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의 정치시평

[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대한민국에 위기 경보음이 갈수록 크게 울리고 있다.

동북아의 국제 정세는 구한말 위기상황을 떠올리게 할 만큼 미일중러 열강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분단된 남북관계는 대화 없는 대결과 함께 신냉전 상황에 들어섰다.

▲ 김홍국 편집위원

핵과 각종 무기를 증강하는 북한을 압박하고 제재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손을 잡고, 중국 및 러시아와 갈등하면서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되어버리는 최악의 지정학적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청년들은 사상 최악의 헬조선 실업난으로 아우성이고, 정년퇴직은 언감생심이고 명퇴에 잘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중년들, 미래가 없는 고령화사회의 노년층, 창의력 없는 주입식 교육과 특수고-일반고 차별에 지친 청소년들, 맞벌이에 출산 보육 교육으로 지쳐버린 여성들을 비롯해 국민 모두가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회 양극화는 극심해져 부유층의 부는 늘어난 반면 서민들의 삶은 구렁텅이로 내몰리고 있고, 금수저들의 갑질 횡포 속에 사회적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로 있는가? 시민들이 길을 잃고 아우성이지만, 이를 책임져야 할 정치지도자들의 안이하고 무책임하며 무능한 행태는 목불인견이다.

국정교과서 강행으로 역사를 퇴행시키고 있고, 독재와 독선을 찬양하는 반민주적 행태도 서슴지 않는 비정상적이고 비민주적인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과감하게 모순과 적폐를 시정하고, 중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야 할 정치권은 작동 불능의 상황 속에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국민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통합의 리더십 시급

리더십은 국가나 사회, 조직을 이끄는 과정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바람직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를 가진 나라나 사회는 성공과 발전을 이루지만,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불통과 권위적 성향의 지도자를 만나면 망국이나 쇠락의 길을 가는 사례들을 역사를 통해 봐왔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보드카를 마시고 있다./ CNN방송 캡처=뉴시스

과거에는 권위와 카리스마를 가진 영웅형 리더십이 중요했다.

이탈리아의 정치학자인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강력하고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을 중시했다. 그는 카리스마와 결단력을 갖춘 지도자가 기회주의적이면서 동시에 영웅주의적 요소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키아벨리는 통치자의 조건으로 역량·운명·기회·시대적 필연성·상황 적응력을 제시했다.

마키아벨리의 주장처럼 과거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황제 등 힘에 기반한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주목받았으나, 이같은 과거 시대의 권위주의형 리더십으로 21세기 현대사회를 이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통령 학자인 더글라스 론스트롬은 최고 정치지도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가족, 교육, 경험 등의 배경, 정당리더십, 의사소통능력, 대의회 관계, 대법관 임명, 경제관리, 운, 타협능력, 위험감수 의지, 행정적 임명, 전반적 능력, 상상력, 국내정책 성과, 성실성, 행정적 능력, 대외정책 성과, 리더십 능력, 지적 능력, 중대 실수 회피, 평가자의 전반적 견해라는 다양한 평가요소를 적용했다.

역시 대통령학자인 프레드 그린슈타인은 2001년 출판한 <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대통령의 자질로, 대중적 의사소통 능력, 조직적 능력, 정치 기술, 정책 비전, 인지스타일, 정서적 지능을 들고, 리더십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갈등의 양상이 단순했던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의 지도자는 복잡다양한 현안과 갖가지 사건사고에 대처하며, 중장기적인 발전 목표를 이뤄야하는 현대적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특히 개인의 이익이나 입장이 다르고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도 복잡하다는 점에서 전체를 균형되게 살피고 배려하는 한편 리더십의 필수 요소인 카리스마와 권한위임, 대국민소통 능력을 가져야 한다.

▲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개성공단 기업인·근로자·협력업체의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여야의 비판, 시민들의 고통을 경청하며 해법 내놓아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좀체로 치유하기 어려운 모순이 극대화되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이를 치유하려는 소통과 경청, 실천의 리더십, 헌신과 배려의 정신과 쉼없는 실천만이 해결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손을 놓은 사이 미일중러 열강들의 각축전 속에 한국의 외교는 갈 길을 잃었고,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공단까지 문을 닫으면서 남북 관계는 사상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

더구나 상대방의 최고 지도자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상처내기와 함께 체제 붕괴 및 전환을 의미하는 ‘레짐 체인지’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한반도는 전쟁을 불사하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빠져들었다.

민생과 경제도 최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이 1천257조3천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1분기말보다는 33조6천억원, 작년 연말보다는 54조2천억원 늘어난 수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25조7천억원, 11.1%나 폭증한 것으로,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대책들이 모두 무용지물이었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이 추세로 가면 연말에는 1천300조원까지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며, 가계부채를 포함한 우리 경제상황은 세계경제의 침체와 함께 연일 활로를 찾지못한 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일한 해법은 정치권이 추락한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들의 고통과 고뇌를 경청하는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해법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여권뿐 아니라 야권을 포함한 정치권의 비판을 경청하고 제안을 수용하며, 시민단체와 고통받는 시민들의 현장 목소리를 확인하고 해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근거 없는 낙수효과에 안주해 경제를 방치해온 정치권과 정부는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우리 경제를 회생시켜내야 한다. 출산 보육 교육 취업으로 연결되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언제쯤에나 안심하고 일상을 즐기면서 노후의 위기를 걱정하지 않고, 정부를 믿고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이제 곧 대선 국면에 진입하면 정부가 일하기 어려운 선거상황에 돌입하게 된다.

제대로 된 소통과 협치의 리더십이 발휘될 골든타임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그동안 안주해온 독선과 불통의 정치 행태를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협상과 조정력을 발휘하는 리더십이 서기를 소망해본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정치학)로 YTN 등 보도 및 종편 TV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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