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리뷰-1.미래를 여는 생각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 김선태 편집위원

어떤 책이 유익한지 또한 내가 필요로 하는 책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코노뉴스는 독자들에게 책의 내용과 특징을 알려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김선태 휴먼앤북스 주간의 서평을 실는다.

김선태 주간은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북토피아 이사, 전 내일이비즈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휴먼앤북스 출판사 주간과 (사)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등 오랫동안 출판업계에 종사해왔다. /편집자주

 

미래를 여는 생각...66인의 위대한 경제사상가들

인류 역사 속에서 동시대나 후대의 경제관념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쳐 그 파급력이 오늘에까지 이르는 인물들이 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로 이 분야에 풍부한 식견을 지닌 저자 리자 니엔하우스가 위대한 경제사상가 66인을 선정하여 그들의 생각을 간단명료한 문장으로 전해준다.

경제사상 입문서라 할 이 책에서 저자는 단편적인 요약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인물들에게서 현재적 의미를 지닌 생각을 중점적으로 탐구한다.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경제 문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사유의 단초와 때로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

▲ 미래를 여는 생각 저자 리자 니엔하우스 출판 리오북스 발매 2016.06.27.

경제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관계하듯, 인물들의 관심사도 실로 다양하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케인스는 우리에게 경제공황을 가르쳐주고, 하이에크는 시장에서 과잉투자가 발생할 경우 중앙은행의 금리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리처드 머스그레이브는 국가 차원의 의무교육 필요성을 역설하고, 아인 랜드는 개인의 자유가 내린 축복을 부르짖으며, 더글러스 노스는 작은 국가 간에 발생하는 경쟁의 장점을 집어준다.”

서양 철학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플라톤에게서 저자는 정치경제학의 토대를 발견하는데, 특히 “탐욕은 인간의 부를 늘리는 원동력이지만 무절제한 탐욕은 사회악의 근원”이라는 주장이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후대의 경제사상가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플라톤은 이러한 관점에서 철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덕목으로 도덕적 무결함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이기주의라는 인간 본성과 18세기에 발달한 분업 시스템에 기초하여 '국부론'을 썼다. 스미스는 하나의 학문 영역으로서 국민경제학 체계를 완성했을 뿐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의 운용, 나아가 시장의 세계화와 관련하여 지금 읽어도 참신하다고 여겨질 만한 다양한 관점을 펼쳐 보였다.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은 산업혁명 이후 인구성장률이 감소세로 접어들면서 빛을 발하기는 했지만 그가 경고한 식량문제는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다른 원인에 의해 심화되는 중이다. 맬서스와 달리 헤르만 하인리히 고센은 생전에 빛을 보지 못한 채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확립한 ‘한계 효용 체감과 균등의 법칙’은 인간의 선택 행위를 수학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지금도 중요성을 인정받는다.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게오르크 리스트는 자본주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늦었던 독일의 상황을 배경으로 ‘후진국이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방법’에 몰두했다. 리스트는 무역 장벽으로 선진국의 수출품을 규제하는 한편 국가 간의 공정한 거래와 이익 분배에 관해 많은 혜안을 남겼다. 보호관세나 육성관세를 둘러싼 “리스트의 사상은 지금도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운동 법칙을 밝히면서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와 주기적 공황 그리고 노동자의 연대를 통한 사회주의 운동의 확산을 예견했다면, 로자 룩셈부르크는 “낭만적인 감수성과 어떤 상황에서도 굽힐 줄 모르는 강인한 성품을 모두 갖춘” 여성이지만 동시에 당대 대표적인 좌파 경제이론가로 “자본주의는 팽창욕이 내재된 체제이므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자신의 이론에 따라 스스로 반제국주의 투쟁에 나섰고, 그 결과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칼 폴라니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개념을 수용하고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거대한 전환' 등에서 독자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고삐 풀린 시장경제 체제는 제 무덤을 파고들어 종내 사회 시스템을 파괴하고 만다.” 그 대안으로 폴라니는 자본주의 경제를 국가의 감독 아래 사회로 편입시킬 것을 주장했다. 오늘날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어느 지점에 위치한 ‘중용’의 논리를 펴는데, 저자는 그들이 대체로 “폴라니가 닦아 놓은 목초지”를 거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칼 멩거 “재화 희소성과 한계효용에 의해 결정” ...주관적 관점 강조

