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의 경제 산책

[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겸 대기자] 요즘 남도 지방을 다녀 보면 대나무 숲이 골치 거리로 전락했음을 볼 수 있다. 대나무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나무 숲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결과다. 숲이 이상 비대해졌거나 볼썽사납게 방치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 최성범 주필

한 때 전남 담양 지역의 경제를 짊어졌었다는 죽세공품이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에 밀려 시장 경쟁력을 상실한 결과다. 일회용 우산마저 플라스틱 재료로 대치된 현실을 감안하면 대나무는 공산품 재료로서의 용도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셈이다.

음식 재료로서의 죽순이 대나무 수요의 거의 전부인 듯하다. 너무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게 과연 제대로 된 방향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아무런 공해도 유발하지 않고 인체에도 조금도 유해하지 않은 대나무를 제쳐두고 플라스틱을 무분별하게 쓰는 게 과연 장기적으로 좋은 것일까.

대나무뿐만이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한국 사람들의 석유화학제품 사랑은 지나칠 정도다. 조금이라도 경제성이 낫다 싶으면 천연재료를 대신한 플라스틱 제품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오죽하면 보통 사람들의 하루 생활이 화학제품으로 시작해 화학제품으로 끝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농촌 지역도 마찬가지다. 멀칭 등 과도한 비닐 사용으로 농촌 들녘조차 비닐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의 1인당 석유소비가 세계 5위에 달한다는 통계는 한국의 석유정제산업이 발달한 결과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한국 사회의 석유화학제품 사랑(?)은 유별나다. 환경에 민감한 유럽은 차치하고 미국만 해도 석유화학제품 사용이 한국처럼 심하지는 않다.

슈퍼마켓에서도 비닐 봉지 대신에 종이 봉지를 주는 게 당연시될 정도로 석유화학제품 사용을 자제한다. 하다못해 골프 티에도 페인트를 칠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전 세계에서 석유화학제품을 가장 남용하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옥시 사태가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기업의 부도덕성과 부주의함, 그리고 정부의 관리 허술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 옥시 가습기 살균제 파문이후 석유화학제품의 전반적인 남용을 막을 대책이 세워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최근 독성물질이 함유돼 시장에서 퇴출된 신발무균정과 탈취제, 세정제 등 7개 제품. /뉴시스 자료사진

뒤늦게 정부는 살생물제를 사전관리로 전환하고 신규 화학물질 또는 연간 1톤 이상 수입되는 기존의 화학물질 중 유해성이 높은 물질을 대상으로 제한 물질 추가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옥시 사태에서 한국 사회가 얻어야 할 교훈이 관리 체제의 강화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이른바 화평법을 강화해 화학물질에 대한 엄격한 관리는 당연한 일이지만 더 나아가 석유화학제품의 과다 사용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와 같은 석유화학제품 남용 사태가 계속되면 제2, 제3의 옥시사태는 언젠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옥시사태는 석유화학제품을 남용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대한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석유화학제품 남용을 막기 위해선 국민들의 자성도 필요하지만 제도적 정비도 절실하다. 국민들 스스로 과도한 편의성과 경제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자세를 보일 것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기후변화에도 대응하는 동시에 경제 구조를 환경친화형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꾸기 위해선 석유화학제품에 대해 별도의 환경세를 도입하는 등 환경친화적으로 세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해당 제품의 가격 상승을 유도함으로써 남용을 막거나 대체재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석유화학업계의 반발을 극복할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유럽은 탄소세를 이미 도입하는 등 환경친화형적인 세제 개편이 이미 세계적인 조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또한 재활용 방식의 변경도 필요하다. 지금은 쓰레기에 대해선 쓰레기 봉투 사용을 의무화함으로써 종량제 방식을 적용하고 있지만 재활용품에 대해선 그 양을 따지지 않고 있다. 과도한 일회용이나 포장 사용을 막기 위해선 재활용품에 대해서도 종량제 도입이 필요하지 않을까? 쓰레기도 줄임으로써 사회적 비용도 절약하는 동시에 환경친화적이다.

과도하게 편의성과 경제성에만 집착해 천연 재료를 버려두고 석유화학제품을 남용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와 사회적 분위기의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꾸지 못하면 제2, 제3의 옥시사태가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와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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