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 남경우 대기자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정치생태계가 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는 변화 혹은 전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의 패턴’에 대해 수없이 많은 모형을 제공하고 있는 전통고전 주역(周易)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판단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역 읽기에 필요한 몇 가지 배경지식을 소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점치는 법을 알아야 주역을 읽을 수 있다

점서(占書)로 출발한 주역은 공자의 해석을 거친 후 경전(經典)의 지위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전한(前漢) 후한(後漢) 시기까지도 주역은 주로 점서로서 활용되었다. 위진 시기 왕필(226~249)이 주역을 의리(義理)적 입장에서 해석하기 시작한 후 정이천(1033~1107)에 이르기까지 의리주역(義理周易)이 대세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주희는 점치는 책으로서 주역을 거론하길 꺼려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점서로서 주역을 이해하지 않으면 역의 진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진정으로 의문을 가져야 점을 칠 수 있다

점을 치려면 점치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 가령 북한 문제에 대해 점을 쳐본다면 우선 질문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

북한은 1년내에 망할까? /북한은 5년내에 망할까? /북한은 발전할까? /북미간 평화협정이 맺어질까? /남북간 긴장상태는 언제나 풀릴까? /김정은의 권력은 얼마나 공고할까? 등등 수 많은 질문이 가능하다.

이중 남북간 북미간 북중간 북러간 동아시아 정세로 볼 때 가장 적절한 질문이 무엇일까를 찾아내는 것이 점치는 사람의 첫번째 과제다. 만일 점치는 자가 ‘북한은 1년내에 망할까’하는 의문을 던졌다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질문을 제기한 것이다.

북한 조기붕괴설은 30여년간 남한에서 시시때때로 횡행했던 가설이다. 하지만 북한은 건재하다. 붕괴설은 현실성이 없다.

그러므로 붕괴설을 기초로 한 작괘(作卦)는 잘못된 것이다. 작괘를 할 때 ‘의문’은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고 모든 조사와 분석을 종합한 후 그래도 풀리지 않는 점을 의문(疑問)해야 한다.

이점은 개인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풀을 수 있는 것과 풀리지 않는 것 사이에 늘 긴장이 존재한다. 명분과 실리 사이도 그렇다. 명분과 실리가 같이 움직이는 사안이라면 판단이 쉽지만 어긋나는 경우라면 결정이 쉽지 않다.

질문을 정확히 만들기 위해서는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점을 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고요히 만든 다음 풀리지 않는 숙제에 대해 다각도로 음미해야 한다. 그런 후 점치는 도구를 이용하여 작괘해야 한다.

점치는 방법 두 개의 사례를 소개한다. 하나는 50개의 서죽을 이용한 방법이며 하나는 주사위를 사용하는 법이다.

전통적으로는 산가지 50개로 작괘하는 법이 있다.

▲ 주역점을 치는데 사용되는 산가지 50개.

아주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른 방법으로는 주사위법 동전법 책페이지를 열어 작괘하는 법 등 다양하다. 약식이라고 한다.

▲ 약식으로 주역점을 치는데 사용되는 3개의 주사위.

최근 술사(術士-점치는 사람들)들은 약식을 선호한다. 약식이라 하여 작괘의 의미와 엄숙함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짧은 시간 내에 시행하여 집중성을 고도로 높여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고도 한다

점치는 것을 가벼이 여기면 주역의 진수를 터득할 수 없다

하나의 예다. 어떤 의문을 풀기 위해 주사위를 사용했다. 위 사진에 주사위가 세 개 있다. 정8면체 주사위 두 개와 정6면체 주사위 한 개다. 정8면체 주사위 두 개는 상괘와 하괘를 상징한다. 상괘와 하괘가 중첩되어 64괘중 한 괘를 이룬다.

위 사진에서는 분홍색 주사위가 상괘이고 붉은 색 주사위를 하괘로 정했다. 상괘(분홍색)는 1이며 하괘(붉은색)는 5다. 1은 괘명은 乾 괘상은 天이다. 5는 괘명은 巽 괘상은 風이다. 상하괘가 중첩되어 천풍구(天風姤)괘가 나왔다. 64괘중 44번째의 괘다. 정6면체 1은 44천풍구괘 중 초효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만일 3이 나왔다면 3효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다음은 구괘의 괘사와 효사다.

姤卦第四十四

姤, 女壯, 勿用取女.

初六, 繫于金柅, 貞吉, 有攸往, 見凶, 羸豕孚蹢躅.

어떤 의문에 대하여 44번째 천풍구괘 초효의 괘사와 효사가 나왔다. 주역점을 해석하는 일은 '어떤 의문'과 위에 나온 괘상과 괘사와 효사를 곱씹어 보면서 '어떤 의문'의 맥락을 더듬어 보고 판단을 내리는 일이다.

위 괘의 괘사 姤, 女壯, 勿用取女.(구 여장 물용취녀)를 풀이한다면 여자가 강성해지는 시기이다. 이럴 때 여자와 다투는 일을 당하면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가령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의원과 대권을 다투던 당시 이 괘를 뽑았다면 떠오르는 여성에게 곤경을 당하는 형상이 된다.

의문은 어떤 종류의 의문이든 상관이 없다. 다만 부정(不正)하거나 부덕(不德)한 것을 의제로 올리는 것은 금한다. 점치는 것을 가볍게 여기면 주역의 진수를 터득할 수 없다. 주희의 말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점치는 사람이 점을 무시하는 사람보다 착할 가능성이 높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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