 모두 ‘회색지대 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평시에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다시 말하면 미군에 대한 작전 지원을 위해 언제든지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7일 일본 이와쿠니 미 공군기지를 방문해 군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와쿠니=AP/뉴시스 자료사진】

일본 정부가 말하는 ‘현장으로 달려가는 경호’란 이를 매우 상징적으로 표현한 슬로건으로 이해된다.

일본 자위대가 ‘현장으로 달려가’ 경호하겠다는 대상은 물론 해외파견 미국 부대 혹은 그 숙영지, 미군이 중시하는 외국 정부 소속의 군대이다. 현지의 일반 주민이 아닌 것이다.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분쟁지역에 들어가 ‘테러 대책’이나 ‘치안유지’를 명분으로 현지 주민들에게 총구를 겨눌 경우 거꾸로 일본 자체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이유이다.

하지만 미일의 군사적 일체화는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자위대가 일본 내 미군 시설인 이와쿠니 기지나 가와카미(川上) 탄약고에 대해 직접 경비에 나서는가 하면, 미 해병대와 공동으로 실전을 방불하는 이도(離島) 탈환 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미군 헬기에 자위대 요원이 동승해 지상전 훈련을 하는 것은 이제 거의 일상사가 됐다.

자위대는 이미 2년 전부터 미국의 국내 기지에 파견되어 미군과 공동으로 중동 지역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해왔다. 거대한 모스크나 아라비아 문자의 표식을 배치한 시설에, 할리우드 배우협회의 아랍계 배우가 현지 주민역할을 맡고 민간 군사회사의 전투원들이 테러리스트 역할을 하는 가운데 미군과 공동으로 시가전 훈련을 한 것이다.

주일미군 기지도 대폭적으로 증강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와쿠니 기지에 F35를 배치하는 계획이다. 이 계획의 골자는 현재의 FA18 호넷(항공모함 함재기) 16기를 수직이착륙 능력을 갖고 있는 F35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미 해병대는 CH46 헬기를 오스프레이(Osprey)로 변경해 이도(離島)에 대한 공격능력을 강화했지만, 여기에 더해 공중에서 전투기를 격추하거나 도시폭격 기능의 향상을 모색하고 있다. 그 핵심이 바로 F35의 배치인 것이다.

▲ 미국 항공모함 니미츠호에 착륙해 있는 차세대 전투기 F35C【샌디에이고=AP/뉴시스 자료사진】

F35기는 전장 15.7m, 폭 0.7m로 최대속도는 마하 1.6(시속 약 1,960km)이다. 속도는 F15 전투기(마하 2.5) 보다 떨어지지만, 현대전에서 가장 필요한 레이더망을 피하는 스텔스 기능과 상대측 전투기를 먼저 격추하는 탐지 기능이 뛰어나다. 더욱이 F35는 장기적으로 전술핵을 적재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이와쿠니 기지는 동북아시아 최대의 미군 기지로 변모하고 있다. 이미 오키나와의 후텐마(普天間) 기지로부터 KC130 공중급유기 2기가 이와쿠니로 옮겨온 이어, 2017년까지 아쓰기(厚木) 기지로부터 항공모함 함재기 57기가 이전될 예정이다.

항공모함 함재기, 스텔스기, 대형 수송기 등 최신 미군기 약 130기와 미군 1만5,000명이 이곳으로 집결되고 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바 있는 미국이 인근의 이와쿠니 기지를 다시 전략적 출격기지로 재활용하고 일본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역설이 공공연히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군사기지의 증강과 더불어 일본은 무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실질적으로 무기수출금지를 해제한 아베 정부는 공적 원조(ODA)의 군사전용을 허용했는가 하면, 지난해 10월에는 민간기업의 무기수출을 지원하는 방위장비청을 발족시켰다.

방위장비청은 자위대원 400명을 포함한 1,800명 체제로서 연간 약 2조엔(약 20조원)의 예산을 확보한 거대 관청으로, 이는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군수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1월 아베 총리의 중동 방문 시에는 이스라엘의 무인(無人) 전투기 개발 수주를 둘러싸고 기체나 탑재무기를 맡을 가능성이 높은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이나 원격제어기술을 담당할 NEC 등 군수산업은 물론이고, 은행, 상사, 건설회사 등이 대거 동행했다.

일본이 중동 등에 ODA를 제공하면, 그 돈으로 일본, 미국 등의 각종 기업들이 인프라 정비에 뛰어드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F35 전투기 부품 등 일본의 군수제품도 팔겠다는 의도를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과거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일본 총리는 “일본은 미국의 불침항모다”라는 말로 미국의 환심을 사면서 ‘보통국가’를 모색했지만, 제도적인 변화나 방위력의 실질적인 증강은 실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아베 정부의 거침없는 군사화 행보를 보면 불침항모론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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