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사채권자 집회 개최…제3 해운동맹 가입도 논의

[이코노뉴스=조희제 기자] 현대상선이 이번 주 최대 고비를 맞는다. 용선료 협상 데드라인이 닥침과 동시에 전체 공모사채를 대상으로 한 사채권집회도 계획돼 있다.

29일 현대상선은 휴일에도 불구, 평소보다 몇 배 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오는 30일이 채권단이 제시했던 용선료 협상의 마감시한인 데다 31일에는 8000억원 규모의 사채권자집회가 계획돼 있다.

▲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배를 빌려 쓰는 비용) 인하 협상이 열린 18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 서관 로비에서 취재진이 해외 선주와 현대상선 관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용선료 협상은 최근 급진전을 보이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가장 난색을 보였던 영국계 조디악이 태도를 바꿔 용선료 인하에 원칙적 동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디악은 이달 중순 용선료 협상을 위한 현대상선의 서울 본사 초청도 거절했었다. "협상을 하려면 현대상선이 영국으로 오라"며 고압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용선료 인하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현대상선의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는 정부 측 입장이 조디악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조디악은 더는 용선료를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해당 선박을 다른 업체들에 용선하는 것도 시황상 어려운 형국이다.

채권단이 용선료 인하를 조건으로 최근 684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결의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계 다나오스·나비오스·CCC와 싱가포르 EPS 등 나머지 컨테이너 선주들도 용선료 인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보내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상선은 총 116척의 선박을 운영 중인데 83척(71.6%)이 해외에서 빌린 배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순수 용선료 총액은 총 8758억원이며, 이 중 70% 가량이 조디악 등 5개 컨선주(34척)에 지급됐다.

사실상 이들 업체의 설득 여부가 용선료 협상 전체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나머지 17개 벌크선사와의 협상도 긍정적인 분위기로 전해진다.

용선료 인하 폭은 애초 목표했던 30%보다는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험난했던 협상 과정을 고려하면 20% 인하만 해도 충분한 성과물일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다만 채권단과 현대상선은 최종 싸인 전까지는 결과를 낙담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협상에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어 좀 더 상황을 봐야 한다는 게 이들 입장이다.

현대상선은 사채권자집회라는 난관도 넘어야 한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5건의 사채권자집회를 연속 개최한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총 8042억원의 공모사채가 그 대상이다.

현대상선은 사채권자들에게 만기연장과 함께 ▲이자율을 1%로 낮춰줄 것 ▲사채 권면액의 50% 이상을 출자전환할 것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5년을 만기조건으로 하고, 2년 거치 3년 분할 방식으로 채무를 상환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공모사채의 경우 협약채권(금융기관)과 달리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진행돼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현대상선에 대한 출자전환 비율은 50~60%다. 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으로, 10년 만기조건이다.5건의 사채권자집회 중 1건이라도 부결이 될 경우 현대상선에 대한 채권단의 자율협약 진행은 즉시 종료된다.

가결이 되려면 전체 사채권의 3분의 1 이상 참석, 출석 사채권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끝내 부결이 될 경우 현대상선은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상선 측은 "법정관리 시 채권 회수율은 20% 미만으로 예상되나 가결될 경우에는 주가에 따라 원금회수율이 최대 100% 이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사채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음달 2일에는 현대상선이 속한 세계 해운동맹 G6의 정례회의가 서울에서 있을 예정이다.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집회의 결과에 따라 현대상선의 '디(THE) 얼라이언스' 가입 문제도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해운동맹은 2M·CKYHE·O3·G6 등 4개로 운영되고 있는데 내년 4월부터는 2M·오션·디 얼라이언스 등 3강 체제로 개편된다.

G6에 속해있는 독일 하팍로이드·일본 MOL·NYK 3사는 디 얼라이언스로 활동하게 된다. 홍콩 OOCL과 싱가포르 APL은 세계 3위 선사 프랑스 CMA-CGM이 주도하는 오션에 편입 예정돼 있다. 현대상선만 유일하게 새로운 해운동맹에 발을 딛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보도가 올 초부터 잇따른 영향이다. 현대상선은 채권단 자금지원을 통해 급한 불을 끈다면 오는 9월 내로는 디 얼라이언스 합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서로 간 동맹을 결성해 항만, 노선, 선박 등을 공유하며 최적의 운항 효율성을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해운동맹에서 제외될 경우 현대상선은 다수 영업권을 상실함은 물론 운임 경쟁에서도 크게 밀려 국적 선사로서의 입지를 사실상 잃게 된다. 부산항을 비롯한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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