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리뷰-4.중국의 반격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 김선태 편집위원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책이 유익한지 또한 내가 필요로 하는 책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코노뉴스는 독자들에게 책의 내용과 특징을 알려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김선태 휴먼앤북스 주간의 서평을 실는다.

김선태 주간은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북토피아 이사, 내일이비즈 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출판업계에 종사해왔다. 김주간은 현재 휴먼앤북스 출판사 주간과 (사)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다. /편집자주

 

중국의 반격-더 이상 중국 보너스는 없다

“툭하면 위기요, 붕괴다.” 책은 중국 경제를 보는 서방의 시각을 이렇게 요약한다. “거시 경제 지표가 나빠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중국 경제에 붕괴 조짐이 나타난다고 떠든다. 외신 대로 하면 중국은 이미 수십 번 망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 중국의 반격 저자 중앙일보 중국팀 출판 틔움 발매 2016.04.30.

 

중앙일보 중국팀은 한중 수교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중국 현지에 머무르며 중국의 실체를 보고 기록해 온, 매우 드문 민간(언론) 조직이다. 중국 경제를 그 역사적 맥락과 내밀한 실체의 총화로 파악해 낼 토대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주장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3중 구조를 지닌 경제체제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국가의 모든 기구를 장악하고 통제하며 관리한다. 중국공산당은 1921년에 설립되어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일본과 국민당을 밀어내고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다. 이 공산당이 모세혈관처럼 중국 전역을 파고든다. 각급 정부기관에서 학교 협회 국유기관 심지어 일정 규모 이상의 사기업에도 당 조직이 뻗어 있다.

중국 경제의 성격도 간단치 않다. 중국은 한 나라지만, 나라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은 여럿이다. 서로 다르며 외견상 배치되기까지 하는 체제가 공존한다. 서구식 자본주의, 아시아 특유의 유교식 경제체제, 그리고 사회주의 시장경제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어느 한쪽만 보아서는 중국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책은 그 상관관계를 설명하면서 중국 경제의 변화 양상과 한중 관계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그 연장선상에서 책은 “중국 보너스가 사라진 결과 한국 경제는 거대한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중국의 반격’이라는 표현으로 집약한다. 특별히 전체 5개 장 가운데 2개 장을 이 문제에 할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인구 보너스’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다.

'인구에 힘입은 성장’이라는 뜻이다. 이를 응용하면 ‘중국에 힘입은 성장’은 ‘중국 보너스’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 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임가공 공장을 대거 중국으로 옮겼고,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의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 경제에 ‘축복’이 되었다.

지금도 한국 수출의 약 25%가 중국으로 간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중국 보너스의 역할은 컸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다. 불황의 그늘은 깊었지만 그 와중에 떠오른 브랜드가 3개 있다. 하나가 삼성 '갤럭시', 다른 하나가 ‘현대차’이고 나머지 하나가 ‘유커(遊客)’다. 이들 3개 브랜드의 공통점은 중국이다.

삼성은 한때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에서 세계 판매량의 20%를 채웠다. 그리고 유커 600만 명 시대가 도래했고, 그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34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사라진 보너스, 떠오르는 리스크

지금은 어떨까? 이제 그 보너스가 사라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단적으로 빠른 속도로 결합하는 중국 기업의 기술력과 시장 장악력은 세계 도처에서 한국 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

스마트폰은 이미 중국 현지업체에 추월당했고, 자동차도 위험하며, 유커로 얻는 혜택은 덤핑 관광 등으로 심하게 왜곡되었다. 중국 기업은 이제 어지간한 중간재는 자국에서 조달한다. '중국의 수출 증가는 곧 한국의 중국 수출 증가'라는 등식은 사라졌다. 오히려 중국이 한국의 경쟁력 있는 기업을 빨아들이는 중이다. 가전은 이미 중국에 넘어갔고 철강과 조선, 석유화학까지 차례로 위협받고 있다.

지난날 한국산을 최고로 치던 중국 원단 상인들이 이제는 한국이 아닌 이탈리아로 간다. 한국에서 섬유는 사양산업화한 지 오래다. 1969년에 설립된 울산의 카프로는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회사로, 한국 석유화학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대에 중국에서 밀려드는 주문으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이 회사의 수출 실적이 2014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근 3년 사이 주가가 10분의 1토막 났다.

올 상반기 내내 시끄러웠던 대우조선해양 문제가 말해주듯 30여 년간 달러박스였던 조선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부터다. 우리가 “남해안 일대는 세계 최강 조선 벨트”라며 으스대는 사이 중국은 ‘선박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주문은 사라지고 난립한 독들은 비어 가는데 중국은 저가 물량마저 휩쓸어 갔다.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세게 최대 선박 건조국이 된 지 6년 차, 한중 조선업체 사이의 간극은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다.

우리가 이전에 그러했듯 중국은 1990~2000년대에 외국에서 부품을 들여다 조립해 수출했다. 한국은 그 주요 수혜자였다.

예를 들어 LG필립스가 파주에서 LCD 모니터를 만들어 넘기면 중국 장쑤성 소니TV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Made in China’라는 라벨을 붙여 팔았다. 당연히 제품이 값싸고 품질 좋으니 인기가 있어 많이 팔렸는데, 중국 정부는 이후 주요 부품을 자국 내에서 조달한다는 ‘생산 공정의 국내 통합’을 추진하여 상당한 성과를 올리기에 이른다. 급기야 중국에 진출한 우리 대기업들도 대부분의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으니 한국에서는 점점 더 할 일이 없다.

한국 경제의 딜레마, 중국

올해 터진 ‘상하이 증시발 공포’를 보며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경제를 시한폭탄에 비유하고 정치군사적 슈퍼파워인 미국과 비교하여 중국을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국가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왕핑옌이라는 기업가는 국유기업에 먹히지 않기 위해 중청신탁투자로부터 30억 위안, 약 5400억 원을 조달했다가 탄가 하락으로 빚더미에 올랐고 자신이 구금되기까지 했다. 덩치를 불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많은 기업들이 “은행의 자비로 연명”하는 중이고 그럴수록 중국 금융시장의 왜곡은 심화된다. ‘중국식 그림자금융’의 속살이다.

중국의 스케일이 워낙 크다 보니 때로는 ‘한 도시가 통째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네이멍구 자치구에 위치한 오르도스 시는 ‘중국의 두바이’라는 칭송을 들으며 급성장했지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뒤 부동산 거품과 인플레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손을 뗐고 지금은 텅텅 빈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책은 중국식 국가 주도 시장경제가 지닌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덩샤오핑이 말한 ‘조롱경제론’에서 시진핑 ‘두 손 협력론’이 이르기까지 논리적 보완을 거듭해 왔음에도 중국 경제에 더 이상의 고성장은 어렵다는 진단을 내린다. 그럼에도 과도한 위기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14억 인구, 9억 노동력의 중국 시장에 내수 전환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반증으로 든다. 지금의 6%대 ‘낮은 성장’이나 증시 혼란 양상이 “전환기 경제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통일 뿐”이라는 중국공산당의 해석을 인용한다.

눈을 돌려 우리의 처지를 볼 때 분명한 것은 “중국이 한국 경제에 거대한 딜레마로 다가온다”는 진단이다. 보너스는 사라지고 리스크는 증가하고,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한중간 경제협력은 여전히 중요하며, 그 핵심은 역시 기술”이라며, 최근 급부상한 한국 화장품을 그 사례로 든다.

중국의 중요성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면, 지금처럼 양국 관계가 과도기적 양상을 보일 때 기회를 잡기 위해 매진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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