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리뷰-2. 골든 그레이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책이 유익한지 또한 내가 필요로 하는 책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 김선태 편집위원

이코노뉴스는 독자들에게 책의 내용과 특징을 알려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김선태 휴먼앤북스 주간의 서평을 실는다.
김선태 주간은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북토피아 이사, 전 내일이비즈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휴먼앤북스 출판사 주간과 (사)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등 오랫동안 출판업계에 종사해왔다. /편집자주

 

 

 

골든 그레이

‘비전멘토링’ 분야의 개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한국비전교육원 강헌구 원장이 중년 이후의 성공적인 삶을 설계하도록 돕는 책을 펴냈다. 인생 전반 50세 이후 후반 50년을 평범한 실버가 아닌 화려한 ‘골든 그레이’로 살아간 사람들의 값진 사례, 그리고 저자의 조언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겉으로는 분명 노인인 두 남자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얼마 전 러시아 갔다더니 언제 오셨나?”

“어제 저녁에.”

“그래 간 일은 잘 되었나?”

“음, 앞으로는 그쪽 일이 더 많아질 거라네. 그래서 여름엔 러시아, 겨울엔 한국에 있는 떠돌이 신세가 될 것 같아. 스웨덴 쪽 일도 늘고⋯.”

“잘 나가시네 그려. 와인이나 한잔 사게.”

“내가 60 넘은 나이에 그거 하나 못 사겠나.”

▲ 골든 그레이 저자 강헌구 출판 쌤앤파커스 발매 2016.07.04.

골든 그레이...자신감 넘치는 100세 시대의 선두주자

골든 그레이는 이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일을 계속하고 매사 자신감이 넘치며 규칙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100세 시대의 선두 주자들이다. 그들에게 주름과 백발은 아무 의미가 없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 가운데 이런 삶을 즐긴 이들이 적지 않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갈렙은 모세를 도와 여러 고비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린 인물인데, 그는 85세가 되어서도 자원하여 전장에 나가 헤브론 산지를 정복하는 등 공을 세웠다.

미켈란젤로는 89세가 되도록 손에서 작업 망치와 끌을 놓지 않았다. 제자들이 쉴 것을 간청하자 그는 “저승에 가서 쉬어라. 거긴 할 일이 없을 테니까” 하고 대꾸했다. 피카소도 90세가 되도록 창작에 매달렸고, 뉴턴은 85세에 영국 조폐국장으로 일했으며 슈바이처도 80이 넘도록 아프리카에서 환자를 돌보았다.

저자는 마음먹기에 따라 누구나 이런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남들과 다른 노년을 선택한 사람을 점점 더 자주 만날 수 있다.

이경자 씨는 19세에 결혼해 15년 동안 순종적인 전업주부로 살다 34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유명 헤어드레서 밑에서 악착같이 일했다. 40세에 귀국한 그녀는 ‘그레이스 리 미용실’을 열었고 이후 눈부신 성공을 거듭하여 1980년대 한국 미용계의 신화로 우뚝 섰다. 그런 그녀가 72세가 되자 통영으로 내려가 중국 요리를 시작했는데, 이후 사람들은 그녀를 ‘중국요리 이 선생’이라 부르며 존경했다.

‘골든 그레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노년을 청춘 시절보다 더 활기차고 화려하게 보낸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성취를 이웃과 나누고자 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84년 동안 수많은 분야에서 미국인들의 귀감이 되었고, 때로는 미 대통령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과학자로서 자신의 발명품에 특허 출원을 하지 않았고, 말년에는 자서전을 써 유명한 13 덕목을 남겼는데, 그가 만든 ‘프랭클린 다이어리’는 지금까지도 세계인들이 즐겨 사용한다.

골든 그레이의 삶...노동을 즐기며 부에 얽매이지 않는 삶

‘골든 그레이’의 삶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노동을 즐기는 삶이며, 부를 추구하되 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다.

폴 마이어는 미국 보험 역사상 전무후무한 판매기록을 남기며 겨우 27세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이후에도 그의 재산은 계속 불어났다. 그러한 마이어가 82세로 타계하기까지 55년간 지킨 것이 “오전에는 열심히 돈을 벌고, 오후에는 번 돈의 50%를 나눠주는 일”이었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66세이던 1901년 US스틸을 인수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었다. 그날부터 세상을 떠난 1919년까지 18년 동안 그의 목표는 ‘자신의 재산을 다 쓰고 죽는 것’이었다. 더불어 그는 ‘부자의 비밀을 찾기 위해 성공한 기업가들을 인터뷰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다녔다. 하지만 이 일에 최소 20년은 걸릴 것이라는 그의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아섰다. 마침내 나폴레온 힐이라는 잡지사 기자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리하여 탄생한 책이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5000만 부 이상 팔리며 성공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생 후반전을 골든 타임으로 만들기 위해 미리 갖춰야 할 조건은 없다. 그럼에도 성공적인 골든 그레이로 진화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일은 많다.

자신의 '고유 도메인'...오리지널리티, 차별화, 유니크 등 갖춰야

저자는 이 책 후반부에서 주로 이 문제를 다루면서 특별히 ‘고유 도메인’을 강조한다. 인터넷 주소(도메인)가 아닌, 전문화된 지식ㆍ활동ㆍ개념처럼 사적인 고유 영역 말이다. 자신의 ‘도메인’이 50년 동안 힘을 발휘하려면 적어도 다음 조건 중 몇 가지는 갖춰져야 한다.

첫째 오리지널리티.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처음 생각해낸 개념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차별화. 꼭 최초가 아니라도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영역이 필요하다. 가장 편안한 장소, 가장 깔끔한 청국장 같은.

셋째 유니크. 나다운 도메인이다. 다른 사람도 해낼 수 있고 나보다 잘할 수도 있지만 나다운 탁월함과 새로움을 구현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넷째 프로액티브. 세상을 딱 반 발짝 앞서가면서 미래의 시각으로 현재를 보는 것이다. 너무 많이 앞서가 있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목전의 현상에 집착하지 않는 시대감각을 말한다.

이런 자세로 하나의 전문 분야에 6만 시간 이상 집중하면 스스로 ‘지식의 블랙홀’이 되어 주변의 정보를 자유자재로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프로페셔널’이라 부르면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의 일화를 들려준다.

파인만이 대학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누가 접시를 떨어뜨렸는데 그 순간 주위의 휘장이 크게 흔들렸다. 파인만은 그 자리에서 접시와 휘장의 움직임을 계산하여 휘장의 회전 속도가 진동 속도의 두 배임을 밝혀냈다. 흥분한 그가 동료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동료는 대체 그걸 무엇에 쓰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파인만은 이 문제를 계속 파고들어 이후 ‘파인만 다이어그램’이라 불리게 된 기술 방식을 고안해냈고, 그것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주: 파인만 다이어그램은 소립자들의 상호작용을 도식화한 것인데, 복잡한 수식으로 표현하던 기존 양자(전기)역학의 기술을 간결하게 시각화함으로써 현대 이론물리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