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편집국장] 사상 처음으로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여야가 11조원 규모의 추경 처리를 한달 가까이 미루면서 추경의 ‘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아예 추경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달 2일 정부의 2017년 본예산 제출에 앞서 추경 처리가 무산될 경우 20대 국회는 출발선상에서 처음으로 추경안을 무산시킨 국회로 각인될 것이다.

이른바 '서별관 청문회'로 불리는 '조선·해운업 부실 원인 규명 청문회'에 참석시킬 증인채택문제가 불거졌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증인으로 참석시켜야 한다는 야당과 이에 버티는 여당이 타협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다급한데 한국 정치권은 증인문제로 한가롭게 공방만 벌이고 있는 셈이다.

내년도 본예산 편성안의 국회 제출 시한이 다음 달 2일인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추경이 늦어질수록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들의 구제가 지연되고 소비·투자의 회복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24일에는 유일호 부총리가 내년도 예산안 당정협의 자리에서 “추경은 타이밍이다. 추석전에 집행돼야 4개월동안 사업들을 완료할 수 있다”라며 조속한 추경 통과를 야당에 호소했다.

새누리당은 청문회 증인문제를 추경안 처리에 연계하는 전략을 철회하고 선 추경-후 청문회 합의를 지키라고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더민주는 최경안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청문회 출석 없이는 추경안 처리 불가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정치권의 공방에 한국 경제는 더욱 암담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추경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는 우리경제에 그나마 숨통을 틔워줄 불쏘시개 역할에 대한 기대마저 사그러들게 하는 형국이다.

정쟁으로 시간만 축내는 사이 한국 경제는 2%대 ‘저성장의 늪’에서 헤아나지를 못하며 19개월 연속 감소한 수출과 소비 위축, 대기업 구조조정이라는 3중고에 짓눌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유일한 성장 엔진 역할을 하던 수출은 세계 무역 위축 탓에 20개월 가까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 여파로 조선, 철강, 해운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산업들은 '대수술'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의 불쏘시개가 되고 일자리 감소를 막는 방어벽 역할을 해야 할 추경이 국회 문턱에 막혀있다.

민심을 외면하며 내년 대선 승리만을 생각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또한번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민생은 뒷전이고 집권을 위한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은 지난 총선에서 계파싸움에만 몰두한 여당을 심판한 민심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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