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 남경우 대기자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정치생태계가 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우리는 변화 혹은 전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의 패턴’에 대해 수없이 많은 모형을 제공하고 있는 전통고전 주역(周易)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판단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역 읽기에 필요한 몇 가지 배경지식을 소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전란에 휩싸인 조선은 이순신에게 운명이었다. 전쟁과 가족과 후견인의 미래가 안개 속에 휩싸였을 때 고독이 엄습해 왔다. 이 때 그가 뽑아보는 점괘는 친구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었다.

 

주역은 고독한 자의 벗인가

19세기 벽두, 주역은 다산에게도 인고의 세월을 견디는 동반자였다. 일반인들은 다산이 오랜 동안 주역을 붙잡고 씨름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듯하다.

정조의 최측근이었던 다산은 정조가 죽자 중앙정치무대에서 배제된다. 1800년 정조가 죽고 1801년 신유사화가 일어나자 형 정약종은 참수당하고 바로 위 형 정약전과 다산은 장기 유배된다. 그 때 나이 마흔이었다. 57세까지 계속되었던 유배생활은 본격적인 경세(經世)의 길이었다.

▲ 다산 정약용 선생이 첫 유배지인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시작했던 실학의 성지 사의재(四宜齋). 사의재란 '생각과 용모와 언어와 행동 네가지를 올바로 행하는 사람이 거처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뉴시스 자료사진

1801년 11월 전남 강진으로 유배된 다산이 먼저 시작한 것은 주역 연구였다. 18년간 지속되었던 강진의 유배 시기의 전반기는 주역에 대한 몰입기였다. 인생의 황금기였던 마흔에 주역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계해 1803년 늦은 봄부터 눈으로 보는 것, 붓으로 기록하는 것으로부터 밥을 먹고 변소에 가며, 손가락 놀리고 배 문지르는 것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도 주역 아닌 것이 없었다” – 윤외심(尹畏心)에게 보낸 편지에서 –

이렇게 시작한 다산의 주역연구는 이전의 해석과는 현저히 차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런 다산의 고투는 1804년 주역사전(周易四笺) 갑자본(甲子本)으로 첫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주역에 대한 연구는 개정을 거듭하며 1808년 무진년에 이르러서 24권으로 일단락되었다.

다산은 <주역사전>을 ‘하늘이 도움을 주어 얻은 글(天助之文字)’이라 회고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주역사전이야 말로 내가 하늘의 도움을 받아 지어낸 문자이다. 결코 사람의 힘으로 통할 수 있거나, 사람의 지혜나 생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이 책에 마음을 가라 앉혀 깊이 생각하여 그 속에 담긴 오묘한 이치를 모두 통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나의 자손이나 친구가 되는 것이니, 그런 사람이 천 년에 한 번 나오더라도 배 이상 정을 쏟아 애지중지 할 것이다.” – 여유당전서 제1집 시문집 전18 에서

역주 주역사전 정약용 저/ 방인 장정욱 역/소명출판 에서 발췌 참조.

나에게 '주역사전'은 최고의 노작이다

또 “다른 책은 다 없어져도 '주역사전'과 '상례사전'만은 꼭 전해지면 좋겠다”며 평생 가장 집중했던 노작으로 꼽았다.

주역사전을 본 당시 흑산도에 유배되었던 작은 형 손암 정약전은 “처음에는 놀라고 중간에는 기뻤고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무릅이 굽어졌다. 저자인 동생을 어떤 사람이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또 손암과 더불어 다산과 교류했던 아암 혜장선사(1772~1811)는 “20년 간 자신이 역학을 한 것은 헛일이었다”며 정약용의 주역사전을 극찬했다.

사전은 역학의 네 가지 해석법 즉 사법(四法)이다. 추이(推移) 효변(爻變) 호체(互體) 물상(物象)인데 이중 효변법은 다산의 독창적인 주역 해석법이다. 주역은 7년간 유리성에 감금되었던 주나라의 시조 문왕의 노작이다.

주역은 정녕 고통과 고독을 승화하는 지독한 수신의 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왜일까.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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