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청호칼럼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리우올림픽의 주제는 환경과 화합이다. 남미에서 처음 열리는 올림픽이다. 전에는 브라질의 옛 수도였던 리우를 스페인어식으로 ‘리오 데 자네이로’(1월의 강)로 불렀다.

92년 유엔의 환경회의가 여기서 열리면서 우리 언론들도 리오를 리우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 남영진 논설고문

포르투갈 발음을 찾은 것이다. 포르투갈의 전설적 축구선수인 유세비오를 에우제비오로, 지금의 호나우도를 호나우두로 읽듯이. 이때부터 리우는 ‘환경지킴 도시’로 각인됐다.

리우가 더 유명한 것은 리우카니발이다. 국민 거의가 가톨릭 교도인 브라질이라 부활절 전 예수의 수난시기인 사순절을 앞두고 카니발을 벌인다.

무슬림들의 라마단과 비슷한 40일간의 금욕과 기도에 들어가기 전 맘껏 고기를 먹어두는 축제다. 카니발은 라틴어로 육고기를 뜻하는 ‘까르네’(carne)에서 왔다.

어머니날에 가슴에 달아드리는 피같이 빨간 꽃인 카네이션(carnation), 예수가 인간이 된 육화(incarnation)등이 같은 어원이다. 이 카니발이 원래는 예수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을 상징하는 화합과 용서의 축제였다.

코파카바나 해변서 모히토를 마시는 비키니 여성을 내려다보는 커다란 예수상이 리우의 상징이다. 고교때 호주의 시드니,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리우 데 자네이루를 세계 3대 미항으로 외웠다.

해변에서 선탠을 즐기는 관광객들과 호텔과 고급 휴양리조트, 그리고 비치발리볼 선수 등 어느 비치보다 풍요롭다. 여기서 예수상으로 올라가는 중턱에 고급주택가 ‘앙그라’가 있고 위에는 우리의 달동네인 ‘파벨라’가 있다. 예수가 두 팔을 벌려 빈자와 부자를 다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런 파벨라가 리우에만 1천여곳에 이른다. 브라질의 인기작가 파울로 린스의 ‘시티옵갓’(city of god)이라는 소설의 배경이다.

70년대 이 지역 빈민촌에서 일어나는 한 소년의 마약과 사랑 등 실제를 바탕으로 한 성장소설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거리에서 먹고 자고 자라는 ‘스트릿 칠드런’(street children)의 고향이다. 빈부의 격차가 너무 심해 가톨릭 해방신학이 자연스레 태동했다.

“배부른 상태로는 기도 할 수 없다”고까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눔을 강조한 헬더 까마라 대주교의 조국이다. 이 영향을 받은 예수회 출신의 베리고글리오 추기경이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교구의 대교구장을 거쳐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됐다.

▲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올림픽 개막을 축하하는 종이 꽃가루가 날리고 있다./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뉴시스

이탈리아 이민2세인 교황이 유난히 난민, 가난한자들에 대해 애정을 표시하는 건 신앙 이전에 개인 가족사가 바탕이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지금 탄핵중인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등이 60,70년대 반정부게릴라 활동을 했다.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브라질 국기 가운데 있는 마름모꼴로 상징되는 다양한 인종의 화합을 강조했다. 현재의 브라질인이 어떻게 이루어졌나를 역사적으로 조명했다.

원주민 포르투갈인 아프리카인 아라비아인 일본인 등 이 땅에 유입된 순서대로 각종 전통의상과 깃발로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각국 입장식 때 묘목을 실은 자전거가 선도하며 선수단이 씨앗을 심는 퍼포먼스를 했다. 브라질 국기의 녹색바탕인 아마존 우림의 풍부한 삼림을 ‘지구의 허파’로 보존하자는 메시지를 강하게 풍겼다.

영화 미션 등에서 나온 과라니아족 등 아마존 유역의 원주민이 이 대륙의 주인이다. 이들은 거의 몽골족의 피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빙하기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을 잇는 베링해가 얼어붙어있을 때 동쪽으로 넘어간 종족이다. 아메리카 인디안을 비롯, 마야족, 안데스산맥의 잉카족 등에서 몽골족의 특징인 어린아이 엉덩이에 퍼렇게 새겨진 ‘몽골반점’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우리 어릴 때는 아기가 태어날 때 ‘고고성’을 지르라고 삼신할머니가 아이의 엉덩이를 때려서 멍이 든 거라고 했다.

30년 전 우리와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의 라플라타시에 있는 인류박물관에 들렀을 때 이들이 같은 몽골족임을 알 수 있었다. 전시된 원주민의 옹관묘에서 나온 각종 도기와 빗살무늬 토기 등이 우리 선사시대 유물과 너무 비슷했다.

지금은 거의 멸종됐지만 안데스산맥의 동쪽인 아르헨티나 지역 산악에 살던 원주민들이 같은 몽골족의 핏줄이었던 것이다. 결정적인 피의 유사성은 지금도 시골의 장터 한 구석에서 파는 참빗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무를 잘게 칼질해 결을 내고 대나무로 가운데를 고정하고 실로 묶은 어릴 때 어머니가 쓰던 그 참빗이었다.

▲ 리우 카니발

아마존삼림 지역은 원주민들이 사냥하기엔 너무 넓었다. 포르투갈의 군인만으로는 이 넓은 브라질의 삼림을 관리할 수 없었다. 울창한 열대우림을 태우고 개간해 사탕수수와 커피를 심었다. 세계 1위 수출품이었던 브라질의 산토스 커피다.

원주민들이 점점 아마존 깊숙한 삼림으로 도망가 노동력이 달리자 아프리카에서 흑인노예를 데려다 플랜테이션 농장을 더 크게 만들었다.

이 후예들이 유명한 펠레 자일징요 호나우지유 네이마르 등 브라질 삼바축구를 만든 아프로 브라질인이다. 백인 식민자의 후손이 개막식에서 우아하게 캣워크를 선보인 세계적 모델 지젤 번천이다.

황인종인 원주민에 이어 백인과 흑인이 함께 살았다. 커피와 사탕수수를 팔려고 레바논 시리아 등 아리비아 상인들이 몰려오고 드디어 20세기 초에는 일본인들이 집단 이주했다. 일본인들은 주로 화훼나 약재를 재배해 도시의 꽃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커피농장, 파인애플 사탕수수농장, 사금채취를 위해 우림을 불 지르고 나무를 잘라냈던 백인들이 이제는 지구의 환경을 지키자고 교토의정서에 이어 탄소배출권 규제를 스스로 제안한다. 제3세계 국가들은 이제 산업화 하려는데 선진국들이 너무 규제한다고 소리를 지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은 더 이상 화력발전소를 짓지 않는다. 강도와 소매치기의 도시인 리우가 지구의 환경을 복원하는 첫 발걸음이 된 것이다. 19세기말 근대올림픽이 스포츠를 통한 인류평화를 수립하자는 목표에서 시작했듯이.

※ 남영진 상임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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