칼 멩거는 “재화의 가치는 희소성과 한계효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유명한 명제와 함께 경제학에서 주관적인 관점을 강조하며 현대 경제학의 포문을 열었다. '국민경제 이론의 원칙'에 담긴 그의 사상은 객관적인 가치 척도에만 매달리던 기존 경제학계의 패러다임을 전복시켰는데, 이를 학자들은 고전주의에서 신고전주의로 이행하는 ‘한계혁명’이라고 규정한다.

헨리 헤즐닛은 경제학자가 아닌 언론인으로서 전후 미국 최고의 경제사상가로 인정받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멩거와 같이 자유방임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헤즐닛은 장기적인 관점의 경제정책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훌륭한 경제정책이란 실질적인 효과와 더불어 장기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술”이며, 국가의 개입은 “단기적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막대한 손실을 입”힌다. 당연히 케인스와 대척점에 서 있던 그의 논지는 폴 새뮤얼슨과 루트비히 폰 미제스를 비롯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비슷한 시기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가격이 시장을 자발적으로 조정하므로 국가가 경제 프로세스에 개입할 근거가 없다”는 이론으로 이 논의를 더욱 발전시켰다. 그에 이르러 시장은 자유와 거의 동의어가 되었고, 이러한 자발적인 질서 하에 바야흐로 인류가 수 세대를 거치며 이룩해 온 문명이 시장경제에서 절정을 맞이할 것처럼 보였다.

조지프 슘페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의 담당자인 기업가의 역할을 정의함으로써 이 논의를 더욱 공고화했다. 슘페터는 기업가가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은행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했는데, 아쉽게도 후자의 논의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오늘날 금융 거래를 빼고는 현대 세계 경제를 논의조차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슘페터의 사상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들어 세계적인 차원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다양한 논의가 쏟아져 나왔다. 빌헬름 뢰프케는 ‘유동성 함정’이라는 개념과 함께 시장경제에 윤리적인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발터 오이켄은 같은 맥락에서 “국가가 나서서 탄탄하고 신뢰할 만한 질서의 틀을 잡아주어야 시장경제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총리를 지내기도 한 루트비히 에르하르트는 이러한 사상을 경제정책에 도입하면서 ‘사회주의시장경제’를 이론화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상과 같은 논의의 정점에 서서 실물경제를 지휘한 인물로, 저자는 그를 ‘세계경제 위기의 구원자’이자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로 추켜세운다. 정통 경제학의 입장을 정면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 케인스 이론은 미국 경제와 나아가 세계 경제를 대상으로 행한 일련의 성공적인 예측과 실험을 통해 확고해진 것이다. 그는 1차 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에 지나친 배상금이 부과됨에 따라 세계 경제가 재앙을 맞으리라 예견했고(2차 대전 발발), 1926년에는 당시 영국 재무장관 윈스턴 처칠의 금본위제도가 실패할 것이라 보았다(제도 도입 5년 만에 폐지).

세계 각국 정책...케인스주의와 반케인스주의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

이어 1929년 세계 경제공황이 발발하자 각국은 주류 이론 대신 “공공지출을 통해 총수요를 증가시킨다”는 케인스 이론을 앞다투어 채택했다. 이로써 오늘날 세계 각국의 경제 정책은 기본적으로 케인스주의와 반케인스주의라는 두 관점의 역학관계에서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책에 소개된 66인의 사상가들은 각자 독창적인 이론과 주장으로 시대를 앞서 갔지만 그들 개개인의 삶도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경제학이 본질적으로 사회 구성원 전체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방법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눈은 사회와 세계를 향해 열려 있고 그들의 머리는 시대의 첨예한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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