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리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 김선태 편집위원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어떤 책이 유익한지 또한 내가 필요로 하는 책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이코노뉴스는 독자들에게 책의 내용과 특징을 알려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김선태 휴먼앤북스 주간의 서평을 실는다.김선태 주간은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북토피아 이사, 내일이비즈 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출판업계에 종사해왔다. 김주간은 현재 휴먼앤북스 출판사 주간과 (사)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다. /편집자주

 

사경을 위한 숫타니파타

최초의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의 가르침을 한 자 한 자 베껴 쓸 수 있도록 한 책이 나왔다. 초기 불가에서 이 경전을 내내 암송하여 전하다 기원전 3세기경에 문자로 옮겼다.

원전은 1149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은 현대에 어울리지 않거나 중복되는 내용을 수정한 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다시 가다듬은 것이다.

불교에서 사경(寫經)은 공덕을 쌓기 위한 실천의 하나로 이해되는데, 이 책에 실린 내용은 보편적인 삶의 귀감이라 할 만한 것들이라 일반인들도 필사를 통해 느끼는 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책은 특수한 스프링 제본으로 만들어져 독자들이 편안하게 필사하도록 돕는다.

▲ 사경을 위한 숫타니파타 저자 진효 출판 휴먼앤북스 발매 2016.06.25.

더러는 여러 곳에서 인용되어 유명해진 구절들도 많다. 그 일부를 골라 본다.

이 세상에는 어떤 종류의 수행자가 있습니까?

세존께서 답했다. 수행자 중에는, 첫째 진리의 승리자가 있다. 의심을 극복하여 고통이 없으며 니르바나에 머물며 온갖 탐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람이라네.

둘째 진리를 말하는 자가 있다. 진리를 말하는 자는 의심을 끊어 욕망의 물결이 일지 않아 자신 있게 진리를 말하는 사람이라네.

셋째 진리대로 사는 자가 있다. 진리대로 사는 자는 진리 속에 살면서 말과 행동을 삼가고 생각이 깊고, 올바른 길을 가는 사람이라네.

넷째 진리를 더럽히는 자가 있다. 진리를 더럽히는 자는 남 앞에서는 진리를 지키는 척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탐욕스럽고 남을 속이고 쉼 없이 지껄여대며 속임수로 꾸미고 다니는 사람이라네.

- ‘대장장이 춘다’ 중에서

세존께서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 제자들에게 말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설하자, 반기사가 스승의 말을 듣고 쉽게 풀이했다.

첫째, 자기에게 고통을 주는 말이나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말을 하지 말라.

둘째, 애정이 담긴 말을 하라. 속마음에 없는 가식의 말을 하면 남들도 안다. 죄악에 찬 말을 삼가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하라.

셋째, 진실은 불멸의 말이며 영원의 법칙이다. 착한 사람들은 진리에 바탕을 둔 진실 위에 바르게 서 있다.

- ‘말을 잘 하는 방법’ 중에서

눈으로 보는 것에 대해 탐욕을 갖지 말라. 저속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맛에 탐착하지 말라. 세상에 있는 어떤 것이라도 내 것이라고 고집하지 말라.

고통을 겪을 지라도 결코 비탄에 빠지지 말라.

마음을 고요히 하라.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하지 말고, 게으르지 말라.

잠을 많이 자지 말라. 부지런하고 깨어 있으며. 거짓과 농담, 유희와 겉치레를 버려라.

- ‘수행자’ 중에서

세상은 무명에 덮여 있다. 세상은 탐욕과 게으름 때문에 빛나지 않는다. 욕심은 세상의 더러움이며, 번뇌는 세상의 커다란 공포이다.

누구도 남을 해탈시켜 주지 못한다. 오르지 자신 스스로 으뜸가는 진리를 안다면, 그것으로 인해 번뇌의 강을 건너게 되리라.

세상 사람들은 환희에 속박되어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 생각에 대한 애착을 끊어버림으로써 평안해질 수 있다.

사람들은 집착에 빠져 괴로워하며 늙어간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이를 잘 보면서 부지런히 집착의 헛된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고뇌에 찬 이 생존 속으로 다시는 들어오지 말아야 한다.

- ‘제자들에 대한 설법’ 중에서

가고 싶은 대로 가라. 누구를 해치지도 말고 두려움 없이 얻는 것에 만족해하며, 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자신있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쾌락은 실로 종류가 다양하고 달콤하고 매혹적이며 갖가지 모습으로 마음을 어지럽게 하나니 쾌락에서 생겨나는 불행을 잘 보고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남에게 봉사한다.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벗은 드물다. 인간이란 원래 제 이익만 생각하며 제 욕심만을 차린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중에서

책 말미에는 사경을 위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전문이 원문과 번역본으로 실려 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구절로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불교의 핵심 이치를 간결하게 요약한 260자 미니 경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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