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리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 김선태 편집위원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책이 유익한지 또한 내가 필요로 하는 책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코노뉴스는 독자들에게 책의 내용과 특징을 알려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김선태 휴먼앤북스 주간의 서평을 실는다.

김선태 주간은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북토피아 이사, 내일이비즈 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출판업계에 종사해왔다. 김주간은 현재 휴먼앤북스 출판사 주간과 (사)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다. /편집자주

10초만에 이기는 보고서

‘10초 만에 리더를 움직일 보고서 작성법’이라는 제법 거창한 주제가 담긴 책이 나왔다.

저자는 약관 27세에 소프트뱅크 비서실장으로 취임해 손정의 회장을 보필하며 나스닥 재팬 시장 개설 등 굵직한 비즈니스를 해결한 미키 다카노부 재팬 플래그십 대표다.

저자가 소프트뱅크에 입사한 때는 1998년으로 당시 나이 25세였다. 비서로 발탁된 그에게 손정의 사장이 내린 첫 임무는 ‘비즈니스에 대한 키워드 1만 개를 찾는 일’이었는데 주어진 시간이 고작 3일이었다.

이 황당한 일을 해결한 뒤에도 그는 무수한 보고서에 매달려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바른 숫자를 보면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손 사장의 한 마디 말이 지침이 되었다.

오랜 세월 이 일을 해내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보고서는 보자마자 무조건 전하고 싶은 내용을 바로 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손정의 회장처럼 1분 1초를 다투는 비즈니스 세계에 몸담고 있는 리더에게 올리는 보고라면 단지 10초 만에 내용을 파악하도록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이 대기업 회장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비즈니스의 규모와 분야를 불문하고 “단숨에 상대를 납득시킬 것을 핵심으로 하는” 보고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 이기는 보고서 저자 미키 다케노부 출판 다산북스 발매 2016.06.07.

보고서가 첫 머리에서 본질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내용이나 정의가 애매하다면 그다음은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 달리 말해 “10초 안에 납득시키지 못하는 보고서는 쓰레기나 다름없다”는 것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이 책을 어떤 회사 어떤 사람이든 응용 가능한 범용 매뉴얼로 만들고자 했다. 이에 따라 업무처리, 매출, 분석, 의사록, 프로젝트 관리, 파레토 차트, 회귀분석, 프로세스 분석, 프레젠테이션, 기획서 등 리더의 의사 결정을 필요로 하는 하나하나의 분야마다 그에 적합한 보고서 작성법을 제시한다. 대부분의 경우 나쁜 견본과 그 문제점을 들고, 해결책으로 소프트뱅크식 보고서 견본을 소개한다.

소프트뱅크식 보고서 특징...애매함이 일체 허락되지 않는다

소프트뱅크식 보고서의 특징은 애매함이 일절 허락되지 않는 데 있다. 실태와 현황을 선명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문제점을 뚜렷하게 밝힌다.

상대방이 보고 싶지 않거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까지 낱낱이 드러내는 동시에 충분히 논리적인 가설 위에 검증 가능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구체적인 작성법으로 들어가면 저자는 보고서의 유형별로 작성 포인트를 밝힌 다음 자신의 경험과 소프트뱅크의 사례를 들어가며 차근차근 작성 방법을 이어 간다. 포인트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해당 보고의 목적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업무처리 보고서의 포인트는 “실태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매출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윗선의 눈높이로 가설을 세워야 한다.” 요인 분석 보고서에는 “가장 설득력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회의 의사록은 “A4 용지 1장에 회의 내용을 담는다.” 프로젝트 관리 시트라면 “각 공정을 담당자 단위로 최대한 단순화”시킨다. 업무 현장의 문제점을 누적된 그래프로 처리하는 것을 파레토 차트라 부르는데, 이때는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여 복잡한 문제점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요컨대 심플하며 우선순위가 분명한 차트를 만들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치와 용어, 개념이 일체화된 이미지를 제시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자료가 프레젠테이션(줄여서 PT라고 부르는)용 보고서다. 이때 이미지는 원형으로 그리는 것이 좋다. 종종 PT 자료와 기획서를 혼동하는 일이 있는데, 전자는 보고의 주연이 사람이고 후자는 보고의 주연이 기획서 그 자체다. 전자는 보고자가 상대방을 보면서 말하는데 필요한 보조 자료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누군가에게 당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힘쓰라"

반면 후자는 만든 이의 손을 떠나 홀로 여기저기 떠도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야 한다. 기획서를 PT용 자료로 사용하다, 또는 그 반대로 하다 심심치 않게 재난급 사고가 일어나는 이유다.

저자는 PT 용 보고서 작성법을 설명하면서 비즈니스 현장에서 수없이 실패를 겪으면서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슬라이드가 범람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는 “정보량이 많은 슬라이드를 작성하면 뭔가 일을 했다는 착각을 하기 때문”이라며, 누구에게 노력한 것처럼 보이려 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당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힘쓸 것”을 주문한다. 종류 불문하고 모든 보고서 작성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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